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를 쉽게 하는 방법은 쉽게 만드는 수밖에 없다.
청소가 일이 되는 게 싫어 수시로 한다. 책이나 문구 외에는 새로운 물건을 집에 들이는 일은 거의 없다. 새로운 물건이 들어오면 수납 문제와 청소가 번거로워진다. 물건이 최대한 적어야 청소하기가 쉽다. 그리고 쉬워야 청소를 자주 할 수 있다.
나는 조금만 복잡하고 어려워도 마음에 부담을 잘 느낀다. 그래서 생활에서 필수 불가결한 행동―청소, 식사, 옷 입기, 운동―은 최대한 쉽게 만들려고 한다. 너무 쉬워 어떤 생각을 요구하지 않고 몸이 먼저 반응하는 행위. 청소할 때 팟캐스트를 듣는다. 귀는 팟캐스트 진행자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고 손은 밀대 걸레를 힘차게 밀고 눈은 바닥이 깨끗하게 잘 닦이고 있는지 주시하고 있다. 청소할 때 바닥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닦을지, 내가 발견하지 못한 먼지가 있는 건 아닌지, 청소를 얼마나 빨리 끝내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미하엘 엔데 작가의 <모모>에서 청소부 베포는 긴 도로를 청소하는 방법에 대해 말한다.
“한꺼번에 도로 전체를 생각해서는 안 돼, 알겠니? 다음에 딛게 될 걸음, 다음에 쉬게 될 호흡, 다음에 하게 될 비질만 생각해야 하는 거야. 계속해서 바로 다음 일만 생각해야 하는 거야.”
청소할 때 지금 당장 닦아야 할 면만 생각해야 한다. 시작도 전에 청소할 전체를 생각하면 하기 싫어진다.
몇 년 전, 템플스테이에서 스님과 1:1로 차담을 가졌다. 그때 스님께서 하셨던 말씀이 있다.
"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자신을 돌보다 끝나는 거야."
만약 엄마 뱃속에 나오자마자 현재 나이까지 거쳐야 할 생애과정을 짧게 전달받는다면? 숨이 턱 막힌다. 청소할 때 지금 닦아야 할 면만 생각하듯 살아가는 일도 그렇다. 내가 잘하고 싶은 일을 먼저 잘하고 있는 사람들을 자주 부러워한다. 무언가를 해냈고 해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꾸준하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멋있는 사람이 되냐고 물으면 다들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고 말한다. 잘하고 싶은데 어렵게 느껴졌던 건 생각이 많아져서다. 이것저것 따지고 생각하다 보면 행동은 무력해지고 불안은 강력해졌다.
불안을 뒤덮는 방법은 청소부 베포가 말해준 것처럼 다음에 딛게 될 걸음, 다음에 쉬게 될 호흡, 계속해서 다음 일만 생각하며 행동하는 거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생각과 체력은 크지 않다. 집이든 마음이든 청소가 싫어지기 전에 불필요한 것은 버리자. 정리왕 곤도 마리 선생님께서도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라고 하셨다. 설레지 않아도 버려야 하는데 해로운 것은 당연히 버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