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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병스커 Oct 16. 2023

개발자가 된 디자이너

어쩌다 개발자가 되었는지에 대하여

우연한 계기로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커리어를 전환하게 되었습니다.

이미 디자이너로서의 꿈도 뒤늦게 얻고, 실력있는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되기위해 치열하게 달려오다 이번에는 또, 어쩌다 개발자가 되었는지에 대해 스스로를 돌아보기 위해 글을 작성해보았습니다.


개발자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 이유


저는 커리어를 시작하기 전, 디자인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는 동시에 적은 비중으로 개발 공부를 병행 했었습니다. 업을 시작하면 결국 개발자와 함께 일을 해야하니 그들을 알기위해, 또 그들이 사용하는 것들에 대해 미리 알아두기 위함이었죠. 지식이 전무했던 저는 html과 css부터 공부를 시작했었는데, 지레 겁먹었던 것에 비해 너무도 재밌는 작업이었습니다. 웹에서 페이지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무척 재밌었습니다. 어찌보면 디자인이나 진배 없이 느껴졌었죠. 그러던 중 디자이너로서 커리어를 시작하게 되어 공부하는 시간은 현저히 줄었지만, 끊지 않고 근근히 이어갔습니다. 현업자로서는 아니어도 꾸준히 배워 무언가를 스스로 디자인하여 개발하고 싶은 무모한(?) 욕심이 생겨났기 때문입니다. 


이토록 관심이 깊다보니 디자인 핸드오프 과정에서 개발자의 관점을 듣고 싱크를 맞춰가는 과정은, 제가 알 수 없던 개발 지식과 개발자의 사고방식 등을 자연스럽게 흡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너무 즐거웠습니다.

꾸준한 관심 덕분인지 프로젝트의 Github에 참여시켜 소소한 디자인 QA를 맡겨주기도 했습니다. 이 당시 스타일만 손대는 작업이었음에도, 코드에서 폐 끼치는 일이 없도록 코드 구조를 조금이나마 파악하기 위해 프로젝트에서 사용하던 Next JS 프레임워크를 공부하면서 다시 자바스크립트를 시작했습니다.


두 번째 회사에서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리뉴얼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디자인을 완성하고 공동 컴포넌트, 기초 레이아웃 등을 개발하여 프로젝트의 초반에 기반을 다지는 데에 조금이나마 기여했습니다. 그 후 리뉴얼을 완료하고 새로운 프로덕트를 만들어가느라 개발팀은 확장되었고, 개발 규모가 커져감에 따라 저 또한 디자인에 전념하게 되었지만, 개발을 시도하고 싶은 갈증이 해소되지 않아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전 직장 동료 디자이너와 각자의 디자인 작업물을 올릴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드는 사이트를 만들어 배포했습니다. 기능은 없었지만 배포를 한 번 해보았다는 데에 의의를 가질 수 있었던 웹사이트였습니다. 


이렇듯, 개발 공부를 놓지 않았기 때문인지 우연히 프론트엔드 개발자 포지션으로의 제안이 왔습니다. 물론 저는 아직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서 해보고 싶은 것도 너무나 많고, 경지에 도달하기에도 너무나 멀었기 때문에 어려운 고민이었습니다. 몇날 몇일을 고민에 빠져있던 와중 내면의 욕구를 깊게 분석해 보았고, 결국 새로운 도전을 해보기로 결정했습니다.


개발자가 되기로 결심한 이유


개발 하는 것에 이미 재미를 느끼고는 있었지만 정말 현업자, 즉 개발자로서 일을 하고 싶은가를 스스로 자문해보았을 때 크게 두 가지 이유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1. 저에게는 개발 또한 디자인이라 느껴졌습니다.


좁은 의미로는, ’디자인의 최종 산출물까지 작업한다‘라고 생각들었습니다.

그리고 좀 더 넓은 의미로는 다른 프로덕트 메이커와 마찬가지로(디자이너, PO, PM, 기획자 등) 개발자 또한 ‘행하는 행위’는 달라도 함께 제품을 만드는 사람으로써 더 훌륭한 제품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탐구한다는 점이 같았기 때문입니다.

    


2. 디자이너의 세계만큼 개발자의 세계를 동경하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지식을 끊임없이 배우고, 서로 공유하는 것을 즐기는 문화>

현상 유지를 싫어하고 늘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을 즐기던 저에게 개발의 생태계가 무척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개발자들은 서로 공유하고 기여하는 것이 그들의 문화입니다. 뛰어난 사람들이 그들의 능력을 꽁꽁 숨겨두지 않고 나누며, 그 자체로 성장이라 생각할 수 있는 문화가 너무도 멋지게 다가왔습니다. 저도 그 세계의 일원이되어 지식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습니다.


<끊임없는 탐구>

개발을 잘 몰랐을 때는, 수학과 같이 절대적인 답이 존재하는 분야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공부해온 바로는, 개발 또한 절대불변의 답은 없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요구 조건대로 구현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답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환경에 따라 훨씬 더 효율적이고 더 성능을 높이는 답은 언제나 존재하기 마련이고, 그 답마저 시간이 지나면 그 시기의 답에 비해 훨씬 더 좋은 답이 생긴다는 점에서 정말 끝이 없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아는 것이 짧은 저에게 우스운 생각이지만, 저는 늘 결과가 뻔한 일을 싫어했습니다. 계속 변하고, 또 계속 도전을 해야하는 분야임에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문제를 해결했을 때의 짜릿함>

디자이너나 개발자나 모두 문제를 풀어내야하는 사람들입니다. 이것을 부정적인 스트레스라 생각한다면 애당초 이 두 분야는 하고싶다고 생각이 들지 않을 것입니다. 문제가 있는 상황, 해결해야할 것이 있는 과제는 저에게 일종의 긍정적인 스트레스로 다가왔습니다. 그 어려운 문제를 어떻게든 풀어냈을 때 짜릿한 쾌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죠. 디자이너였지만 개발자로서의 문제 상황을 풀어내는 영역도 짜릿함을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놀라운 점은, 이렇듯 제가 개발자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 고찰해보았을 때 떠올린 이유들이 놀랍게도 디자인을 좋아하는 이유와 닮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은가


최근에 개발자 한정수님이 번역하신 제품 중심 개발자 되기(Product-Minded Software Engineer)라는 아티클을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이 아티클의 저자인 Gergely Orosz는 제품 중심 개발자에 대해서 첫 문장을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Product-Minded Software Engineer(이하 제품 중심 개발자)는 제품 자체에 큰 관심을 가지는 개발자들이다. 그들은 사람들이 제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이해하려 하며 제품 관련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것을 즐긴다.

또한 Shopify의 head of engineering인 Jean-Michel LemieuxProduct Engineer를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고 인용했습니다.

제품 기반을 다진 이후에는 기술을 사용하여 인간/사용자 문제를 돌파하는 엔지니어가 필요합니다. 마법 같은 경험을 찾으려는 열망이 있는 엔지니어입니다. 이것이 제 책에서 Product Engineer를 정의하는 것입니다. 나쁜 엔지니어들은 기술에만 너무 집중합니다. 훌륭한 Product Engineer들은 사랑받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제품 개발 과정에서 적절한 깊이로 개발해야 한다는 사실을 압니다.”

제가 개발을 하고 싶었던 궁극적 이유는, 이와 굉장히 맞닿아있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티클에서 이어지는 제품 중심 개발자의 9가지 특징은 이미 제가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서 일을 하며 행해왔던, 자신 있으면서도 더 잘하고 싶어하던 역량들이었습니다.(제품 개발에 대해 흥미가 있으시다면, 꼭 일독을 권해드립니다.)


<제품 중심 개발자의 9가지 특징>

1. 적극적으로 제품 아이디어/의견 제시
2. 비즈니스, 사용자 행동 및 데이터에 대한 관심
3. "Why?"
4. 뛰어난 커뮤니케이션 능력 및 비개발자들과의 좋은 관계
5. 프로젝트 초기에 제품/엔지니어링 트레이드오프 제공
6. 실용적인 Edge Case 처리
7. 빠른 제품 검증 주기
8. End-to-end 제품 기능 오너십
9. 반복 학습을 통한 강력한 제품 직감력


저는 디자이너로서 더 고도화 하고 싶던 이 역량들이 개발자가 되면서는 무용해지는 것일까 걱정했었는데, 오히려 득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크게 기뻤습니다. 때문에 저는 앞으로도 개발에 대해  부족한 지식과 기술 역량을 갈고 닦는 동시에 제품 중심적인 사고를 더 강화시킬 것입니다.




정체성


이 성향은 다양한 디자인 분야에서도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서 커리어를 시작하게 된 계기부터 비롯된 거였습니다. 또한, 저는 이 아티클을 읽으며 제가 겪어왔던 경험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제품 메이커 구성원으로서 PO, 동료 디자이너, 개발팀과 제품을 더 잘 만들기위해 함께 열정을 쏟았었던 즐거운 시기들. 저는 이러한 과정을 정말 즐거워합니다.


제가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서 갖고 있던 정체성은, “아름답기만한 의자는 결국 장식품에 지나지 않는다.“였습니다. 조금 과장된 표현이긴 합니다. 저 또한 아름다움과 기능이 조화를 이루는 공예품을 지향하지만, 제품을 디자인함에 있어 우선도는 정말 사용자가 사용할 만한 것인가입니다. 아무리 아름다워도 제품의 목적이 사용자가 사용하는데 있었다면, 선택받지 않은 확률이 높다 생각합니다. 제품은 결국 사용자가 사용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면 의미를 잃습니다.

이 정체성은 개발자가 된 지금, 이렇게 치환될 수 있었습니다.


기술력만 뛰어난 제품은 발명품으로 그칠 수 있다.


과거에는 새로운 기술을 가진 제품은 그 기술을 지녔다는 사실만으로도 구매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현재는 놀라운 기술들이 세상에 너무나 많습니다. 오히려 현재는 사소한 것이라도 간과하고 넘어갔던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며 쓸모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만들고 있는 제품이 정말 시장에 필요한 것인가, 새롭게 만들고 있는 기능이 정말 유용할 것인가, 팀과 함께 어떻게 더 시너지를 높여 좋은 제품을 만들 것인가, 끊임없이 고민하고, 고찰해야 합니다.

때문에 저는 개발을 잘하는 것은 물론이지만, 비즈니스를 이해하고 시장에서 실제적인 가치를 지닐 수 있는 제품을 지향하는 개발자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할 것입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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