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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se Dec 08. 2023

[영화]괴물

Koreeda Hirokazu / Ryuto Kondo

작가 사카모토 유지. 작년에 그의 드라마 시리즈 중 하나인 우먼(2013년작으로 기억한다, 10부작?)시리즈를우연한 기회로 보게됐다. 주인공의 결핍과 주변 가족들의 갈등 서사는 그다지 새롭지 않았다. 극성이 강하지 않은 플롯을 10부작의 긴 시리즈물로 단단하게 끌고가는 힘이 인상적이었다. 이번 괴물 작품에서는 고레에다 감독과 시나리오 공동작업을 많이 했다. 지나칠 수 있는 삶의 단면을 잘 포착해서 메세지를 만들어내는 힘. 그 힘이 사카모토 유지, 고레에다 감독의 시그니처이며 이번 '괴물' 작품에서도 잘 드러났다. 엄마와 선생님을 거쳐 주인공 아이의 시선으로 이어지는 단계적 구성이 흥미로웠다. 기차안에서의 시퀀스는 연기, 연출, 미술, 촬영 등 모든 영화적 요소들이 인상적으로 표현되어 좋았다. 아이들의 연기엔 긴 프리프러덕션의 시간, 연출의 정성과 섬세함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전작 브로커에서의 아쉬움이 상당 부분 해소되었다. 예전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로 다시 돌아온 느낌. 전작 브로커는 홍경표 촬영감독이 참여했다. 과감한 콘트라스트와 명암의 변주가 좋았지만 왠지 고레에다 감독에겐 어울리는 옷이 아니었다. 자극적인 디자인과 색상을 가진 남의 옷을 입은 느낌이었다. 홍경표 촬영감독의 참여한 영화 다만악에서 구하소서, 기생충 등 최근의 작품에서 그런 미스매치를 느끼지 못했던 걸 보면, 확실히 함께 했을 때 어울리는 연출, 촬영감독의 짝이 있는 것 같다. 적어도 저 정도의 자기 색이 명확한 감독들에게는. 물론 브로커는 연출, 촬영의 미스매치만이 문제가 아니긴 했다.


집 안에서의 밝은 조명은 레이어로 구분된 모든 공간을 밝게 만들었다. 콘트라스트를 만들기 비교적 쉬운 세트 디자인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밝았다. 낮이나 밤이나 마찬가지. 이 정도 감정적 깊이의 이야기를 담은 한국영화에선 결코 했을 것 같지 않은 조명 설정. 그런데, 참 좋다. 매우 사실적이다. 프레이밍도 힘이 잘 빠져 있다. 앵글을 맞추려는 인위적인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할 수 있는 걸 숨기려는 의도가 명확하게 느껴진다. 보편적으로 좋다고 여겨지는, 어쩌면 정형화된, 프레이밍을 가져가지 않는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가. 집 안에서의 조명, 카메라의 포지션과 움직임에선 다큐멘터리의 향이 가득했다. 학교, 동굴, 기차 안 등 대부분의 장소에서 보여준 과장되지 않는 콘트라스트와 조명은 편안했으며 이야기의 사실성에 힘을 실어줬다. 힘을 뺌으로서 이야기와 감정에 한발짝 다가섬을 느낀다. 콘트라스트를 사랑하는 오스카 촬영상의 영예는 절대 가질 수 없겠지만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에는 퍽 어울리는 옷이었다.

Sony Venice 카메라와 마스터 프라임 아나모픽 렌즈의 조합도 의외였다. Film LUT와 그레인을 사용한 듯 보인다. 콘트라스트와 채도가 강하지 않아 시네마틱 하면서도 사실감을 해치지 않는 적절한 톤 밸런스가 좋았다. 배럴 디스토션이 거의 느껴지지 않은 마스터 아나모픽 렌즈의 선택도 좋았다. 아나모픽 렌즈의 긴장감은 가져가되 왜곡이 없는. 나도 다음 작품에서는 꼭 한번 써보고 싶다. 스테빌라이져로 사용한 로닌 4D의 디지털적인 움직임은 많이 아쉽다. 특유의 덜컥거림. 스테디캠의 아날로그적인 부드러운 움직임을 언제쯤 따라갈 수 있을까. 거친 느낌이 필요했으면 차라리 핸드헬드가 더 자연스러웠을 것 같다.


언제쯤 나도 저렇게 힘을 한껏 빼고 촬영을 해볼 수 있을까, 저렇게 잘 설계된 공간의 방을 콘트라스트 하나 없이 밝게 조명을 가져갈 수 있을까, 이미지의 영화적인 톤이란 무엇일까(film lut 사용의 문제) 또 사실성에 어울리는 톤은 무엇일까,  카메라와 렌즈 선택의 무의미함(물리적 성격을 차치 했을 때), 매체 이미지의 질감이란(그레인의 문제) 등등, 이것저것 많은 생각을 던져준 작품이었다.


Director : Koreeda Hirokazu

Writer : Yuji Sakamoto

Cinematographer : Ryuto Kondo(어느 가족)


Aspect Ratio : 2.39:1

Camera : Sony Cinealta Venice

Lenses : Zeiss Master Anamorphic

Etc : DJI Ronin 4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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