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싶은 건 많고요,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생각은 많고 실행은 어렵고
하고 싶은 게 많아서 무작정 회사를 뛰쳐 나왔다. 퇴사 전에는 모자라던 시간들이 이제는 넘쳐나다 못해 흘러 넘치고 있다. 넘쳐나는 이 시간들을 어떻게 배분해야 할지 아직 잘 모르겠다. 나만의 방향을 만드는 힘을 길러야 할 시점이다.
멍하게 있다보면 생각들이 자라나기 시작하는데, 놀랍게도 생각은 항상 한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다.
당장 해야할 일을 생각하다가도 나 혼자 이렇게 멈춰있나라는 생각으로 다시 반대방향으로 생각의 기류가 바뀌기도 한다. 원래는 생각하는대로 바로 실행하는 실행파에 가까웠는데, 어느 순간부터 실행으로 옮기기 전까지의 단계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진입단계가 높아졌다고 해야 하나. 좀 더 신중하게 행동하자는 무언의 신호 같기도 하다. 하지만 가끔은 이 신호가 내 길을 막는 걸림돌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도망친 곳에 자유는 있다.
마지막 회사와 결별을 했다. 내가 찼지만 차인 것 같은 이 찝찝한 기분을 해소할 수 있을까
이 기분을 해소하는 방법은 바로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 이다. 퇴사 후 바로 뉴스레터를 만들던 파트너와 함께 노션을 주제로 콘텐츠를 만드는 '노션남매'를 만들었다.
https://www.instagram.com/notion_nammae
초창기의 콘텐츠는 아무런 특징도 컬러도 없는 무미건조한 콘텐츠로 시작했다. 회사를 바로 그만둔 나에게는 현재로서 깊이보다 속도가 더 중요했다. 그렇게 매일 1일 1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에 오르지 않던 팔로워도 꾸준하게 오르더니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주춤하던 상승 곡선은 어느새 더이상 오르지 않는 직선이 되버렸다. 생각보다 노력은 나를 배신할 때가 많은 것 같다. 배신감에 잠깐 현타가 오기도 했지만, 어쩌겠는가
하루하루 성실하게 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으니,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묵묵히 하기로 했다.
우리 이대로 괜찮을까?
느리게 갈 때는 풍경을 감상할 것
이왕 묵묵하게 느리게 가는 거, 주위의 풍경들을 감상하기로 했다. 새롭게 나를 환기시켜줄 일이 없는지 살펴보기 시작했다. 아예 관계가 없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면 본업에 더 많은 시너지를 낼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시작하게 된 사이드 프로젝트는 바로 '크라우드 펀딩'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하는 데 있어서 기준은 명확했다.
1. 투자금이 들어가지 않을 것
2. 리소스가 너무 많이 투여되지 않을 것
3. 아예 관계가 없는 새로운 장르일 것
그렇게 시작한 첫 번째 크라우드 펀딩은
https://tumblbug.com/seamonsters
'바다괴물도감'이라는 너무나 뜬금없고 생소한 주제로 시작했다. 아예 다른 분야로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다보니, 노션을 활용해서 크라우드 펀딩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역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땐 딴짓을 해야 한다. 그렇게 딴짓을 통해 노션남매의 크라우드 펀딩이 시작되었다.
존버는 승리한다
2023년 5월, '노션남매' 계정이 드디어 1.5만명의 팔로워가 생겼다.
하루종일 인스타 콘텐츠의 제목을 정하느라 시간을 허비한 적도 많고, 반응 없는 콘텐츠와 씨름하느라 하루를 버린 적도 많았다. 결과가 아닌 과정에 욕심을 내자. 내가 예측할 수 있는 부분에서 힘을 내야 예측할 수 없는 결과가 나온다고 믿는다.
잘 하고 있는 걸까
2024년도 벌써 하반기에 들어섰다. 완연한 봄도 다 지나가고, 밤새 메마른 땅을 적시던 빗방울도 그치는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상반기가 지나면서 내가 잘 하고 있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내가 하는 일이 나를 대변할 수 있을까? 새로운 일들을 많이 벌이기 시작하면서 기존에 하던 일들에 대한 의문을 가지기도 했다. 너무나 당연하게 결과라는 수치로 비교할 수 밖에 없고, 그 수치로 인해 주눅이 들기도 허무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는 게 진정한 성공인건지 내가 나 스스로 만족하면서 사는 게 성공인건지 헷깔리기도 한다. 그 때문에 이유없는 질투가 고개를 들어 나를 툭툭 치기도 하고, 참을 수 없는 분노로 밤잠을 설친 적도 많다. 인정받고 싶다면 어떤 사람으로 인정 받고 싶어 하는 걸까.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나의 발목을 잡는 건 아닐까 생각하기도 한다.
요즘 들어 자의든 타의든 기회들이 나에게 오다가 문앞에서 넘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간절히 원한 건 아닐지라도 두 번 이상의 우연이 모여 필연이 되는 건 아닐까 괜시리 걱정되기도 한다. 하지만 또 다른 기회가 찾아오기 위해 자리를 미리 비워두는 건 아닐까
내가 진짜 하고 싶고 되고 싶은 건 뭘까. 단순히 일을 많이 하는 걸까. 확실하게 그건 아니다.
내가 일을 많이 하는 것은 무언가를 원하는 욕망들이 뒤섞여 일로 발현되고 있는 것 같다. 사실 나 조차도 그걸 모르겠다. 내가 진짜 좋아하는 건 뭔지 잘 하는 건 뭔지 나를 제대로 아는 연습을 해야겠다.
그래도 꾸준히 겁내지 않고 다양하게 도전할 예정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언젠가 나의 점들이 모여 원을 이룬다고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다. 새로운 기회들을 잡아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