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단이 Dec 05. 2022

[아이와 방콕] 어서와 이런 동물원은 처음이지?

카오키 오픈주(Open Zoo) 탐방기

카오키 오픈주는 방콕에서 차로 약 한시간 반 거리에 위치한 동물원이다. 방콕에서 파타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탓에 이동 중간에 잠시 들려보는 장소이기도 하고, 주변에 골프장이 있어 골프 일정 중에 짬을 내어 찾는 장소이기도 하다. 우리는 그 어느 쪽에도 해당되지 않았다. 보통 방콕에 가는 많은 유아 동반 가족들은 방콕 시내에 있는 사파리 월드를 찾곤 한다. 나 역시 처음엔 이동거리가 가깝고 많은 사람들이 찾는 사파리 월드 쪽으로 일정을 계획했으나, 검색에 검색을 거듭하다 보니 카오키 오픈 주가 눈에 들어왔다. 각각의 동물원마다 결정을 고민케 하는 훌륭한 장점들이 있었지만, 방콕에서만 해볼 수 있는 진귀한 경험은 어느 쪽 일지를 생각하니 카오키 오픈주로 쉽게 마음을 결정할 수 있었다.


비교적 긴 이동시간이 소요되고, 아이의 에너지를 많이 필요로 할 것 같아서 업체와 컨택하여 프라이빗 택시를 대절하였다. 동물원 입장료와 왕복 택시비가 포함된 금액으로 3인 기준 한화 170,000원가량이 들었다. 오전 8시에 호텔 로비에서 기사님을 만나는 것으로 여정이 시작되었다. 이른 아침인지라 방콕의 교통체증을 마주하지 않은 채 시원하게 고속도로를 달렸다. 아이는 고속도로 양옆의 수많은 옥외 광고판들을 보며 무엇을 광고하는 것인지 맞추며 재잘대다 이내 잠들었다. 남편은 앞자리에서 동물원에 대한 정보를 꼼꼼히 수집하느라 마음이 바빠 보였다. 나는 모처럼 편안하게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쉬는 그 시간이 그리 지루하지 않았다.


동물원 인근에 도착하니 아이가 기가 막힌 타이밍에 잠을 깼다. 기사님은 티켓을 구매하러 가시고 그동안 우리는 밖에 나갈 채비를 하였다. 오픈 주라는 이름답게 이곳에서는 동물들이 자유롭게 정해진 구역 안에서 서식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동물원의 관리상태가 엄청 좋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동물들의 표정이나 행동들이 기존에 내가 다녔던 동물원에 비해 한결 편안해 보였던 것은 사실이다. 자연 그대로의 동물원인지라 그 규모가 매우 넓었다. 차로 돌아다니며 볼 수 있는 핑크존과 골프카트를 대여하거나 트램으로 돌아다니며 볼 수 있는 그린존으로 나뉜다. 아들은 특히 그린존에서 골프카트를 타고 그림지도를 보며 보고 싶은 동물들을 찾아다니는 방식을 재밌어했다.

동물원 지도. 광활한 동물원을 탐방하기에 지도는 필수:)


우리는 먼저 핑크존을 택시기사님과 함께 투어 했다. 코끼리 쇼를 보기 전까지 시간이 남아 먼저 코끼리에게 먹이 주는 체험을 시도했다. 나 역시 살면서 한 번도 코끼리에게 먹이를 줘본 적은 없는터라 흥미가 있었다. 동물마다 줄 수 있는 먹이의 종류는 각각 달랐고 해당 동물을 보러 가는 입구에 있는 유인 판매대에서 구매할 수 있었다. 가격은 30밧(한화 약 1000원)으로 동일했고 현금으로만 결제가 가능했다.

재미나 보이는 엄마와 아직은 살짝 겁먹은듯한 아들


코끼리는 초식동물답게 푸릇푸릇 보기에도 맛깔 나보이는 풀더미를 먹었다. 모두가 아는 노랫구절처럼 풀더미를 코로 받아서 입으로 넣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코로 무언가를 잡는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얇디얇은 풀더미를 코 근육을 이용하여 돌려 잡기 하는데, 정말 손으로 집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코로 잡은 풀더미는 바로 입속으로 들어가 눈 녹듯 사라지는듯했다. 아이보다 어쩌면 내가 더 신기했을지 모른다.


뒤이어 코끼리 쇼를 보았다. 코끼리가 무대 위로 나타나 별안간 샤워호스 밑에서 샤워를 한다. 시원하게 내리꽂는 물줄기로 육중한 몸 구석구석 샤워를 마치더니 응가를 한 포대 싸는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축구공만 한 코끼리 응가에 아들은 제법 놀란 눈치였다. 목욕재계를 다 마친 코끼리는 이내 그의 몸이 다 잠길만한 목욕탕으로 들어와 수중 퍼포먼스를 보였다. 돌고래쇼 같은 대단한 묘기를 부릴 거라 기대했는데 그저 수중 코끼리 발레를 보는듯한 몸짓에 만족해야 했다. 그래도 물속에 완전히 잠긴 코끼리의 모습은 신기했다.  

(좌) 코끼리 샤워 엿보기 (우) 물속 코끼리 쇼


이어서 기사님을 따라 동물이 서식하는 스폿 스폿을 돌며 동물친구들을 찾아 나섰다. 동물들은 바위 뒤 또는 바닥에 딱 붙어서 방해받지 않은 채 자신들의 생활을 즐겼다. 볼 테면 봐라 우린 이렇게 누워있을 테다 하는 패기가 우습지만 맘에 들었다. 아이와 나는 동물 숨은 그림 찾기라 명명하며 숨어있는 녀석들을 먼저 찾는 일종의 게임을 벌였다. 몸집이 큰 녀석들은 금방 눈에 띄었고 도마뱀과 같은 작은 녀석들은 결국 이내 모습을 찾지 못하고 지나가기도 했다. 박쥐, 캥거루, 코알라, 하마, 거북이, 오 라우탄의 서식지를 구석구석 탐방하며 핑크존 관람을 마쳤다.

(좌) 하마 (우) 공작
거북이 가족들과 이름을 까먹은 너구리 꼬리같은 녀석들 ㅋㅋㅋ

이어서 아들이 매우 기대했던 그린존이었다. 그린존 구경을 위해 이동할 수 있는 수단은 골프카트와 트램이 있었는데, 우리는 아들의 적극적 주장을 반영해 골프카트를 대여하여 이동하였다.

골프카트는 어린이가 조작할 수 없다. 남편이 운전하고 아이는 핸들을 잡아보는 식으로 체험하게 해주었다.

골프카트는 두 시간에 550밧(한화 약 22,000원)였고, 운전면허증을 포함한 신분증이 있어야 했다. 남편이 조작법을 간단히 익히고 바로 출발하였다. 첫 번째 만난 동물은 사슴이었다.

동물원에서 일하시는 분인지?


눈망울이 아주 예쁘고 귀가 쫑긋한 캐러멜 마끼아또 색의 녀석들이 군집을 이루어 잔디 위에서 배회하고 있었다. 카트를 주차하고 먹이를 구매하여 녀석들에게 다가갔다. 아주 어린 친구들만 빼면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먹이를 들고 가니 반기는 녀석들. 남편이 사육사 마냥 사슴의 먹이를 주고 있는 동안 아이와 나는 사슴의 등을 쓰다듬으며 촉감을 느꼈다. 예상과는 달리 빳빳한 털 느낌에 흠칫했다. 귀여운 녀석들과 작별하고 바삐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펭귄 녀석들을 만났다. 퍼레이드를 마친 펭귄들은 허기져 보였고 아들은 펭귄에게 물고기 주기 체험을 하였다. 물고기 네 마리가 든 스텐 통을 들고 녀석들에게 다가가 입에 물고기 한 마리씩을 넣어주었다. 비교적 긴 부리로 물고기 한 마리를 통째로 잘도 먹었다.

큰 물고기를 날름날름 잘도먹는 펭귄이 조금은 무서워졌다.

다음 코스는 코뿔소였고, 코뿔소에게는 먹이는 주지 않았지만 가까이에서 그 뿔의 크기와 강도를 짐작하며, 아둔한 몸집에도 저 뿔 하나로 자신을 지키는 생존이 가능하겠구나 싶었다. 코뿔소를 보고 나오는 길에는 세상 예쁜 핑크색 홍학들이 군집을 이루고 있었다. 앉아있을 땐 핑크색인지 몰랐는데 우리가 다가가자 한놈이 각선미를 뽐내듯 일어나 자신이 얼마나 아름다운 존재인지 알리고 싶어 했다.

(좌) 코뿔소 뿔 정말 무셔워 (우) 핑크홍학의 자태 아름다워


다음은 기린이었다. 기린의 먹이는 나뭇가지 그 잡채였는데, 기린은 긴 회색 혀로 나뭇가지 대만 남기고 붙은 나뭇잎을 쓸듯이 먹어치웠다. 아들 말로는 슬라이드 하면서 먹는다며. 나뭇가지대를 잘 잡고 있으면 기린이 수많은 나뭇잎을 훅 쓸어가는 슬라이딩 쇼를 볼 수 있다.

(좌) 아프리카 존에서 만난 기린과 타조 (우) 슬라이드하는 기린녀석

이어서 늠름한 수사자도 보고 거기를 지나다니는 공작 녀석들도 마주하고 나무를 넘어 다니는 긴팔원숭이들도 감상했다.

긴팔로 휘적휘적 나무사이를 잘도 이동하던 긴팔원숭이

무더운 날씨였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고 습한 기운 때문에  지치기도 했다. 그래도 서른다섯 해를 살아오면서도 나 역시 아직 해보지 못한 경험들을   있었고, 아들이 난생처음 타본 골프카트를 이용해 이동하는 일을 너무나 신나했다. 코끼리가 코를 손으로 사용하고 기린이 나뭇잎 슬라이드를 할 때 휘둥그레지던 녀석의 눈빛, 우와 하는 작은 탄식들. 널브러진 듯 편안해 보이는 동물들의 모습. 모든 것은  이동거리와 무더운 날씨를 잊게 만드는 이유가 되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그는 완전히 곯아떨어졌다. 신나는  앞에선 재미나게 놀고,   있는 틈이 있으면  쉬고,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그릇까지 싹싹 긁어먹는 여행 둥이 덕분에 즐겁게 하루를 마무리   있었다. 오늘 하루 행복한 일정을 도와주신 기사님께 팁을 두둑이 드리고 방콕의 한 레스토랑 앞에서 작별인사를 하였다.  


+) 카오키 오픈주 팁

1) 골프카트 안에 절대로 음식물이나 가방을 놔두지 않을 것 : 동물원 전체 구석구석 서식하고 있는 원숭이 녀석들이 골프카트를 늘 노리고 있다. 음식물이 있는 카트는 반드시 떼로 올라타서 난장판을 만들어놓는다. 가방은 내용물을 다 뒤집어 놓을 테니 꼭 카트 정차 후 다 갖고 내리는 것을 추천한다. 핸드폰을 가져간다는 후문을 듣고 우리 가족은 그들을 원숭이 도적떼로 불렀다.

착해보이지만 속에는 능구렁이가 앉아있는 몽키가족들 ㅋㅋㅋ


2) 매점 : 아이스크림이나 차가운 음료를 파는 매점이 곳곳에 있다. 때때로 어떤 매점은 햄버거를 팔기도 하고, 아래쪽엔 세븐일레븐 편의점이 위치하여 요깃거리를 할 수 있는 곳은 많다. 다만 정식으로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은 없는 것 같아서 우리는 아침식사를 든든히 먹고 배를 채우고 도착하여 간단한 요깃거리로 버틴다음 방콕 시내로 돌아가 레스토랑에서 푸짐히 먹는 편을 선택하였다.


3) 현금 필수 : 골프카트, 먹이주기 체험, 매점에서 음료 구입 등에 현금 온니인 경우가 많다. 현금을 두둑이 챙겨가는 것은 필수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이와 방콕] 여행 프롤로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