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는 후쿠오카에 있다. 지금은 아침 8시고, 혼자 호텔 앞 커피숍에 나와서 글을 쓰고 있다.
나는 20대 시절부터 이 친구와 주로 해외여행을 다녔다. 미국, 홍콩, 일본 등 다양한 곳을 함께 다닌 친구이다. 그러다 내가 마음이 상해서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었다가 다시 연락하게 된 게 올해 가을이었고, 23년 새해맞이는 내일 친구와 후쿠오카에서 할 것 같다.
친구는 나에 관해 나의 어떤 점이 좋고, 어떤 점이 걱정되고 어떤 행동은 조심해줬으면 좋겠고를 자주 말하는 이를테면 상대를 향한 관심이 많은 친구이다. 나는 상대에게 바라는 것이 크게 없어서인지 이런 관심과 애정이 사실 부담스럽기도 했었다. 근데 이제는 안다. 그냥 이 친구의 애정하는 사람을 돌보는 방식이란 걸 말이다. 예전엔 이런 말을 들으면 '나에게 실망했나'라는 생각을 자주 했는데, 그냥 이 말 그대로를 받아들이면 된다는 걸 말이다. 하지만 서로 어느 정도 노력은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는 생각한다. 이를테면, 나는 내 친구가 나에 관해 좋거나 주의해줬으면 하는 걸 말하듯 나도 친구에게 바라는 것을 말하려고 해보기도 하고, 친구도 나에게 관심이 많더라도 어느 정도 모른 체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걸 말이다. 이 어느 정도가 어렵긴 한데, 우리는 약 15년 넘게 인연을 맺고, 헤어지는 과정을 겪으며 어느 정도의 감도를 맞춰갈 수 있는 것 같다.
업력이 높은 회사나 연차가 높은 사람들은 어떤 부분에선 대단한 구석이 하나씩 있다. 좋은 일뿐만 아니라, 안 좋은 풍파도 엄청나게 겪었기 때문에 어떤 어려움이 와도 견딜 수 있는 힘이 있다. 우정의 업력 또한 그렇다. 물리적인 시간이 있어야지만 어느 정도 눈치껏 서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것이다. 나와 상대방의 케미보다 우리가 얼마나 이 시간을 함께 견뎠냐가 중요하다.
그래서 지금 나는 이 시간을 함께 견뎌내며,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나를 대하려는 내 친구에게 고맙다. 여행 다니면서 참 많이도 투닥댔는데도 여행을 제안해준 친구에게 고맙다. 나와 함께 우정의 역사를 기꺼이 써주려 하는 친구의 용기에 감동한다. 근 5년 만에 함께 온 여행을 하며, 나는 너무 행복하다. 내년엔 내가 좋아하는 동남아를 꼭 함께 가 볼 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