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은 사람을 감동시킨다는 말이 있다. 나는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이 말의 깊이를 이해하고, 늘 그 말 뜻대로 살아보려고 노력했다. 아니, 앞으로 그렇게 하려고 한다. 덧붙여서 진심은 통한다는 말과 함께 말이다.
오래전 멀리에서 뵈었던, 가까이하기에 나는 사회 초년생이었고, 그분은 이름만 내놓아도 이 업계에서는 '대부'로 통하는 유명한 분이셨다. 좋은 기회에 교육을 들을 기회가 있어도 감히 인사드릴 만한 짬도 아닌 내가, 어느덧 주니어 껍데기를 벗고, 시니어가 되면서 이제는 그 유명한 분과 일도 함께 하게 되었다. 그런데, 굳이 나와 같이 평범한 직장인에게 많은 기회를 주는지 몰라서, 언젠가 한 번 물어봤다. 그때 돌아온 말이 "사람이 좋잖아"
기분이 좋기도 하면서도, 일종의 책임감도 함께 느껴졌다. 그동안의 내 잘못된 행동이나 언행으로 상처를 입거나 씁쓸한 입맛을 다져야 했던 사람들이 적지 않을 텐데, 그들의 기억 속에서도 내가 좋은 사람으로 남아 있을까? 척추가 곧게 펴지고, 자세를 바로잡고 곰곰이 생각해 봤다. 나는 결코 좋은 사람으로만 살아오지 못했다는 걸 스스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인생의 귀인은 언제 나타날지 모른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귀인을 보았다.
만 3살, 2살 아이에 세 째 아이가 내년 4월이면 태어나게 된다. 힘들어도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줄 셋 째 아이를 우리 딸들은 큰 기대로 기다리고 있다. 이런 가족을 만들어준 아내에게 말로 표현 못 할 감사함을 느끼며, 좋은 삶으로 보답하려고 한다. 그래서 선택한 나의 집안일. 화장실 청소다. 그런데, 이런 말이 웃기게 느껴지겠지만, 화장실 바닥을 솔로 문지르고 벽을 밀어내고 나면 전신의 관절이 비명을 지른다.
앱을 통해 청소해 주실 이모님이 우리 집에 방문한 것은 어제, 딱 2시간 동안 화장실 바닥부터 사면을 살균시켜달라는 말로 청소 수준을 요청드렸다. 그러고는 바로 냉장고에 있는 보리차와 컵의 위치, 그리고 우리 가족이 먹으려고 며칠 전에 사놨던 연시 감을 꺼내어 물로 씻어 이모님께 드렸다.
"천천히 드시고, 힘들면 저기 소파에서 쉬면서 하세요.", "저희는 성당에 가는 시간이라서 나가보겠습니다."
이 말만 하고 우리는 문을 나섰다.
어려서 우리 아버지는 부유하지 못한 가정임에도 유독 사람 됨됨이를 중요하게 생각하시고 몸으로 보여주셨다. 나에게는 많은 보살핌을 받았다는 기억이 없는 아버지. 그런데, 요즘 어른들의 존재에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무엇보다도 내 집에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그 어떤 지위를 떠나, 나에게는 손님이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마음은 아마도 아버지의 영향이라는 점을 요즘 알게 되었다.
감사합니다. 전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