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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애리 Dec 07. 2020

엄마 생일날 미역국 얻어먹는 딸

3.엄마의 생일상



엄마들이 밥상 차리며 가장 서러운 날은 생일날 자신이 직접 끓인 미역국을 먹을 때라고 한다.

무려 내가 엄마에게 그 서러운 감정을 느끼게 했다. 아주 그냥 자랑스러워도 너무 자랑스럽다.       



사건은 이랬다.

엄마의 생일을 앞둔 어느 주말이었다.

마침 토요일이었고 촬영도 없어서 제주도 집에 내려갔을 때였다.

“엄마, 내일 아침에 미역국 끓여 먹을 거야?”

“그럼, 소고기 썰어서 얼려 둔 거 꺼내놨지.”

“미역도 있고?”

“왜? 미역국이라도 끓여주게?”

“아니. 내가 끓일 줄 아나 뭐. 그냥 물어 본거야.”

 

다음 날, 어김없이 엄마가 나를 부르는 소리에 눈을 떴다.

“따님~ 일어나십시오. 해가 중천에 떴습니다.”

“미역국 냄새나네. 미역국 끓였어?”

“나는 또 어제 소고기랑 미역 찾길래 혹시나 하고 기다렸는데 개뿔. 내손으로 끓여먹어야지. 일어날 생각이 아예 없으신 거 같아서 내가 끓였네요.

너무 피곤했어.

“네 동생은 친구 집 가서 몰래 끓여오기라도 했는데. 엄마 생일에 제주도 왔길래 큰딸이 끓인 미역국 한 번 얻어먹어 보나 했더니, 기대한 내가 바보다.”

“나한테 기대한 엄마가 잘못이지! 용돈은 입금했으니 확인해 봐.

 “밥이나 먹으셔.”      


어차피 요리 못하는 나였기에 (아빠는 나에게 어디 가서 커피도 끓이지 말라고 했었다.) 괜히 안 하던 짓 하다가 사고 치지 말고 외식이나 해야지 라고 했지, 눈치가 없어도 너무 없었다.



촬영 준비하거나 답사 차 해외에 갔을 때도 요리를 해야 할 때면 나는 늘 제외됐었다.

“작가님! 제발 칼 내려놔요. 아무것도 건들지 마세요.”

“언니, 저희가 할게요. 사실 도움 안 돼요.”

“요리는 우리가 할 테니 이따 뒷정리 좀 부탁해.”


<삼시세끼> 촬영장에서 오죽했으면

이서진 오빠가‘쟤한텐 아무것도 물어보지 마.’라고 할 정도였으니  요리에 소질 없음을 받아 드렸다.  

나도 더 이상 욕심내지 않로 했다.


아니, 엄마가 요리 잘하면 그 음식만 먹고 자란 딸들도 요리를 잘한다고 하던데 나는 왜 이 모양일까.

어깨너머 주워 먹기나 했지, 요리 배울 생각은 1도 안 했다.        

  


사실 이 부분에 있어서 엄마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밥 먹고 설거지라도 할라치면 쌩하니 와서 고무장갑 빼앗아가는 엄마였고, 제사 때도 할 거 없으니 안방 들어가서 누워있으라 하던 엄마였다.

국이나 탕은 어려워서 못 한다, 이건 기름 튀어서 안 된다, 저건 뜨거워서 위험하다 이래저래 말리는 통에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러다 ‘여기 와서 이거 한 번 먹어봐.’하고 불러야 그제야 부엌 가서 ‘짜다, 싱겁다’ 간이나 봤지 뭐.          


나는 언제쯤이면 엄마의 생일상, 하다못해 미역국이라도 뚝딱 만들어 드릴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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