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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현 Jan 24. 2024

큰딸 시아에게 들려주고 싶은 와인 이야기 5

로제 와인 - 와인의 색

시아야 ‘로제 와인’이라고 들어 봤니?

“엥, 로제 와인이요???”라고 되물을 것 같은데,
로제 와인은 블랙핑크의 멤버 로제가 만든 와인도 아니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로제 크림 파스타 먹을 때만 마시는 와인도 아니야 (물론 두 가지가 무척 잘 어울리기는 해).




와인을 구분하는 방식이 몇 가지가 있는데, 아주 일반적으로는 와인의 색을 통해서 크게 세 가지로 와인을 구분해. <레드 와인, 화이트 와인 그리고 로제 와인>.

검붉은 색 계열 껍질의 포도로 만드는 레드 와인과 청포도로 만드는 화이트 와인. 아주 직관적인 구분이야.

눈치가 빠른 시아는 벌써 알아챘을 것 같은데, 와인의 색은 어디에서 나올까?

바로 포도의 껍질에 있는 색소가 와인의 색을 결정하는 거야.

그래서 검붉은 색 계열 포도는 레드 와인이 되고, 노랗거나 녹색 계열의 청포도는 화이트 와인이 되는 거지.

근데 말이야, 예외 없는 공식은 공식이 아니라고 했나.
이 ‘포도 껍질 색과 와인 색 공식’의 예외가 있는데, 뭘까? 

로제 와인!

이 공식대로라면 로제 와인은 로제 색 (핑크 색, 장미 색) 껍질의 포도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렇지는 않아.
로제 와인은 레드 와인과 마찬가지로 검붉은 색 껍질의 포도로 만들어.

“근데, 왜 색깔이 달라요???” 여기까지 읽었다면 당연히 떠오르는 질문 일거야.




‘포도 껍질 색과 와인 색 공식’을 좀더 살펴보면, 여기에 두 가지 중요한 요소가 있어.

바로 ‘껍질의 색’ 그리고 ‘포도 껍질이 포도 주스와 함께 머무르는 시간’, 이 두 가지야.

와인의 색을 결정하는 색소가 포도 껍질에 들어있는데, 포도 껍질이 얼마나 오랜 시간 포도 주스와 함께 있는지에 따라서 와인의 색이 결정되는 거라고 이해하면 되.

와인 양조 용어로 ‘포도 껍질을 포도 주스와 함께 두는 과정’을 ‘스킨 컨택트 skin contact’라고 하는데,
다시 말해 포도 껍질 안의 색소를 액상인 포도 주스 안으로 우려내는 거야.

똑 같은 검붉은 색 껍질의 포도로 와인을 만들어도 스킨 컨택트하는 시간의 길이에 따라서 와인의 색이 확연하게 달라져.

보통 레드 와인은 이 과정이 수 일에서 수 십일 걸리지만, 로제 와인은 아주 짧게 몇 시간에서 길어야 하루 미만이 걸려.

이렇게 짧게 색을 우려낸 포도 주스는 옅은 장미 색에서부터 연어 살색, 단감 껍질 색까지 다양한 색감을 띄게 되는데, 확실히 레드 와인 보다는 투명하고 화사한 색이 특징이야.

이후로 포도 주스는 화이트 와인과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져.




로제 와인은 어떤 관점으로 보는지에 따라서 레드 와인도 아니고 화이트 와인도 아닌 어중간한 와인으로 비쳐질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짧은 스킨 컨택트 과정에서 생기는 부산물인 아주 옅은 레드 색과 레드 베리 류의 과일 향 (레드 와인의 특징) 여기에 더해 화이트 와인의 경쾌함과 청량감을 (화이트 와인의 특징) 동시에 보여주는 매력적인 와인이야.


이거냐 저거냐 명확한 것을 선호하는 우리 나라 사람들의 성향 탓인지는 몰라도 로제 와인은 우리 나라에서 인기가 낮은 편이야. 반면에 최근 들어 와인의 주 소비국인 유럽이나 북미에서는 화이트 와인의 인기를 위협할 정도로 로제 와인을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지고 있어. 

이런 인기 때문일까? 해외의 많은 유명 연예인들이 자신만의 로제 와인 브랜드를 가지고 있어. 몇 명을 꼽자면, 지금은 나이가 꽤 들어 시아는 잘 모를 수도 있겠지만, 왕년에 헐리웃 최고의 셀럽 커플인 안젤리나 졸리 Angelina Jolie/브래드 피트 Brad Pitt가 (둘은 더 이상 커플은 아님) ‘셀럽 로제 와인’의 원조 격이고, 가장 최근에 이 대열에 합류한 미국의 유명한 래퍼인 포스트 말론 Post Malone도 빼 놓을 수 없어.

시아도 나중에 기회가 되면 로제 와인의 매력을 느껴보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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