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 일상 in Frankfurt
포르투의 지하철 노선은 단 하나인 줄 그동안 알고 있었다. 그런데 포르투에 8개나 되는 노선이 있었다. 왜 나는 이곳에 머무는 4일 동안 모르고 있다가 5일째 되는 날, 포르투를 떠나는 날이 되어서야 알게 된 걸까? 포르투에서 공항을 오고 간 거 말고는 온종일 걸어 다녔던 나로서는 정말 황당한 경험이었다. 대중교통도 타고 다닐걸! 공항에 도착한 나는 오전 내내 짐을 들고 다니며 무사히 공항에 도착하도록 신경을 써서 그런지 배가 고파졌다. 보딩을 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아 제대로 된 식사를 하기엔 시간이 부족했고 그렇다고 비행기를 바로 타자니 아쉬워 체크인을 하고 들어와 한 카페의 머핀을 하나 집어 포장해 비행기를 탔다. 그런데 와우, 머핀 하나에 설탕이 얼마나 들어갔을까 짐작도 안될 만큼 너무나도 달달해 정신을 못 차릴 정도였다. 갑자기 올라가는 당 때문이었을까, 이륙하고 나서부터 괜히 하이(High)해져 감정이 굉장히 풍부해졌다.
포르투를 떠나 향하는 곳은 한국이 아닌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약 2주 전 30kg나 되는 캐리어 하나를 친구와 언니의 집에 맡기고 왔는데 그 짐을 찾으러 갈 겸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야 하는 비행 스케줄 상 반드시 들러야 하는 곳이다. 아쉽게도 나와 동갑인 친구는 어제 짐을 모두 빼고 유럽여행을 시작해서 오늘은 얼굴을 볼 수 없다. 하지만 프랑크푸르트에서 나를 기다리고 언니가 있지 않은가? 누군가가 내가 오기를 기다리고, 심지어 나를 위해 마중을 나온다고 생각하니 아직 도착은커녕 출발조차 하지 않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두근거렸다. 얼른 갈게요? 설레는 마음을 갖고 비행기를 타니 통로에 앉은 내 좌석 옆은 텅텅 비어 있었는데 비행기에서 오랜만에 느껴보는 약간의 여유였다. 나 이외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끼는 거겠지만 항상 비행기에 탈 때마다 옆자리는 비어있었으면 해서 마음속으로 빌곤 한다. 제발 옆자리는 비어있게 해 주세요. 정말 풀로 예약이 될 수밖에 없다면 정말 얌전한 사람이 옆자리에 앉아있기를 바라요. 제발요.
포르투에서 약 3시간 정도가 지났을까? 무사히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했다. 수화물로 맡긴 게 없었던 나는 곧바로 공항을 빠져나와 언니네 집으로 향했다. 언니가 공항까지는 못 와도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으로 마중을 나왔다는 연락을 포르투를 떠나기 전에 해준 덕분에 데이터를 모두 써버린 나는 그것만을 믿고 가는 수밖에 없었다. 물론 언니를 못 만난다면 데이터 유심을 새로 사던가, 근처 와이파이를 무료로 쓸 수 있는 곳을 찾던가, 극단적으로는 언니와의 연락은 포기하고 언니네 집으로 바로 간다던가 하는 정말 최악의 상황까지 머릿속으로 했던 것 같다. 나에게 해외여행에서 지갑을 잃어버리는 것보다 더욱 최악은 역시나 핸드폰을 잃어버리거나 데이터가 없는 상황인 것 같다. (비행기 티켓도 E-ticket으로 받는 사람으로서는 핸드폰은 필수!) 그래도 복잡한 공항에서 벗어나 프랑트크푸르트 중앙역으로 향하는 지하철을 잘 탔다.
중앙역에서 한눈에 나를 알아본 언니는 내 이름을 부르며 해맑게 반겨주었다. 그 어느 때보다 이렇게 언니를 반가웠던 적이 있을까?(아 있다. 암스테르담에서 프랑크푸르트로 오던 지옥의 5시간 기차, 잊을 수 없지.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정말 눈물을 쏟을 뻔한 경험이었다.) 반갑다고 서로의 어깨도 두드려준 언니와 나는 중앙역 근처에 있던 DM에 들렀는데 유럽에서 살면서 정말 흔하게 DM을 보고 지나갔었는데(아 물론 DM에서 생필품을 많이 샀다) 유럽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이라고 드디어 한국에 있는 지인들에게 줄 소소한 선물도 샀다. 블로그에서 보면 항상 독일에 다녀오면 한 두 개씩 사 오는 화장품이나 건강보조제 같은 것들을 주워 담았는데 결제할 때가 되니 정말 관광객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아 스스로 신기했다. 그리고는 언니가 자주 가는 중국 슈퍼마켓을 들렀는데 중국이라고 말만 안 했으면 한국 슈퍼마켓이 아닌가 할 정도로 한국식품이 정말 다양했다. 이곳에서 만두 한 봉지를 사 왔는데 언니네로 돌아와 우리는 정말 대책 없이 배가 고프다는 이유로 만두 1 봉지를 모두 프라이팬에 쏟아부어 구웠다. 그런데 우리의 먹성을 생각하지 못했는지 배가 터질 듯이 부르기는 했어도 모든 만두를 모두 먹었다는 것, 그리고 거기에 약간의 계란밥까지. 유럽에 살면서 이렇게까지 배가 불렀던 적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먹었는데 한국인의 밥상(밥에 대해 진심인 민족)이 느껴져서 웃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