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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se Jan 15. 2024

[영화] 블랙스완

Black Swan(2010)

[about image]


1. 감정을 전달하는 방법으로 택한 이 영화의 시그니처는 당연 핸드헬드 촬영이다. 완벽에 대한 강박으로 신경증과 망상의 증상까지 보이는 나탈리 포트만. 그녀의 감정은 바스트 쇼트와 타이트 바스트 쇼트의 사이즈를 중심으로 전달된다. 표준렌즈의 거리감 및 왜곡감이 느껴지며 익스트림 클로즈업 쇼트가 잘 보이지 않는다. 이 정도의 깊은 감정을 표현하는데 익스트림 클로즈쇼트가 없다는 건 주관적인 사이즈 선택을 하지 않으려는 의도 일 수도 있겠다. 핸드헬드로 그녀를 가까이에서 지켜보지만 배우와 카메라와의 합의된 거리는(물론 실제 합의는 아니다) 정확히 거기까지다. 그 거리감 때문일까, 가까운 인물과의 거리에도 불구하고 촬영이 매우 관조적으로 느껴졌다. 오래전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내 눈을 사로잡았던 하나. 요즘엔 전혀 새롭지 않지만 인물 뒤를 타이트한 사이즈로 가깝게 따르는 팔로우업 쇼트가 여전히 인상적이다.


2. 필름 이미지의 특징을 눈여겨볼만하다. 필름이 구현하는 콘트라스트는 확실히 디지털 이미지가 후반작업을 통해 만들어내는 것과 차이가 있다. 기술이 발달해 다양한 film lut 가 개발되어 가공된 필름 이미지를 만들고 있지만 결과물에서 보여주는 미묘한 차이가 여전히 있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그렇게 느껴진다. 오늘 본 영화 '외계인 2'도 필름룩을 지향하지만 결코 필름으로 촬영했다고는 볼 수 없다. 넘을 수 없는 미묘한, 아니 커다란 간극. 그래서 아직도 많은 영화들이 필름으로 촬영하는 것일 게다. Saltburn, Maestro, Killers of the flower moon, Oppenheimer 등 2024년 미국 아카데미 촬영상 노미니가 유력한 작품들이 모두 필름으로 촬영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앞서 말했듯 필름은 선택 사항이지 좋고 나쁨의 문제는 아니다.


 그동안 디양한 film lut을 작품에 많이 활용해 보았지만 정교하게 들여다보지는 않은 것 같다. '이 정도면 느낌이 난다' 수준에서 타협을 한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어디까지가 한계인지 정교하게 색보정 테스트를 해보고 싶다. 어쨌든 블랙스완에서 보여준 필름이 만들어낸 자연스러운 콘트라스가 좋다. 이미지에 힘이 생기면서 감정을 표현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A에서도 film의 질감을 잘 공부해서 적확하게 반영해보고 싶다. 먼저 그동안 찍은 필름 사진을 한번 다시 들여다봐야겠다.


3. 그레인(Grain). 16mm  필름이며 노출이 부족한 실내촬영이 많아서인지 그레인이 크게 느껴졌다. 그레인은 필름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 평면적인 이미지에 질감의 느낌을 줄 수 있는 요소이다. 질감은 일차적으로 잘 설계된 미술이나 로케이션에서 잘 드러난다. 그 다음 영향을 주는 요소로 그레인을 꼽을 수 있다. 많은 촬영감독들이 이미지의 질감을 얘기할 때 그레인을 언급한다. 그레인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이미지에 포함된 그레인(디지털 노이즈 포함)을 제거한 후 영상을 보면 정확히 알 수 있다. 유화의 물리적 두께가 만들어내는 질감 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미지에 표현되는 그레인은 확실히 질감에 영향을 준다.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할 땐ISO를 의도적으로 컨트롤 하여 디지털 노이즈를 만들어내거나 색보정 단계에서 그레인을 만들어 넣기도 한다. 경험상 촬영단계에서 발생하는 디지털 노이즈가 후반 작업에서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그레인 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디지털 노이즈와 그레인을 같은 정확히 같은 의미나 효과로 보기는 어려울 수 있다. 다음 작품에선 그레인의 느낌도 면밀히 관찰해 봐야겠다.


4. 나탈리 포트만의 망상이 매우 잘 표현됐다. 강박에 가까운 그녀의 감정 상황에서 나타나는 자신의 환영은 매우 현실적이다. 환영 이미지의 흐름은 자연스럽고 표현은 고급스럽다. 극단에 가까운 감정이 환영의 동기로 충분하게 느껴진다. A에서는 그런 동기가 강하지 않다. 감정이 깊을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환영이 등장한다. 현실적으로 표현하기엔 환영의 등장이 다소 의아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환영의 동기가 무엇이고 어떤 톤으로 표현되느냐가 중요할 것 같다. 그 방향성은 자연스럽고 고급스러워야 할 것이다.



Director: Darren Aronofsky

DP : Mattew Libatique

Aspect ratio : 2.35:1

Camera : Arriflex 16 SR3 / 416

                   Canon eos 1d/7d for all subway scene

Lens : zeiss ultra 16 len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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