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담에 대처하는 법
"내가 우리 회사 차장님과 사귄다고 소문이 났대. 그분, 여자 친구 있으시거든. 내가 일방적으로 수작을 부려서 차장님과 요즘 데이트 중인 걸로 다들 알고 있다 하더라고. 어떡하면 좋을까?" 친구가 어두운 얼굴로 나타나서는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 차장님과 사귀는 거 맞아? 아니면 썸이라도?" "아니, 말도 안 되지. 프로젝트 하나를 같이 하고 있어서 조금 자주 보는 정도야. 절대 아무 사이도 아니야."
나는 친구에게 아무 사이도 아니라면 그 말을 전해 준 사람과 멀리 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험담은 일종의 뒷담화다. 그 대상자가 없는 상태에서 사람들이 주고받는 부정적인 말이다. 험담을 들었을 때 당사자에게 전해 주어야 하는 경우는 딱 한 가지밖에 없다. 곧 벌어질 사태에 대비해야 할 때. 실제적인 불이익을 가져다주는 상황을 현실적으로 맞닥뜨리게 되는 경우라면 전해 줄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덮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또한 조직적인 인신공격을 위해서 여론을 형성하는 게 아니라면, 굳이 대화를 보탤 필요도 그걸 전해 줄 이유도 없는 게 험담이다. 험담이라는 게 고의적이고 악의적인 의도가 있는 게 아니라면 순간적으로 감정이 상해서 별 뜻 없이 툭 뱉은 말일 확률이 높다. 그럼에도 험담은 빨리 퍼진다. 왜일까? 왜 우리는 험담에 끌리는 걸까?
우리 모두 진실을 알고 싶어 하는 욕망이 있고 부정적이고 자극적인 이야기는 호기심을 자아내기 때문이다. 평상시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타인의 좋지 않은 면을 들으면 내가 몰랐던 모습이 진실에 가깝다고 착각하게 된다. "너한테만 하는 얘기인데...", "우리끼리 얘긴데...", "내가 어디 가서 남의 말이나 전하는 그런 사람 아닌 거 알지? 그런데 있잖아..."라는 말로 시작되는 험담은 왠지 진실처럼 들리면서 귀가 열린다. 우리는 도덕적으로 험담을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암묵적으로 험담과 뒷담화는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인지하고 있다. 그래서 터부를 범하면서까지 하는 험담은 심리적으로 진실된 것으로 착각하게 된다. 뒤에서 타인을 헐뜯는 행위를 함께 하면서 공범 의식 비슷한 것이 생기면서 이로 인해 결속력이 다져지고 친밀도가 높아지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험담에 끌린다. 그런데 이 험담은 당사자에게 상상 이상의 상처를 주며 ‘우리 중 누구나 험담의 대상이 될 수 있다’라는 심리적인 불안으로 무리와 조직을 속에서부터 무너뜨린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교과서 같은 얘기이긴 하지만, 험담은 그 자체로 아주 나쁜 것임을 무리 내에서 함께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험담을 하는 사람은 은밀한 정보를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해를 가하고 조직의 분위기를 망치는 사람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둘째, 험담을 들어주는 것도 험담을 하는 것만큼이나 나쁘다고 여기고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험담의 당사자에게 나쁜 영향을 끼치는 것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셋째, 험담이 시작되었을 때 다른 주제로 얼른 바꾸는 것도 효과가 있다. 누군가가 주제를 바꾸었을 때 여기에 재빨리 동조해 주는 것도 험담을 줄이는 방법이다.
넷째, 험담을 전해주는 사람을 멀리 하기이다. 뒤에서 은밀하게 오고 간 험담을 생생하게 중계하는 사람은 수상하다. 험담자가 큰 의미를 두지 않고 한 말을 과장해서 전하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험담 전달자가 험담을 하고 싶은 장본인 경우도 있다.
내가 뱉은 말은 나를 벗어나는 순간 '타인의 언어'가 된다. 타인의 언어로서의 험담은 일종의 폭력이다. 당사자의 귀에 들어갔을 때의 상처와 분노는, 때로는 상상이상이다. 험담을 하고 싶은 욕망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뒷담화를 전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해질 때 그 무게와 파괴력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며 마음을 다잡아 보자. 내 한 번의 참음과 주저함으로 세상이 조금 더 아름다워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