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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수 Jan 01. 2021

[DAY113(3)] 드디어 포르투의 황금빛 노을을

지수 일상 in Porto


트립어드바이저에도 뽑힌 적이 있던 이 가게는 우리처럼 오픈하기만을 기다린 사람이 많았나 보다. 우리도 약 15분 정도를 강가에서 시간을 때우고 제일 첫 번째로 들어올 수 있었는데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보기도 전에 줄줄이 소시지처럼 사람들이 연달아 들어왔다. 배가 고파서 조금은 지친 상태로 기다렸는데 우리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알다가도 모를 성취감까지 느껴졌다. 메뉴판에는 꽤 다양한 메뉴가 있었는데 한국의 반찬처럼 오늘도 문어(샐러드)를 주문했다. 그리고 못다 먹은 해산물까지 먹어보자면 바지락 찜을 주문했는데 꽤나 깔끔하고 깊이 있는 육수 덕분에 술안주로는 딱이었다. 맥주 한잔씩 하며 못다 한 이야기와 피로를 씻어내 보자며 수다를 한참 떨었는데 역시 말하는 게 칼로리 소모가 큰 편인지 단백질을 씹고 싶다며 안심 스테이크도 추가로 주문했다. 소고기보다는 돼지고기를 좋아했던 나도 이곳에서 먹었던 소고기와 감자가 너무나도 맛있어서 흐름이 끊기지 않고 맛있게 먹었다. 거기에 시원한 맥주까지 한 잔 딱- 마시니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동행과는 여행을 하며 만난 사이라 그런지 가볍게 각자 여행했던 도시들에 대한 이야기부터 기억에 남았던 에피소드와 맛있는 음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비록 오늘 만나고 내일은 안 볼 가능성이 높은 사이이지만 또 거기에서 오는 일회성이 사람의 마음을 꽤나 부담 없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래서 서로 가족, 진로, 연애 이야기부터 간호학과인 동생의 진로에 대한 이야기까지 할 정도로 이야깃거리는 끊이지 않았다.



밥도 맛있게 먹었겠다, 입이 아플 정도로 이야기를 해서 그런지 이제는 소화를 시켜보자며 노을 전망대로 향했다. 꽤나 가파른 계단과 길을 걸어오니 드디어 마주한 동 루이스 다리 건너편에서 바라본 노을 전망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뭐가 그렇게 어렵다고 지금에서야 오게 된 걸까? 포르투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에 처음 와본 노을이 가장 예쁜 스팟, 드디어 도착했다. 왜 다들 인생 여행지라고 뽑는지 알 것만도 같았다. 왜냐하면 나도 포르투가 인생 여행지이기 때문이다.

 


노을을 지기만을 기다리며 나와 동행은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언덕에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시간이 점차 흘러 노을이 질 때가 되니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언덕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었는데 그중에는 한국사람들이 꽤나 많았다. 외국으로 살거나 여행을 오면 한국사람들이 있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그동안 살았던 곳(자그레브)이 관광지이긴 하나 그렇게나 자주 한국인이 드나들던 곳은 아니라 그런지 외국에서 한국인, 특히 한국말이 들리면 나도 모르게 귀가 그쪽으로 향하고 신경이 쓰이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그렇게 말이 많았던 나와 동행은 언덕에 올라오고 나서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언덕에 앉아 해가 지는 쪽을 바라보고 있으니 아저씨 한 분이 기타를 치며 버스킹을 시작했는데 선택하시는 곡이 그 시간대와 분위기에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졌다. 한곡 한곡이 끝날 때마다 얼마나 박수를 쳤는지 모를 정도였다. 내가 음악을 듣고 손뼉 치는 모습을 누군가 유심히 지켜봤다면 '저 친구는 거의 뭐 뮤직 이즈 마이 라이프 수준 아닌가?' 할 정도였다.



시간은 점차 흘러 노을이 지는 일몰시간이 되었고 노랑과 주황이 적절히 섞인 황금빛 하늘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꼭 다시 이곳을 와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그때는 한 달 살이를 해 봐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번뜩였다. 최고다 정말.



동행이 소매를 걷어붙여  노을 지는 풍경, 수많은 지붕들이 보이는 포르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주었다. 혼자 여행을 하다 보면 내가 전부 나오는 사진을 찍기란 쉽지 않다. 아참 내가 말하는 사진이란 외국인들에게 부탁해서 물론 찍을 수도 있지만 확률적으로 보면 대부분 결과물이 내 마음에 쏙 들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이다. 배경이 잘 나오면 나의 전신이 진짜 내가 맞나 할 정도로 이상하고, 내가 괜찮게 나오면 배경의 색이 다 날아가버려서 내가 한국인지 외국인지 알 수가 수가 없는 그런 결과물. 그래서 돌고 돌아 결국은 '사진은 한국인이 제일 잘 찍는다는' 그런 일반화가 완성된다. 동행 덕분에 엽서에 나올법한 사진들을 여럿 건진 나는 오늘 해야 할 숙제는 다 했다며 가슴 한편이 후련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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