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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의 삶공부 Apr 29. 2022

사춘기 아이들과 ZOOM으로 독서습관을...


“얘들아, 오늘 딱 7일째야. 줌으로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서 독서를 해 보니까 어때? “


어제저녁, 줌 독서방을 마무리하면서 이런 질문을 던졌고 아이들의 생각을 나눠 보았습니다.

줌으로 만나 독서를 한 지는 2주일째거든요.

지난 월요일 제가 강의가 있어 화요일부터 시작을 했으니까 딱 7일째입니다. 





재미있어요.”


가장 많은 아이들이 했던 소리가 ‘재미있다’는 의견이었습니다.

선생님과 친구들을 매일 만나 독서를 하는 게 재미있답니다.

함께 독서를 하고 난 후 책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재미있답니다.


예전에 친했던 사람들과 다시 만나 

함께 뭔가를 한다는 게 재미있게 느껴지나 봅니다.

어쩌면 독서를 한다는 것도 이제 아이들에게는 재미있는 놀이처럼 느껴지는 게 아닐까요?

놀이처럼 느껴지니까 어제도 25분 독서하고 15분 이상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그랬는데도 줌을 나가지 않고 서로 재잘재잘 줌으로 학교 이야기도 하고 그러다가 나갔거든요.


독서가 재미있다고 느껴진다니 정말 잘됐다 싶습니다.

아이들은 재미있는 이 공간에 늘 들어오고 싶어 할 것이고 

재미있는 독서이니 더 하고 싶어질 것입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독서습관도 완전히 몸에 베이게 될 것입니다.

1년, 매일이 짧은 기간일 수도 있지만 뇌와 마음과 몸에 새겨지기는 강력한 트레이닝 기간입니다.






“좋아요.”


대부분의 아이들이 했던 말입니다. 

친구들과 선생님을 줌으로라도 매일 볼 수 있어서 그냥 좋답니다.

독서하면서 잔잔하게 들리는 음악까지 좋답니다.

줌으로 연결되어 있는 이런 분위기가 설레고 뭔지 모르겠는데 좋답니다.



친구들은 그래도 복도에서 볼 수 있는데 

선생님을 줌으로 매일 볼 수 있어서 좋답니다.

작년에 독서하기 가장 힘들어했던 아이가 한 말입니다.

줌으로 독서하겠다고 참석한 것도 너무 감동인데 하루도 안 빠지고 참석합니다.

이 시간이면 늘 게임하자고 불렀던 형아의 유혹도 뿌리치고 스스로 독서하는 걸 선택한 아이가 이 말을 합니다.

목소리에도 힘이 들어가 있고 뭔가 진지한 모습이 딴 아이로 보입니다.



‘좋다’는 이 말, ‘행복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요!

너무 행복해요.

친구들과 선생님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그냥 행복해요.

잔잔한 음악 들으면서 친구들과 함께 독서를 하고 있다는 이 느낌이 

작년에 느꼈던 그 행복감이 다시 되살아나서 그냥 행복해진다는 말이 아닐까요.

설렌다는 이 말이 행복감의 다른 표현이 아닐까요.



행복감으로 연결되어 버렸는데 이 독서를 마다할까요.

어떻게든 더 하고 싶어 할 것입니다.

아무리 학원 다니느라 힘들어도 피곤해도 행복한 독서를 하고 싶어 할 것입니다.

그래서 이 줌 독서방을 찾을 것입니다.

지난주 첫 시작했을 때는 목요일은 공부 끝나면 빠듯해서 참석 못했던 아이가 이번 주는 참석을 했네요.







“더 하고 싶어요.”

아이들에게 독서가 이런 감정으로 다가오니 더 하고 싶나 봅니다.

사실 처음 시작하고부터 자주 나왔던 소리거든요.

“독서시간 더 하고 싶어요.” 

“금요일도 하면 안 될까요?”


오늘도 어김없이 제일 먼저 이야기 한 아이가 이 말을 하네요.

너무 기특하고 고맙지만 여러 상황을 들어 설명을 해 주었습니다.

금요일은 아이들 스스로 자유로운 시간을 주고 싶었습니다.

월~목요일 열심히 독서했으니 놀아도 된다고, 게임해도 된다고, TV 봐도 된다고 생각되니까요.


좀 더 독서습관이 길러지고 독서가 더 좋아지면 

독서했던 이 시간에 예전처럼 게임을 할지, TV를 볼지, 그냥 놀지 예전에 못해봤던 갈등을 하는 시점도 올 거라 생각되니까요.

아마 스스로 저절로 시간이 갈수록 독서하는 시간으로 보내지 않을까 싶어요.


무슨 일을 선택해서 하건 시간을 사용하는 질이 높아질 거라는 예상이 됩니다.

무작정, 아무 생각 없이 게임을 하고 있거나 TV를 보거나 그냥 낭비하는 시간으로는 보내지 않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드니까요.






철이 들어간다는 것은

자신의 시간을 스스로 통제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가는 뜻은 아닐까요?

그 시간의 질이 갈수록 더 높아진다는 의미는 아닐까요?

막 철들기 시작한 나이, 초등학교 5학년 사춘기 아이들,

이 아이들과 함께 

조금 먼저 철이 든 60살 할머니 선생님이

다시 아이들과 손잡고 이제는 제대로 철들어 가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질적으로 엄청 높은 수준의 시간을 제가 보내게 되었습니다.

아이들 덕분에!






저도 아이들과 함께 했던 7일 동안의 감정을 전했습니다.

너무 행복하다고  

-너희들을 다시 볼 수 있어서

함께 이 시간을 보내는 것이 그냥 너무 행복하다고

작년에는 제자로서 챙겼지만

지금은 내 자식 느낌으로 챙기고 싶다고

그런 마음이라고

내 자식과 매일 이 시간에 독서하고 있는 엄마가 얼마나 행복하겠냐고

(진심입니다)

그런 행복을 너희들이 주고 있다고

그래서 너무 고맙다고....



너무 뿌듯하고 자랑스럽다고

-이렇게 많은 친구들이 (사춘기 아이들이 쉽지 않은 선택인데) 독서를 하겠다고 올 줄 몰랐다고

한 사람도 빠짐없이(현장학습 간 1명 제외하고) 매일 참석해 주는 것도 너무 고맙고

이렇게 진지하게 스스로 독서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기만 해도 너무 멋지다고

이렇게 매일매일 좋은 습관을 쌓아가고 있으니

얼마나 잘 될 너희들이냐고

잘 될 수밖에 없는 아이들이라고

너희들이 잘 안 되면 누가 잘 될 거냐고~~ㅎㅎㅎ


‘상위 0.00001% 안에 드는 좋은 습관 부자!

오늘도 파이팅!‘



매일 독서하기 전에 화면으로 한 문구씩을 보여주는데, 어제저녁 보여준 문구였습니다.

0을 더 붙여야 맞는데 참았습니다.

아이들은 이 문장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새길 것입니다.

이런 좋은 습관을 꾸준히 반복해서 쌓아 가면 

내가 원하는 모습의 어른이 되어갈 수 있겠다는 믿음을 스스로 갖게 될 것 같습니다.

스스로에 대한 긍정적인 미래 예언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신이 자신을 믿어주는 것만큼 강한 에너지가 어디 있을까요?

지금의 자신을 믿어주면

미래의 내가 어떤 선물을 나에게 해 줄지 모릅니다.

설레는 상상입니다.




“선생님, 우리 00가 영어 학원에서도 학습태도가 많이 달라졌다고

우리 00가 달라졌어요~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라는 문자를 보내주셨어요. 



7일 했는데도 이 정도의 변화가 보입니다.

그냥 독서하자고 했으면 이렇게 열심히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었을까요?

이렇게 행복하게 즐겁게 참여할 수 있었을까요?







“선생님, 우리 4학년 다시 내려오면 안 돼요? “

‘선생님, 혼자서는 독서가 안 돼요. 어떡해요. “


아이들의 이 말이  메아리가 되어 환청처럼 들렸고

<꽃들에게 희망>이라는 책을 하필 그때 내 손에 들어와서 읽게 되었을까요.




“세상이 꽃으로 가득 차려면 수많은 나비가 필요합니다.”


이 문장에 번개같이 지혜(^^)의 문을 누가 열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나의 머리로는 도저히 못 해 낼 일을 생각해 내었으니 저는 ‘신의 손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하고 있는 경험(새벽 5시에 줌으로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이랑 연결 지으면 되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해 주었습니다.



너를 이 정도의 나비로 만들어 주었으니까

나비의 역할을 하라고 지혜를 준 것 같습니다.

세상이 꽃으로 가득 차길 바라는 신의 섭리의 스케줄에 제가 찜 당한 것 같습니다.



작년 제자들도 제게 찜 당한 것 같습니다.

분명히 나의 제자들도 나비로 탄생될 거니까요.

이 나비들이 다시 세상을 꽃으로 가득 차게 하는데 

나비의 역할을 제대로 할 사람들로 성장할 테니까요.







오늘은 4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우리 반 아이들과는 4월 한 달 마무리, 4학년 올라와서 두 달재의 마무리를 할 것입니다.

‘나에게 두 달 간의 독서습관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이야기 나눌 것입니다.


의미 있는 경험은 깊게 새겨지나 봅니다.

한 달 마무리하면서 이미지 프리즘 카드로 생각을 나눴는데 

그것 또 하자고 여러 번 말했거든요.


그것 가지고 오늘 이야기 나눌 것입니다.

우리 반 아이들에게 독서습관이 어떤 의미일지 궁금합니다.

저도 우리 반 아이들과 함께 한 독서습관이 어떤 의미인지를 말해 줄 것입니다.




저는 하루 종일 꽃밭에서 사는 것 같습니다.

아침에는 우리 반 아이들과

저녁에는 작년 제자들과 함께



나비가 꽃에서 꽃으로 꿀을 나르는 것이 너무 행복합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일이니 행복감이 최고입니다.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나비가 되어 살아가는 방법을 몸으로 생활로 전수하니 뿌듯하기 그지없습니다.

우리 반 아이들은 올해 제게 찜 당한 24송이 꽃들입니다.

교사 자존감은 아이들 행복에 기여한 만큼 나의 자존감입니다.




“하느님이 나에게 무슨 계획을 가지셨는지는 몰라도

너희들이 내게 진짜 천국을 선사해 주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구나! “

                   -마인드셋, 캐럴 드웩, p278.-



오늘 우리 반 아이들에게 이 말을 꼭 전할 겁니다. 어쩌면 눈물이 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들 덕분에 매일 천국을 경험하며 살고 있으니까요.



작년 제자들에게도 월요일 PPT 첫 화면에 새겨놓을 문장입니다.

뜨겁게 이 마음 전해주려고요. 

매일 천국을 경험하게 해 주는 나의 제자들에 게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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