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고시를 준비하는 동안 참 여러번 방송사, 신문사 문을 두드렸다. 어학연수를 다녀와서 토익 성적은 그럭저럭 800후반대. 학점도 창피한 수준은 아니었다. 그런데 소위 메이저에 붙을 한 방이 없었다. 셀 수도 없이 떨어졌고 면접까지 못 간 게 태반이었다. 그래도 주변 친구들이나 언론고시 스터디 했던 언니 오빠들이 신문사나 방송사에 취업했다는 소식이 간간히 전해지니 다음 차례는 나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다. 잘난 것도 없는데. ‘언론고시’로만 취업을 준비하다보니 다른 대안이 없기도 했다. 수시만 준비해서 수능을 볼 수 없는 뭐 그런 상황이었다고나 할까.
한 30번 이상 넣고 30번 떨어진 뒤였을까. 나름 이름대면 알만한 신문사에 최종 면접까지 가게 됐다. 최종 면접에 간 건 처음이었다. 너무 여러번 떨어진 후 주어진 기회라 소중했다. 면접관 한 분이 “왜 000씨를 우리 회사가 뽑아야되죠? 이유를 말해보세요“라고 했다.
”너무 간절히 이 일이 하고 싶고, 그동안 떨어질만큼 떨어졌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저를 뽑아준다면, 누구 보다 이 기회를 소중히 여기며 회사에 감사한 마음을 갖고 열심히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합격하고 싶습니다.“
눈물이 핑 돌았다. 면접을 보다가 눈물이라니. 망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결과는 뜻밖이었다. 총 6명을 뽑았는데 그 중 내 이름이 있었다.
기자라는 직업에 간절함이 있어서 언론고시 준비를 시작한 건 아니었지만, 하다보니 상황이 간절함을 만들었다. 또 시험만 보면 자꾸 떨어지는 내 자신에 지쳐 어디든 붙고 싶었다. 그러니 면접관에게 한 대답은 반은 진심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마음으로는 기자가 아닌 다른 직업, 다른 회사에 붙었어도 애정을 갖고 일했을 거 같긴하다.
그렇게 난 기자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