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 글을 연재한 지 3년이 지났다. 그러니까 이 글은, 2020년도 이후로 처음 쓰는 내 생각이다. 이 글에는 소설 이론도, 잡학 지식도 없다. 그냥 내 근황에 대한 두서없는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30대가 되었다. 아직도 먹고 있는 정신과 약은 10알이 넘고, 새벽에 몇 번씩 잠에서 깬다. 그렇지만 내가 친구를 만날 때마다 하는 얘기는 30대가 20대보다 훨씬 더 좋다는 종류의 것이다. 인생은 나선형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위에서 보면 똑같은 원을 그리고 있는 것 같지만, 옆에서 보면 그 높이가 조금씩 조금씩 높아지고 있는 게 아닐까. 20대에는 한번도 하지 않은 생각이다. 친구와 얘기한다. ㅇㅇ야, 서른 살 정말 좋다. 너무 좋아. 서른 한 살은 얼마나 더 좋을까? 서른이 되어서야, 나는 새해가 오는 것을 기대하게 되었다.
다른 사람에게 화를 내 본 적이 없다. 소리를 질러본 적도, 욕을 해본 적도 없다. 내 화는 언제나 나에게로 향했으니까. 10대 때부터 나를 괴롭게 한 것은 꿈이었다. 꿈속에서 누군가 내게 해서는 안될 짓을 하는데, 나를 화나게 하고 욕하고 더럽히는데, 나는 거기서 그 누군가에게 한마디도 할 수 없는 것이다. 나는 그냥 가만히 서서 온갖 수모를 당하고 있었다. 뭔가 조금이라도 말을 하려고 하면 바로 꿈에서 깨어났다. 그 꿈들은 고모가 내게 칼을 휘두른 날부터 더 심해졌다. 꾸준히 누군가 나를 괴롭히는 꿈을, 고모가 나와서 나를 욕하고 때리고 칼로 찌르는 꿈을 꿨다. 여전히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꿈에서 깨고 나면 늘 지쳐 있었고 힘들었고 하루를 시작하는 게 벅찼다.
얼마 전 다시 그 꿈을 꾸었다. 역시나 고모가 내게 온갖 욕을 하는 꿈이었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내가 말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꿈 속에서 나는 고모에게 악에 받쳐 소리쳤다. 씨발년아! 고모가 나를 처음 보는 표정으로 쳐다보았고 그 순간 꿈에서 깼다. 창밖은 여전히 어두웠지만 알 수 있었다. 아침이 오고 있다는 걸.
나는 조금씩 괜찮아지고 있다. 브이로그를 만들면서 특히 많이 느꼈다. 카메라 앞에 앉아서 내 생각을 말해야 할 때가 많으니까. 영상을 찍으면서 나는 내게 조금 더 솔직해졌고, 내가 웃을 때 그렇게 나쁘지는 않은 얼굴이라는 걸 알았고,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도 알았고, 내가 글을 다시 쓰고 싶은 상태라는 것도 깨달았다.
이번에 신춘문예를 준비하면서, 내가 썼던 글을 다시 쓰고 고치면서 아주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건 내가 글을 처음 쓰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사실은 처음으로 신점을 봤다. 이번에 당선이 될 지 안 될 지 궁금해서. 한 질문에 만 원에서 만 오천원씩 받는 곳을 찾아 네 군데를 봤는데, 두 군데는 긍정적이었고 두 군데는 부정적이었다. 신기했지만 일희일비하지는 않았다. 당선이 안 되더라도 나는 계속 글을 쓸 테니까. 새 소설을 구상중이다. 애써 침잠시키려고 했던 무언가가 말 그대로, '수면 위로' 드러나는 얘기다.
딱히 생각하려고 한 건 아닌데 글을 쓰다 보니 테일러 스위프트의 Clean이 생각났다. 그래서 붙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