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언은 참 쉽다. 그게 꼰대짓이든, 선비질이든, 옳고 그름을 떠나서 남의 상황에 해결을 얹는 건 참 쉽다. 내 일이 아닌 남의 일은 풀이 과정이 아닌 답만 적는 객관식 시험과 같으니까. 잘은 몰라도 해결법만 말하면 된다.
누군가 와서 자기가 정말 사고 싶은 가방이 있는데 돈이 부족하다고 한다. 돈을 모으라고 한다. 더 모을 수는 없다고 한다. 그럼 사지 말라고 한다. 그럼 그 가방을 사면 이런 때 저런 때 활용하면서 쓰기 좋다고 한다. 그럼 비슷한 다른 가방을 사라 한다. 그건 이거랑 다르다고 트집 잡는다.
상황을 단번에 해결해 줄 조언을 3개나 건넸지만 당사자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오히려 자기 일 아니라고 너무 쉽게 말한다고 화를 낸다.
너무 쉬운 일이라 쉽게 말 한 건데 그럼 쉬운 일을 얼마나 어렵게 말해야 하는 걸까?
물론 이렇게 말했다가는 "너 T야?"소리를 면치 못한다.
사람 마음이라는 게 참 구질구질하고 질척거려서 단칼에 잘라내기 어려운 법이니까.
하지만 다시 잘 생각해 보자. 내가 사고 싶을 때야 그 물건이 포기할 수 없는 단 하나의 해결책인 거다. 그 가방이 없어도 물건은 잘 담아왔고 남들에게 보일 만큼 보이며 살아왔다. 지금보다 좀 더 나아질지는 모르겠지만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구멍을 메우는 일은 아닌 거다. 사면 좋고 아니면 지금과 다를 바 없는 것. 못해서 나빠지지도 않는다는 거다.
사실 이것저것 따져 들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한발 물러서서 보면 별거 없다.
가치. 목적. 목표. 욕망. 그리고 마음.
나에게 중요한 게 남에겐 중요하지 않는 것처럼 내 관심이 쏠려 있을 때만 중요할 뿐이다. 지금 내 머릿속을 헤집고 마음을 찢고 온몸을 옭아매는 모든 것이 사실 별거 아닐 수도 있다.
굳이 마음에 너무 세게 휘둘릴 필요는 없다. 끊어내기 어렵다면 그냥 다른 것에 관심을 옮기면 되니까. 관심이 옮겨지면 그 일은 이전만큼 심각하거나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따지고 보면 별것도 아닌 일에 쩔쩔매는 나 자신에게 꼰대가 되고 선비가 되자.
사실 붙들어 맨 손만 펴보면 다 별거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