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로 살아가고 있나요?
1년 남짓 머물렀던 자취방을 정리했다.
익숙했던 공간을 떠나 본가로 돌아오니,
여전히 곳곳에 내 흔적들이 남아 있었다.
엄마가 차려준 밥은 여전히 맛있었다.
혼자만의 시간만을 오롯이 사랑하는 줄 알았던 나는,
지독하게 혼자가 된 뒤에야 깨달았다.
타인과 나누는 시간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는 걸.
요즘 들어 나는 매일 생각한다.
나는 뭘 하고 싶은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새벽마다 한 시간 반 거리를 걸어오다 보면,
내 안에 이렇게 많은 말들이 있었나 싶다.
하는 일은 많지만,
정작 나는 무엇을 진짜 원하는 걸까.
한때는 남들에게 보여지는 숫자가 중요했다.
공허한 마음을 모른 척했고,
마음이 맞지 않는 사람과 함께 해도
괜찮은 줄 알았다.
때로는, 내가 나로 살고 있는지조차 모를 때가 있었다.
그럴수록 보여지는 것에 집착했고,
누구나 납득할 수 있을만한 일들을 골라 하곤 했다.
나는 이제,
뭉근하게 오래 끓이는 수프처럼 살아가고 싶다.
조급해하지 않고,
시간이 흘렀을 때 더 깊은 맛이 나는 사람으로
그래서 다시 한 번,
나만의 정체성의 기둥을 세워보기로 했다.
조금만 더 해보자.
내가 나로 살아가는 힘,
정체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