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재현 Jan 07. 2024

큰딸 시아에게 들려주고 싶은 와인 이야기 3

와인과 코르크 마개

시아야! 오늘은 코르크 마개, 더 이해하기 쉽게 와인 마개 또는 와인 뚜껑에 대해 얘기해보려고 해.


먼저 와인이 아닌 다른 술들을 한번 살펴볼까?

병맥주는 주로 '왕관'이라고 부르는 병 뚜껑을 마개로 사용하고 병따개 또는 병따개가 없을 때는 숟가락을 사용해서 뚜껑을 따지. 대부분의 소주는 병 뚜껑을 손으로 돌려서 따는 스크루 캡/트위스트 캡을 마개로 사용해서 다른 도구의 도움 없이 손으로 딸 수 있어.


와인은 일반적으로 코르크 마개 또는 스크루 캡을 마개로 사용하는데 이 중 코르크 마개의 역사가 훨씬 더 오래 되었어. 오늘 우리가 얘기할 코르크는 다름 아닌 나무의 껍질이야. 퀘르쿠스 수베르 Quercus suber라는 참나무의 껍질에서 얻는거야. 이 나무는 특히 포르투갈에서 잘 자라는데 그래서 포르투갈은 전 세계 1위의 코르크 마개 생산국이야.




그럼 왜 하필 이 나무의 껍질을 와인 마개로 사용하는 걸까? 이는 와인이 유리병에 담기기 때문이야. 와인을 병에 담은 후에 단단히 닫아야 밖으로 흘러 새지도 않고 와인이 오랜 시간 잘 숙성될 수가 있어. 코르크 마개는 바로 이 역할을 하는 거야. 코르크는 와인 마개로 사용하기에 아주 알맞은 물리적 특성을 갖고 있는데, 압축성과 탄성이 아주 좋은 물질이야. 병목 안으로 끼우기 위해 병의 주둥이 직경 만큼 눌려진 코르크는 아주 강한 탄성으로 금세 원래의 크기를 되찾아. 코르크는 병목 안쪽에 잘 들러붙어서 외부 공기가 병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주는거야. 사람들이 유리병에 안성맞춤인 최적의 천연 재료를 발견한거야.


이런 장점들이 있지만, 코르크가 와인 마개로서 완벽하다거나 결점이 없는 것은 아니야.

아빠가 와인을 판매하는 사람인 동시에 와인 애호가로서 절대 피하고 싶은 와인은 '코르키'한 와인이야.

'코르키'한 와인 - corky 또는 corked wine이라고 표현 - 이란? 

와인 마개인 코르크의 변질로 인하여 와인이 오염되는 것을 가리키는데, '코르키'한 와인을 한번 맛보면 그 역하고 꿉꿉한, 젖고 비린 냄새를 쉽게 잊을 수가 없을 정도야. 천연 코르크 마개는 나무 껍질이기 때문에 여기에 침투한 곰팡이로 인한 변질이 생길 수 있고, 또 코르크 마개 생산 과정에서 살균 공정에 사용되는 염소로 인한 변질이 있을 수도 있어. 전체 생산량의 5~10%는 이런 '코르키'한 와인이 될 수 있는데 (천연 코르크 마개의 경우), 천연 코르크 마개 자체에 위험성이 숨겨진 거지.




이번 글을 준비하면서 그 동안 마신 와인들 중 일부의 코르크 마개들의 크기를 측정해봤어. 대부분 코르크 마개의 길이는 40mm~45mm 사이였고, 고급 와인으로 볼 수 있는 프랑스 보르도의 그랑 크뤼 샤또들, 론 지역의 샤또네프 뒤 파프, 미국의 나파 밸리 컬트 와인들은 코르크 마개의 길이가 55mm 전/후였어. 이탈리아의 어떤 바르바레스코 와인은 60mm가 넘는 코르크 마개를 사용하기도 했어 (지역 이름이 생소하다고 해서 주눅들 것 하나 없어. 그저 어디 외국 시골 동네 이름이야).

대체적으로 가격대와 코르크 마개의 길이는 비례함을 확인했지만, 이것은 그런 경향이 있다는 얘기이지 예외는 얼마든지 많이 있어. 3~4만원대 와인들도 수십만원 와인에 버금가는 길이의 코르크 마개를 사용하는 경우가 꽤 있었어. 하지만 상당한 고가 와인임에도 불구하고 40mm대의 짧은 길이의 코르크 마개를 사용하는 와인은 아직 보지 못했는데, 아빠 생각으로는 코르크 마개의 길이가 그 자체로 어떤 품질의 척도라기 보다는 와인 전체의 고급 이미지를 형성하는 하나의 요소로서 기능하는 것 같아.

작가의 이전글 큰딸 시아에게 들려주고 싶은 와인 이야기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