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2학년 때, 처음 방송국에 갈 기회가 있었다. 연예인에 대한 관심도 없었고 누가 누군지도 잘 모르던 시절 손범수가 진행하던 KBS '가요톱텐‘을 방청했다. 그때 생전 처음 본 연예인이 바로 가수 신승훈이었다. 골든디스크에서 해마다 본상을 받고 최고 인기 발라드 가수로 활동하던 때였는데 난 신승훈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처음 방송국에 간 날 마침 로비에서 신승훈을 우연히 만나고, ‘가요톱텐’ 신승훈 무대를 직관하며 ’아까 로비에서 본 그 가수가 무대 위에서 저렇게 멋있을 수 있다니‘라는 생각을 했다. 당시 팬이 아니었는데도 ‘무대 위’ 신승훈은 정말 멋있었다. 그리고 기자가 된 해에 신승훈을 만날 일이 있었는데 “태어나서 처음 본 연예인이 신승훈 씨였어요“라고 말하며 기자 포스고 나발이고 다 내려놓고 아마추어처럼 신나서 말한 적이 있다.
중학교에 올라오자 반 친구들은 H.O.T.와 젝스키스 파로 크게 갈렸다. god, 신화 팬도 있었다. 그때도 왜 저렇게까지 연예인을 좋아하는지 사실 친구들이 이해가 안 됐다. TV 보는 걸 너무 좋아하고, 각종 드라마 예능을 그렇게 보면서 낄낄 거렸지만 (그래서 엄마는 티비모니터링학과 있으면 딱이겠다고 농담처럼 말했다) 아이돌 가수를 좋아해 콘서트 보러 상경까지 하는 친구들의 마음엔 공감해 줄 수 없었다.
괜찮은 거니 어떻게 지내는 거야 (‘To heaven’ 가사 중)
그러다가 내 눈에 처음 들어온, 내 심장을 요동치게 한 1호 연예인이 바로 조성모였다. 당시 김하늘, 이병헌 등 당대 인기 배우들이 출연한 초호화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은 ‘투 헤븐’ 뮤직비디오. 예능 프로그램이 끝나고 말미에 ‘투 헤븐’ 뮤직비디오가 나오는데 조성모의 미성과 노래에 푹 꽂혔다. 얼굴 없는 가수라고 해서 기대치가 완전 낮았는데 이게 웬걸. "얼굴이 너무 내 스타일이잖아."
조성모 오빠 (신승훈은 신승훈인데 조성모는 좋아했으니 오빠) 테이프를 사모으기 시작하고, 성모오빠가 출연하는 KBS ‘출발 드림팀’을 매주 챙겨보고, 앨범을 내고 콘서트를 열면 무슨 일이 있어도 갔다.
서울에 살진 않았지만, 고등학교 방학 때만 되면 서울에서 지내며 메가스터디를 다녔는데 그때도 학원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조성모 오빠 구의동 집(주택)에 들러 문 앞을 서성이기도 했다.(엄마 미안. 몰랐지.?) 눈이 많이 와서 집 앞에 눈이 수북하게 쌓여있으면 성모오빠를 위해 눈을 치우거나 눈사람을 만들어두기도 했다. 성모마리아(성모오빠 팬클럽)가 돼서 열렬히 좋아했다.
운 좋게 콘서트 3열이 티켓팅이 돼서 가까이서 성모오빠를 본 적 있었는데 공연이 끝나고 ‘성모오빠를 커서 꼭 만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며 무슨 직업을 택하면 성모오빠를 만날지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생각했다. 초록매실을 찍고, 가죽 재킷을 흔들며 '빠라바라밤바' 춤을 춰도 성모바라기, 성모마리아였다.
고등학교 진학 후엔 방송국이나 언론사에서 일하면 좋아하는 성모오빠를 볼 건덕지가 생길까 생각했다. 때마침 방송 기자라는 직업이 눈에 들어왔고 기자를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연예부 기자가 되고 성모오빠도 만났다. 그 에피소드는 추후에 다시 풀겠다.
그리고 너무나도 물 흐르듯이 언론정보학부 정보방송학과로 전공을 택했다. 당시 인기 학과이기도 했고 수능 성적에 맞춰서 지원을 하기도 했지만, 정보방송학과를 택하면 뭔가 졸업 후 기자나 PD가 되서 ‘겸사겸사’ 성모오빠를 보지 않을까, 엄마가 어릴 때부터 TV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내게 “TV모니터링학과 있으면 거기 가면 딱이겠다”라고 했는데 그와도 비슷해보이는 학과가 아닐까라는 막연한 생각에 다른 선택지도 있었지만 정방과를 큰 고민 없이 지원했다. 그땐 몰랐는데 지금 와서 보니 기자가 되는데 정보방송학과 졸업은 아무 도움도 되지 않았다.
그렇게 들어간 정방과에서 학부 생활을 하다가 또 어쩌다가 남들 따라 '언론고시' 준비생이 되었다.
<에필로그>
기자가 된 후 만난 성모오빠. 이 날 내가 팬이라는 걸 알고 직접 만든 꽃다발을 내게 선물로 주셨다. 난 진정한 성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