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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다희 Nov 06. 2020

사자굴 속 다니엘

너를 사랑해 어떤 일이 닥쳐도.

둘째가 다니는 학교는 크리스천 아카데미, 즉 개신교를 바탕으로 한 기독학교다. 아이의 학교에선 매주 하나의 성경 이야기를 주제로 정하고 매일 조금씩 그 이야기를 나눈다. 이번 주 주제는 '사자굴 속 다니엘' 이야기였다.


아이가 어제까지 배운 사자굴 속 다니엘 이야기의 줄거리는 이렇다.


바벨론의 벨사살 왕이 죽고 바벨론이 멸망하면서 메대 사람 다리오가 왕이 되었다.(메데-바사(페르시아) 시대) 다리오 왕은 고관 120명을 세워 전국을 통치하게 하고 그들 위에 총리 셋을 두었는데 그중 한 사람이 다니엘이었다. 다니엘은 총리들 중에서도 매우 뛰어나서 다른 이들의 시기를 한 몸에 받게 되었다. 충성스럽고 허물이 없었던 그를 고발할 근거가 없자 그를 시기하는 자들은 꾀을 내어 왕을 찾아간다. 삼십일 동안 누구든지 왕 외에 어떤 신에게나 사람에게 기도하면 사자 굴에 던져 벌하는 법률을 세우자고. 그리고 왕은 그 법률에 도장을 찍었다. 하지만 다니엘은 그 사실을 알고도 매일 하던 대로 창문을 열고 하루 세 번씩 무릎을 꿇고 하나님께 기도했다. 그리고 그를 시기하던 자들은 그 모습을 보자마자 고발하여 다니엘을 사자굴 속에 던져 넣는다.




사자굴 속에 던져진 다니엘의 그림을 보며 아이의 눈이 흔들렸다. 아이는 겁에 질린 얼굴로 말했다.

"엄마, 사자가 물면 다치지 않아...? 사자는 이빨이 뾰족뾰족하고 입도 엄청 크잖아..."

아이는 옛날 시대에 이런 벌이 있었다는 것에 적잖이 충격받은 것 같았다.


사자굴 속 다니엘, 페테르 파울 루벤스 작품


나는 대충 대답했다.

"아주 많이 다치지, 너무 많이 다쳐서 죽을 수도 있지. 사람들이 다니엘을 너무 시기하고 질투했거든."

아이는 그림을 한참 동안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 무언가 결심한 듯 결연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엄마,
만약에 엄마가 사자굴에 들어가면
나는 같이 들어갈 거야.
엄마랑 같이 있어줄 거야.


나는 아이의 말을 듣고 마음이 쿵 했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부모가 아이를 사랑하는 것과 아이가 부모를 사랑하는 것을 비교하면 어떤 사랑이 더 클까? 아이들은 저 조그마한 머리로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며 사는 걸까?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오늘은 다니엘 이야기를 끝맺는 날이다.


다니엘을 아끼던 다리오 왕은 밤새 잠을 못 이루다가 이튿날 동이 트자마자 급히 사자굴로 뛰어갔다. 왕이 다니엘을 부르자 사자굴에서 반가운 다니엘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의 하나님이 사자들의 입을 봉하셔서 사자들이 나를 상해하지 못했다고, 그리고 나는 당신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았다고, 다니엘이 외쳤다. 그리고 다니엘의 몸은 조금도 상하지 않았다.
 
다니엘이 무사한 모습을 보자, 아이의 표정이 무척 밝아졌다. 인상 쓰며 심각하게 이야기를 듣던 아이가 드디어 웃는다.


아이는 착해진(?) 사자들을 신나게 색칠했다. (신나게만 색칠했다! ^^)


5살 꼬마는 이야기를 들으며 상상했었나 보다.

엄마에게 닥칠 수 있는 무서운 상황을. 그리고 아이는 '같이 있어주는 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다. 이미 아이는 어떤 것이 사람에게 정말 위로가 되는 방법인지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사자는 무섭지만 두려운 마음보다 엄마를 사랑하는 마음이 더 큰 아이. 그 사랑이 참 고맙고 부끄럽다.


반려 동물을 키워본 사람은 알아요. 누군가 순수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내 존재를 소중하게 여기는 시선이 얼마나 위로가 되는지를. 그 위안 덕에 마음이 절로 움직이지요. 늘 되진 않지만 그런 눈빛, 아이들에게 주도록 해요.
-서천석 님의 하루 10분, 내 아이를 생각하다


이제 나는 내 이름보다 누구누구 엄마라고 불리는 게 더 좋다. 내가 내 자신을 사랑하는 것보다 더 나를 사랑해주는 누구와 누구가 있다는 뜻이니까.


엄마, 우리의 소원은 '엄마가 웃고, 엄마가 행복한 거야'라는 맑은 눈빛의 아이들에게 나도 같은 눈빛과 미소를 줄 수 있도록. 기대와 욕심과 걱정과 비교를 뺀 순수한 나의 사랑을 아이들이 느끼며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나의 미소에 만족하면 아이들은 사고 싶은 인형을 검색한다. 첫째는 포켓몬 나무지기, 둘째는 야옹이 인형. 푸하하 그래도 엄마의 미소가 먼저다!)

(아, 그리고 그 얘기를 옆에서 듣던 우리 첫째 아들은 전설의 포켓몬을 소환해서 사자를 다 무찔러준다고 했다. 이 정도면 난 세상에서 두려울 게 없다. ㅎㅎ)


너를 사랑해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어떤 일이 닥쳐도, 내가 살아있는 한 너는 늘 나의 귀여운 아기. -Love you forever by Robert Muns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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