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단이 Dec 04. 2022

[아이와 방콕] 여행 프롤로그

9 days of BKK

여행의 시작은 복닥거리는 마음으로부터

아이와  맞추고  부비며 온전히 그의 이야기를  기울일  있는 육아휴직이 끝을 향해 달려간다.  인생에서 너무나 귀한 시간임을 알기에  끝이 더욱 아쉽고, 그래서인지 회사로 돌아갈 시간이 성큼성큼 다가오는 듯하다. 어떻게든  시간을  즐겨야겠다는 마음으로 복직 이후에   없는  또는 하기 어려운 일들을 떠올려본다. 그리고 그러한 생각의 끝에 해외여행을 가야겠단 결심이 섰다. 복직 후에 워킹맘으로 하루하루 견디는 삶을 살아 내다 보면 머나먼 나라로의 여행은 기획할 여유가 없을  같기도 했고,  오랜 기간 이국땅을  밟아본 탓에 ‘ 여행이 너무나 고프기도 했다. 어딘가로 떠나야겠다는 결심이 서고 나니 그때부터 마음이 복닥 복닥거렸다. 여행의 시작은  순간부터   같다.


우리만의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

일곱 살이었던가. 내가 기억하는  해외여행은 일본으로의 배낭여행이다. (엄마 말에 따르면 나의 리얼  해외여행은 5  할머니 환갑 기념으로 갔던 하와이 여행이었다고 하지만 애석하게도  기억에는 없다.)  당시 여행의 트렌드는 배낭여행이었다. 세계여행이 자유화되면서 배낭 하나  어매고  세계를 여행하는 일은 많은 사람들의 꿈으로 자리 잡았다. 열정적이었던, 아니 지금도 새로운 모험에 열정적인 우리 부모님이  트렌드에 편승하지 않았을  없다. 나와 남동생은 각자 키만  배낭을 짊어맸다. 내비게이션도 인터넷도 없이 교토를 “세계를 간다라는 여행 책자와 종이 지도에 의존하여 우리 방식대로 누비고 다녔다. 늦은 시간까지 우리 숙소를 찾지 못해 해메이며 마음 졸였던 , 편의점에서  먹은 유부초밥에서 된장 맛이 나서 얼굴을 찡그렸던 , 공원에 있는 노루를 귀여워하다 손을 물린 동생의 대참사, 허기진 배를 부여잡으며 우연히 들른 라멘집에서  가족 모두 한마디도 못하고 흡입했던 일들. 우습게도 행복하거나 특별한 순간들보다는 우리 가족만이 이야기할  있는 소소한 추억들이  많이 떠오른다. 우당탕탕 일본 여행에서 자신감을 한껏 얻은 우리 가족은 이후로도 20개국이 넘는 나라를 함께 여행했고,  기억과 추억들은  성장의 자양분 되었다. 내가 아이와 해외여행을 남다르게 꿈꾸는 이유는 아마도  경험 덕일 것이다.


엄마의  그림

남편은 성장과정에서 해외여행의 경험이 없고, 어른이 되고 나서 해외를 숱하게 다니게  것도 모두 직업상의 이유라 외국에 대해 그리 좋은 기억이 없다. 남편은 내가  아이와의 해외여행에 들떠있는지,  이렇게 성장과정에 여행이 중요하다고 주창하는지 알턱이 없다. 그것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경험한 세계만큼을 이해할  있는 법이니까. 남편을 설득하는 것은 이번 여행의  번째 과정이었다. 다행히 남편은 자신이 경험해보지 않은 일에 대해 쉽게 단정 짓지 않는 사람이라 내 경험의 가치를 존중하고 들어주었다. 또한 아이 세계관을 한층 넓혀주고 싶다는  욕심을 누구보다 잘 이해주었다. 그를 설득하는 일은 생각보다 쉬웠지만 나와 같이 설레 하고 마음이 복닥이길 바라는 것까진 무리였다. 나는 이번 여행에서 아들은 물론 남편의 지평까지도 확장시켜주고 싶다는, 그리하여 그들이 여행의 효용을 반드시 알게 되었으면 하는 나만의 욕심을 품게 되었다.


가고 싶은 곳보단 갈 수 있는곳을 선택하며

설레는 마음도 잠시, 어디로 떠나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이어졌다. 남편이 코로나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탓에   있는 곳에 대한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규제가 완화되면서  그대로 “  있는  적지 않았지만, 나는 혹시나 하는 염려 때문에 완전히 규제가 해제된 지역만을 추렸다. 완전 해제란 어떠한 접종증명서는 요구하지 않음은 물론이고 코로나 음성 확인서 제출도 필요치 않은 곳이었다. 처음에는 내가 거주해본 경험이 있는 유럽으로 여행지를 택하고 싶었다. 스위스, 영국 두 국가가 완전한 규제 해제 국가들이어서 그 둘중에 고심하고 있었는데 오랜 시간 걷고 보고 들어야 하는 유럽 여행을 이 추운 겨울날 아이가 감당할  있을까 고민되었다. 남편과 오랜 시간 의논한 결과 유럽은 다음 여행지로 미뤄두고   가깝고 따뜻한 국가를 찾게 되었다. 그리하여 정해진 곳은 태국의 수도 방콕이었다. 추운 날씨에 따뜻한 국가로의 여행은  즐거움이 배가되기도 하고,  방콕이라면 휴양과 여행을 적절히 섞어   있는 기획할  있는 도시이기에 아들의 나이에도 적합하다고 생각이 되었다. 언제나 가고픈 여행지를 먼저 정하고 여행 일정을 짜는 수순을 밟았었는데, 이번 여행은 먼저 여행을 가겠단 결심으로부터 시작해 여러 현실적인 이유들로 여행지를 선택하게 되어 조금은 신선한(?) 시작이었던  같다. 여하튼 나를 포함하여 우리 가족   누구도  번도 가보지 못한 국가에 처음으로 같이 발을 딛는다는 사실에 의미를 가득 부여하며 여행지 선정을 마쳤다.  


손품을 열심히 팔아 여행일정 픽스 (final_ 최최최최최최최종)

여행의 본격적인 준비는 여권의 유효기간을 확인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이어서 항공권을 끊고 내가 여행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 중의 하나인 호텔을 결정해야했다. 방콕은  세계 각종 호텔 체인이 집결되어있는 호텔의 성지라   있다. 많은 호텔이 있는 만큼 여행객의 입장에선 선택의 폭이 넓고 경쟁도 치열하여 좋은 서비스를 기대할  있다. 그러나 가격대에 따라 수많은 호텔의 스펙트럼이 존재하기에 호텔을 선정하는 일은 매우 기분 좋은 고됨과 고민의 연속이었다. 일단 좋은 호텔이 여행의 질을 좌우한다고 생각하기에 5성급 이상 호텔을 서칭 했고, 그중에서도 무더운 날씨를 이길  있는 수영장 시설이  갖춰진 ,  그중에서도 아드님이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조식이 훌륭한 곳으로 점점 물망을 좁혔다. 그렇게 좁혀진 선택지 중에 위치상으로 크게 짜오프라야 강변 호텔과 도심  호텔로 나누고 각각  곳씩 선정하였다. 그렇게  7  3박은 강변 호텔로, 4박은 도심 호텔로 결정하면서 방콕 전체를 두루두루 느끼고 경험할  있도록 계획했다. 호텔 선정을 마치고 나니 괜스레 마음이 편해졌다. 한결 편해진 마음으로 유튜브 여행 브이로그를 참고하고 태국 여행 네이버 카페를 가입하여 매일 수많은 후기글을 읽으며 아이와 함께 방콕을 느끼고 즐길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했고  번의 계획 수정 끝에 최종 일정을 픽스했다.


국에 약국차리러 가는 사람 나야나

 여행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캐리어를 거실에 그대로 펼쳐두었다. 리스트에 있는 물품은 어느 정도 정해졌지만 집안 곳곳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물품은 그때그때 채워 넣을 요량이었다. 9  옷이 가장  부피를 차지했고 이어서 수영/물놀이 용품 그리고 인당  켤레씩 되는 신발들이 이어서 캐리어를 차지했다. 각종 세면도구, 편의용품들은 가기 전날 아침에 마지막으로 캐리어를 차지했다. 여권, 바우처  중요한 물품은 남편과 나의 핸드캐리 가방에  넣어두고 최대한 위험을 분산시켰다. 환전한 현금은 30  정도로만 하고, 한국에서 환전한 바트화를 체크카드 형식으로 사용할  있는 트래블 카드를 신청하여 현금 분실 위험 없이 아주  사용하였다. 짐을 싸며 내가 가장 많이 신경 썼던 부분은 비상약품이었다. 동남아 국가 특성상 물갈이를  수도 있고, 향신료 가득한 현지 음식을 먹다 보면 탈이날 위험 있을  같았다.  외에도 아이가 키위에 알레르기가 있어 이외의 처음 맛보는 열대과일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진 않을지도 걱정되어 세세하게 비상약품 목록을 짰다. 약국에서 판매되는 약은 구매 했고, 처방을 받아야 하는 약들은 아이가 다니는 소아과 선생님께 말씀드리고 처방받아 준비를 마쳤. 태국에 약국 차리러 가는 사람처럼 약을  푸대 넣고 나니 비로소 여행 준비가 끝난  같은 안심이 들었다. 이번 여행은  어떤 이유로도 조금도 망치고 싶지 않은 나의 욕심 때문에 수많은 약들은 영문도 모른  우리 캐리어에 실려 태국까지 가보는 영광(?) 누리게 되었다.

수화물 분실 위험 대비해서 그린 가방 도식도. J 흉내를 내보고 싶었던 P.
위장약, 알러지약, 지사제 부터 모기기피제까지 다양하게도 챙긴 엄마표 약국. 하나도 안쓰고 돌아와서 너무 다행이다.
드디어 출발이다.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떠나는 그날이 왔다. 새벽부터 분주히 움직여 마지막으로 짐을 챙기고, 친정 아빠가 태워주는 차를 타고 인천 국제공항으로 갔다. 가는  내내 들뜬 아들 녀석은 새벽 5시부터 잠시도 입을 쉬지 않았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공항의 냄새. 그동안 아들은 대구국제공항만을 이용한 터라 인천국제공항의 풍광이 그에게 얼마나 신선하고 놀라웠을지, 둥그레진 눈을 보며 짐작할수 있었다. 수화물을 부치고 한껏 가벼워진 몸으로 환전한 돈을 찾으러 갔다. 일찍 도착한 탓에 속전속결로 진행되니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남은 시간 동안 오빠는 라운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나와 아들은 공항 곳곳을 탐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들은 대구 국제공항과 비교도  되는 인천공항의 크기와 위엄에 감탄했고, 앞으로는 인천공항만 오고 싶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좌) 나름 엄마와 커플티를 맞춰입고 신난 아들 (우) 대한항공이 스카이팀 소속이라 제 2터미널에서 타야한다는걸 알게된 아들

공항에서 보내는 시간은 그 설렘 때문인지 매우 빠르게 흘렀다. 승무원 누나들의 환대를 받으며 비행기에 올라탄 아들. 어린이 헤드셋을 받자마자 익숙한듯 착용하고 기내식을 기다리며 설레한다. 드디어 출발. 오랜 기다림만큼 재미난 추억들만 쌓고 오길 바라며. 여행기는 To be continued!

(좌) 하필 지정한 좌석이 날개석이었던 엄마의 실수 ㅋㅋ (우) 타자마자 헤드셋 쓰시고 즐거운 시간 보내는 아들과 모질이표정짓는 아빠


매거진의 이전글 썰매장에서 생긴 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