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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수 Jan 02. 2021

[DAY114(1)] 가지 말라고 붙잡는 고양이 Gil

지수 일상 in Porto


오늘은 포르투에서 맞이하는 마지막 아침이다. 내가 가는 걸 알아서일까(사실은 하나도 모르는 개냥이일 뿐) 4일 동안은 아침에 절대로 우는 소리조차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 오늘 아침에는 7시부터 문 앞에 자리를 잡고 문을 열으라는 듯이 계속 울었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고양이의 울음이라 그런지 한국에 있는 치즈의 생각도 나서 귀찮음보다 귀엽네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문을 열어주니 자신을 따라오라는 듯이 나의 앞에 서서 걸어가더니 자신의 애착 담요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철퍼덕 눕더니 내 눈을 뚫어져라 쳐다봤고 명령을 입력한 나는 자연스럽게 그의 머리와 등을 구석구석 긁어 주었다. Gil이 아쉽지 않을 만큼 만져주니 기분이 좋은지 우렁찬 골골송도 듣고 아주 평화로운 아침이었다. 한참을 놀아준 후 아침을 먹고자 부엌으로 향했는데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더 놀자는 듯이 쳐다보았다.



내가 어떻게 너를 여기에 두고 갈까(엉엉) 포르투의 그 유명한 관광지, 맛집, 와인은 생각이 안 나더라도 에어비앤비의 고양이 Gil 만큼은 정말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잘 있어 Gil?

 


Gil과 놀고 아침을 먹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여유로웠다. 정신없이 놀다 보니 어느덧 아침시간은 빠르게 흐르고 있었고 나는 숙소를 떠나 공항으로 출발해야 할 시간이었다. 너무나도 아쉽지만 Gil과는 작별인사를 해야 했고 집주인 언니는 일찍 출근했는지 보이지 않아 방 안에 작은 메모를 남기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4박 5일 일정으로 포르투는 지금껏 여행했던 곳 중 가장 오래 머물렀던 여행지였는데 뭐 다 좋을 수는 없는 게 여행이지만 이곳에서만큼은 힘들었던 것도 좋은 추억으로 미화될 정도로 좋았다. 다 좋았다. 나중에 꼭 다시 와야겠다. 잘 있어? 



기내용 캐리어 하나, 배낭과 크로스백을 들쳐 매고 출발! 돌바닥이라 불편했던 길거리도 이제는 다시 못 본다는 생각을 해서인지 아쉽게 느껴졌고 괜히 탈탈거리며 굴러가는 캐리어를 보고도 인상 하나 찌푸려지지 않았다.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 역에 도착해 플랫폼으로 내려왔는데 꽤 편한 것 같으면서도 불편한 느낌? 그래도 공항에 가기 위해 버스를 갈아타거나 다른 지하철 노선으로 환승하지 않고 직통으로 갈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님에 감사했다. 괜히 의미부여를 하자면 끝도 없지만 웃기게도 플랫폼에 다다르자마자 공항으로 가는 지하철이 내 눈앞에서 떠나버렸다. 정말 캐리어만 아니었으면 탈 수도 있을 정도로 코앞이었는데 꼼짝없이 15분을 기다려야 했다. 거기에 나의 데이터는 거의 바닥을 보고 있던 터라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음악을 들으며 허공을 보고 있는 것 밖에... 얼른 프랑크푸르트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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