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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병스커 May 23. 2024

미움받을 용기 2 - 기시미 이치로, 고가 후미타케

무조건적인 신뢰로 시작되는 관계

들어가며

미움받을 용기 2는 등장인물인 철학자로부터 아들러의 심리학을 배워 교육자로서의 삶을 살아오던 또 다른 등장인물 청년이 회의감을 품고 다시 철학자를 찾아오면서 시작됩니다. 요컨대, 청년도 감명 받아 더 깊게 탐구하며 실천하던 아들러 심리학이 실제 교육 현장에서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는 것이죠. 이것은 이론적인 이야기만 하였던 전작과 달리, 실제로 아들러의 심리학을 현실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를 보여주기 위한 설정이었어요.


우선 1편과 마찬가지로 철학자와 청년의 대담으로 흘러가는 이야기 구성은 흡입력이 강했어요. 저는 사실 읽는 내내 대체로 청년의 반발에 공감하기도 했습니다. 근거 없이 분노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열렬한 팬이 돌아서게 되었을 때와 같이 청년은 아들러 심리학에 대한 지식을 쌓아올렸기 때문에 느낀 허점을 근거로 토론을 하는 형태였기 때문이죠.


때때로 청년의 강력한 어투를 현실적으로 받아들여 너무 심하지 않나 생각이 잠깐 들 정도로 이야기에 몰입해버렸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철학자는 청년을 더 없는 벗으로 여기면서 동시에 마치 아버지가 아이에게 그러듯, 사랑의 눈길로 차근차근 이해시켜 나갑니다.





칭찬하지 말라

이번 편은 현실에 접목하여 이해시키기 위해, 청년이 교육 현장에서 겪은 경험들을 하나 씩 되짚어보는 흐름입니다. 가령 청년은 칭찬하지 말라는 아들러의 가르침을 실천하였더니 되려 아이들이 배움에 대해 흥미를 갖지 않았던 와중, 실수로 그 가르침을 잊고 칭찬하였을 때 더없이  기뻐하는 아이를 보며 회의감을 느꼈다는 것이죠. 저 또한 칭찬으로 의욕을 심어주고, 칭찬으로 배움을 받는 것을 지지하기 때문에 사실 청년과 같은 마음이었습니다. 허나 그 기저에는 평가하는 마음이 담겨있고, 경쟁을 부추기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것이라 답하죠. 우리는 불완전한 존재로서 서로 경쟁이 아닌, 협력하는 관계를 이루어야 하기 때문에 칭찬은 위험하다는 것입니다.


학생 시절을 떠올리면 공감되었습니다. 저는 칭찬을 받는 학생이 아니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느끼는 그 주눅감을 알기 때문이죠. 직장 생활에서도 사실 흔하게 발생하는 일이에요. 같은 직급, 같은 연차 등 비슷한 환경의 다른 동료가 칭찬 받는 일이 다반사라면 초조해지고 어떻게든 칭찬 한 번 받기 위해 무모한 짓도 서슴없이 하게될지도 몰라요. 이 위험한은 인정하였어요. 그럼에도 저는 칭찬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일대다 관계가 아닌, 일대일 관계라면 저는 언제든 용기를 북돋아 줄 것입니다.






신뢰란 능동적인 작용

청년은 자신이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존경 받지 못하고, 신뢰받지 못한다고 하였어요. 하지만 철학자는 되려, 아이들을 신뢰하려 하기 이전에 어째서 신뢰를 받으려고만 하느냐고 반문합니다. 우리가 그동안 익숙하게 생각하는 학생과 스승의 관계는 사실 그러하긴 했어요. 선생님은 학생을 진심을 다해 지도하고 가르침을 주고 학생들은 존경심으로 보답하게 되는 수순이라 생각하였죠. 하지만 철학자의 생각은 확고히 달랐어요. 각자 어린 시절, 자신을 믿지 못하는 부모님에게 강하게 반발해본 경험이 한번 쯤은 있을 거라 생각해요.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신뢰받지 못한다는 인상을 받으면 상대의 말을 듣고 싶지 않아집니다. 교육 현장에서도 마찬가지라는 것이죠. 철학자는 사실 신뢰는 수동적인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나의 이야기를 믿어주길 바란다면, 내가 먼저 상대를 믿어야 귀 기울여주는 법이죠.


사실 이것은 저의 삶의 태도와 유사했었기 때문에 놀랐어요. 딱히 선한 사람이 되고 싶은 의도는 아니고, 사람과 관계 맺을 때 무조건 상대를 신뢰하고 시작하는 것이 저에게는 마음 편한 일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의심에는 훨씬 더 많은 에너지가 발생하기 때문이에요. 가끔 그 신뢰를 걷어야하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대체로 그 마음가짐으로 좋은 관계를 맺고 살아오고 있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피곤하지 않죠. 물론, 해를 끼칠 것 같은 유형은 거를 수 있어야겠죠.






마치며

교육 현장에서 회의감을 느낀 청년의 상황으로 풀어나가는 이야기지만, 세상 어디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로 ‘아이’를 대상으로 어떻게 아들러의 심리학을 올바르게 적용할 수 있을지 철학자는 더욱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지만, 세상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이야기이죠. 저는 사실 1편이나 2편이나 청년의 주장에 마음이 많이 동했어요. 청년이 던지는 상황은 저라도 그렇게 행동했을 법한 일들 투성이거든요. 이번 편에서는 특히, 그저 어린애처럼 화내는 것이 아니라 아들러 심리학에 대한 냉철한 분석을 토대로 이뤄진 반박이라는 점에서 더욱 흥미진진 했어요. 그렇게 몰입이 되었기 때문에 더더욱 아들러의 심리학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구체적인 실마리를 잡게 된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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