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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수 Dec 30. 2020

[DAY113(1)] 제가 알던 크로와상이 아닌데요?

지수 일상 in Porto


이제는 배가 고프지 않아도 먹어야 하는 지경까지  버렸다. 이미 사놓은 과일과 요거트는 나의 고정 아침 식사가 되었고 포르투를 떠나기 전까지  먹어야 다.  강제적으로, 무의식적으로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은 요거트와 더불어 납작 복숭아와 청포도까지 함께하는 넉넉한 식사. 어젯밤 잠자리에 일찍 누워서일까, 아침 일찍 눈이 떠진 나는  이것저것 깨작깨작 먹고 있었다.

 


산책 겸 동네를 구경한다고 언덕 중턱까지 올라갔다 왔더니 아침에 먹었던 것들은 금세 꺼지고 배가 고팠다. 점심시간이 다가와서일까, 배꼽시계는 오늘도 정확한 시간에 울렸다. 평소 여행을 하면 세끼 다 챙겨 먹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오늘은 아주 든든하게 세끼 다 챙겨 먹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뭘 먹을까 고민을 하다가 좀 가볍게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브런치로 오믈렛을 먹으러 갔다. 검색을 하지 않고 숙소 근처의 현지인들만 갈 것 같은 가게에 들어갔는데 가게 주인분도 동양인은 정말 드물게 찾아왔다는 듯이 나를 반겨주었다. 우리 가게와 와 주어서 고맙고 반갑지만 쟤는 뭘 먹을까 궁금하네, 이런 느낌? 치즈가 들어간 오믈렛, 그리고 오렌지 주스가 포함되어 있는 세트메뉴가 있어서 그것과 함께 브런치 하면 빠질 수 없는 크로와상을 주문했다. 분명 크로와상을 주문했는데 겉만 크로와상이고 저 고밀도의 밀가루 덩어리는 무엇인가? 한입 떼어먹은 후 나는 읭?이라는 표정과 함께 다시는 입을 댈 수 없었다.(지금껏 먹어보았던 크로와상은 생각이 전혀 안 나고 오히려 스콘이 생각나는 맛이었다. 우유나 주스가 없다면 뻑뻑해서 넘길 수 없는 맛?)



기대하던 것과 달리 맛이 없었던 빵을 맛봐서일까. 얼른 입을 헹구고 싶었다. 나는 1일 1 카페 이상을 목표로 하는 사람이기에 하루를 커피로 시작해도 좋을 것 같아 식사를 다 마친 후 그 자리에서 근처의 맛있는, 평점이 높은 카페를 찾아보았다. 다행히 내가 포르투로 여행을 오기 전 구글 지도에 깃발을 꽂아 놓은, 한 번쯤 가보고 싶었던 곳이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Bird of Passage Coffee(Specialty Coffee Porto). 브런치도 함께 파는 곳인지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은 꽤 맛있는 식사를 하는 것 같았다. 나도 여기에 와서 브런치를 먹을걸, 아쉽다(엉엉) 평소라면 아메리카노, 특히 얼음이 들어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셨겠지만 유독 여행만 오면 아메리카노보다는 라떼, 또는 플랫화이트처럼 우유가 들어간 음료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오늘도 역시나 나는 라떼를 주문했는데 내가 좋아하는 에스프레소의 맛이 진하게 느껴지는 커피라 마음에 쏙 들었다.



어제는 조용해서 벤치에 앉아 하늘도 보고 공원에 심어져 있는 꽃과 나무들도 구경했다. 그런데 오늘은 웬일인지 공원에 사람이 꽤나 많아서 북적북적거렸다. 가까이 가서 구경을  것은 아니었지만 한국의 여느 공원처럼 나이가 꽤나 있으신 할아버지들이 모여 체스나 약간의 내기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사람 구경도  좋아하는 사람이라 오늘도 벤치에 앉아 있을 법도 있었지만 오늘은 그것보다 중요한 일정이 있어 아쉽게도 스쳐 지나갔다.



다행히 포르투의 오늘은 비가 오지 않는 맑은 하늘이었다. 그래서일까,  어느 때보다 거리에는 사람들이 많았고 점심이 조금 지난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분위기가 꽤나 달아올라있었다. 어제는  근처에서 공연을 는데 오늘은 핫플인  거리의  복판에서 키보드 연주를 하고 있는  친구를 발견했다. 강가에서는  경치에 맞게 이루마의 'River Flows in You' 같은 잔잔한 곡을 연주했다면 오늘은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거리  복판이라 그런지 조금은 템포가 빠른 곡을 연주해 거리를 더욱 활기 넘치게 만들었다. 나의 기분도 더욱 북돋아주는 매력 있는 피아노 선율이 귓가에 계속 맴돌았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길거리와 광장을 지나 골목길로 들어갔다. 왜냐하면 오늘은 오래전부터 연락했던 동행을 만나기로 한 날이기 때문이다. 동 루이스 다리 1층에서 만나기로 해서 2층 높이의 길에서 1층까지 내려가야 했기에 수많은 계단을 내려가야 했다. 고소공포증이 있던 터라 한발 한발 내딛는 게 조금은 무서웠지만 그래도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다리의 모습이 두려움을 조금이나마 상쇄시켜주었다. 우연히 만난 이렇게 아름다운 배경은 여행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덤으로 골목골목마다 고양이들이 한 두 마리 모여 누워있었는데 유기묘가 아니라 동네에서 함께 키우는 것처럼 털도 정돈되어 있었고 근처에 먹이와 물이 놓여 있었다. 건강해야 돼 얘들아?



골목 사이로 굽이친 계단을 약 20분 동안 내려갔을까? 1층에 있는 동 루이스 다리 입구에서 동행을 기다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서로를 알아볼 수 있었다. 약간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관광지에서 동행을 알아보는 법은 꽤나 쉬우면서도 웃기다. 왜냐하면 한국에서 중고 물건을 사고파는 것처럼 동행과 나의 표정이 누군가를 찾고 있다는 걸 너무나도 눈에 띄게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역시나 엄마 잃은 사람처럼 '사람을 찾습니다'하는 눈빛을 취하고 있으니 동행이 찾아와 혹시?라는 말과 함께 나의 이름을 불렀다. 예 맞아요, 제가 그 사람입니다! 동행과 만나서 서로 인사를 간단하게 한 후 포르투에서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스몰토크를 하며 다리를 건넜다. 그런데 건너편에 다 왔을 때 즈음 세상 겁 없는 총각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들은 다리 위에 올라가서 일정한 돈이 모이면 강물 속으로 다이빙하겠다고 길 가는 사람이나 2층 버스를 타고 지나가는 승객들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와 같은 마음으로 난리를 부리던가 말던가 하는 태도라 그런지 거의 30분 동안 어그로를 끌어서 정말 별로였다.(노잼)



동 루이스 다리를 건너와 바라본 포르투의 모습은 또 달랐는데, 너무나 놀랍게도 포르투에 도착한 지 4일째만에 이 모습을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첫째 날은 피곤해서 둘째 날은 비가 와서 셋째 날은 동행과의 소통 오류로 다리를 끝까지 건너 가보지 못했다. 여행을 하면서 실수하거나 하는 것은 이것 또한 여행이지 라는 마음으로 후회하지 않는데 이 부분은 정말 후회가 많이 되었다. 무리를 해서라도 진작에 와 볼걸 너무나도 늦게 왔다 라는 마음뿐이었다. 그래도 이제라도 와서 다행이다. 동행과 내가 만나 갈 곳은 어딜까? 목적지로 향하는 길은 꽤나 험난했는데 포르투 대부분이 돌이 아닌 시멘트와 벽돌, 아스팔트로 되어있는 것과 달리 이곳은 정말 유럽 느낌이 물씬 나는 돌바닥이었고 뿐만 아니라 경사가 장난 없었고 의도하지 않게 트래킹을 하는 기분이었다.


         

약 10분 정도 평지에서부터 언덕을 걸어 올라갔을까? 우리가 도착한 곳은 바로 타일러스 와이너리(Taylor's Winnery). 포르투에 왔으면 꼭 한 번쯤 들러야 하는 와이너리에 드디어 방문하게 되다니 입구만 봐도 벌써 심장이 두근두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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