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연 May 27. 2023

문성식: 불편한 아름다움은  


문성식 작가와 직접적인 대면은 없었다. 다만 그가 거쳐간 기관들을 시간의 징검다리를 건너 듯 뒤이어 거쳐가게 되었고, 나는 그곳에서 과거 그의 전시 자료들을 읽어보곤 했었다. 그리고 가끔 주변 작가들의 입을 통해 튀어나오는 부러움의 형용사들이 덧붙여저 그를 형성했다.


국제 갤러리에 기재된 작가 소개를 옮겨보자면,

문성식 작가(1980년 생)는 2005년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를 졸업한 후, 2008년 동 대학교 전문사 과정을 마쳤다. 그는 2005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의 최연소 작가로 참여하면서 미술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과거의 나는 그의 작업이 무척이나 불편해 애써 외면했다. 미술계에서 늘 화려한 관심을 받는 그의 작업을 굳이 나까지 이곳에 쓸 필요가 있나 싶어 망설였다. 하지만 나는 지난 몇 년 간 그의 작업을 많이 생각한다. 불쑥불쑥 그의 작업이 머릿속에 등장한다.


왜일까.  


Sungsik Moon's Drawing, Installtion view  2013 Photo©DOOSAN Gallery New York, Courtesy Kukje Gallery


미술 시장에서 현대 구상화 (Contemporary figurative Painting)에 대한 수요가 많음을 증명하듯, 갤러리와 미술관 등에서는 앞다퉈 구상화를 적극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ICA (Institute of Contemporary Art, Boston)에서 2022년에 선보인, ≪A Place for Me: Figurative Painting Now≫뿐 아니라 테이트 모던 (Tate Modern)에서 열린 터너상의 첫 흑인 여성 작가, 루바이나 히미드 (Lubaina Himid)의 개인전, 그리고 수많은 갤러리에서 소개하는 구상 작가들(Amy Sherald, Hayv Kahraman, Salman Toor, Kyle Dunn, Nina Chanel Abney, Genieve Figgis, tschabalala Self, Hernan Bas, Dana Schutz, Kehinde Wiley..), 더 나아가 흐릿한 기억을 붙드는 Gerhard Richter와 Luc tuyman까지 정말 셀 수 없을 정도다. 당장 생각나는 작가들만 이 정도니 세상에 수많은 작가들은 현대 구상화라는 동시대 미술 사조에 영향을 받고 있거나 탑승해 있다.


me me me를 외쳐야 하는, 즉 자기가 자신을 규정하는 1인 매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구상화가 지난 10년 간 가장 많이 보이는 동시대 예술의 한 흐름임은 사실 그리 놀랍지 않다. 다만 과거의 구상화와 구별되는 특징이 있다면, 젠더나 인종, 성정체성이 적극적으로 개입되어 몸과 사회 공동체를 표현하는 방식에 있다는 점이다.


쏟아져 나오는 구상화를 보며 나는 갈증을 느낀다. 너의 존재를 관통할 수 있어 때론 상처가 되기도 했지만(알아가는 과정은 상처였다), 나의 존재를 누구/무엇과의 관계로부터 설명할 수 있을지.. 그런 작업을 만나기 힘들었다. (그런 작업이 없다고는 말하고 싶지 않다. 부지런하지 못한 내가 아직 알지 못하는 작가가 반드시 있을 거라 믿기 때문이다.) 거칠게 말해 동양인이 대상인 구상화를 만나기 어렵다.


해외 갤러리와 일을 하게 된(represent 된) 한국 여성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다 그곳의 갤러리스트가 그가 과거에 그린 동양인 여성 figure 모습이 담긴 회화보다 풍경화에 더욱 관심을 두어 작품의 방향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된다던 목소리를 기억한다.


Sungsik Moon, Just Life 2019 ©Courtesy Kukje Gallery


국제 갤러리에서 2019년에 발표한 문성식 개인전, ≪아름다움. 기묘함. 더러움≫의 소식을 접하고 나는 그의 작업을 조금 더 편하게 바라보는 나를 발견했다. 우리네 삶을 바라보는 그의 냉철한 관점이 세밀한 필체로 여전히 그려지지만, 좀 더 은유적인 방법(장미라는 대상을 통한 자연의 섭리)과 동양화의 구도와 색감, 그리고 두터운 화폭의 질감이 나를 편하게 만들어 준 것이다.


이런 나의 소감이 위의 어느 한국 여성 작가를 대변하는 해외 갤러리스트의 답이 될 수 있을까.


'불편함'이라는 감정은 어디서부터 오는 것일까. 왜 동양인의 삶의 묘사는 불편함을 동반하는 것일까. 그래서 우리네의 모습은 '만화화'되거나 '추상화'되어 그럴듯하게 혹은 귀엽게만 존재한다.


나는 문성식이 과거에 발표한 작업들, 즉 자신과 주변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대면했던, 그래서 불편했던 우리의 이야기를 이제야 사랑하게 되었다. 노인의 뒤틀린 신체와 검버섯 가득한 겉표죽, 누군가의 돌봄과 임종의 순간, 상처 범벅이었던 사랑과 무지로 인해 보호받았던 내 삶에 대한 부끄러움이 너무도 투명하고 투명하게 그의 화폭에 투영되었던 것이다.


Sungsik Moon's Drawing, Installtion view  2013 Photo©DOOSAN Gallery New York, Courtesy Kukje Gallery
매거진의 이전글 미요코 이토: 고통을 안고 살아내는 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