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잠들지 못한 이유는 아마도
나 : 아빠가 코로나 때문인지 저번 주부터 반일제로 근무하게 되셨다 하더라고, 일이 줄어 아빠가 혹시 마음이 좀 씁쓸해하진 않으실까 싶어
친구 : 그래도 아버지 현직에 오래 계신 편이시기도 하고, 어머니도 계속 근무하시니까 이제 아버지 좋아하시는 취미 활동하시면서 오히려 여유롭고 좋으실 수도 있지 않을까?
나 : 응, 그러실 수도? 근데 만약 나라면 뭔가 내 존재가 작아지는 기분이 들 것 같아서. 난 나중에 퇴직 후에 충분히 즐기며 살 수 있는 자산이 있다 하더라도 일은 계속하고 싶을 것 같아. 작은 소일거리라도.
친구 : 몇십 년 동안 근면 성실히 일하고 축적해서 번 돈으로 다들 노년기에 여유를 즐기며 사는 삶을 꿈꾸는데, 너는 그때 가서 굳이 또 일을 하고 싶다고?
나 : 으응.. 일에서 얻어지는 성취감은 여행이나 골프가 주는 즐거움과는 또 다른 종류의 것이니까...?
나 : 아이가 크면서 집이 좁아 보이는 느낌이 들어. 조금 더 넓은 평수 옆동네 아파트로 이사 갈까 싶어
친구 : 내가 너희 지역 부동산 경기는 잘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옆동네는 실거주 목적 외에 특별히 오를만한 요인이 없을 것 같아. 오히려 평수가 좀 작더라도 00구 라든지 투자가치가 있는 곳으로 가는 게 낫지 않을까?
나 : 응. 네 말처럼 그 옵션을 생각 안 해본 건 아닌데, 투자가치는 높지만 번잡하고 좁은 평수로 가야 하는 00구 보다는 녹지공간도 많고 평수도 넓은 옆동네 아파트가 현재로선 가족을 위해 더 나은 선택 같아서. 나도 고민 중이야.
친구 : 음, 지금 그냥 옆동네로 이사 가면, 당장은 좋을지 몰라도 너 나중에 후회할 수도 있을 것 같아.
나 : 음... 미래의 불확실한 금전적 이득을 위해 현실의 편의를 유보하는 것이 꼭 옳다고만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