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한 번 좋아한 적 없는데, 어쩌다 보니 14년 차 연예부 기자
MBTI를 몇 번을 해봐도 확신의 ESTJ다. 이 정도면 엄청 치밀하게 계획해서 직업을 정했을 법한데 사실은 정반대다. 얼떨결에 소위 '딴따라' 연예부 기자가 됐다.
이제 곧 마흔 살(대통령이 나이를 깎아준다고 해서 40까지 시간을 더 벌게 되긴 했으나 이러나저러나 40 임박). 연예부 기자도 14년 차인데 이제 와서 돌이켜보니, 어떻게 나 같은 사람이 이 일을 이토록 오래 하고 있는지 참 신기하다. 심지어 승진 운이 좋았는지 일복을 타고난건지 팀장도 꽤 일찍 달았다.
"마흔까지만 일해야지."
졸업하자마자 비교적 쾌속 취업이 된 편인 나는 이 말을 마음에 품고 살았다. 그래서 간절함이 덜했다고나 할까. 오랫동안 꿈꿨던 직업도 아니었고 정말 어떻게 하다보니 기자. 그것도 연예부 기자가 되서 그런지 취업이 되긴 했는데 이 업을 오래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눈 깜짝 할 사이에 이 나이, 이 연차가 됐고 심지어 이직 한 번을 안 해봤다. 제안이 없진 않았지만, '굳이?' 라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과 적응하는 것도 귀찮았고, 뭐 그렇게 매력적인 이직 제안도 아니었다.
연예부 기자가 된 것도, 10년 넘게 같은 일을 하는 것도 돌이켜보면 다 '어쩌다보니'라는 말로 귀결된다. 왜 난 연예부 기자가 됐을까. 어쩌다 난 이 직업을 택해서 14년째 이 일을 하는 걸까. 그리고 생각해보면, 술 자리에서 사람들 만나면 그만두고 싶다고 쉽게 말하면서도 진짜 속으로는, 진심으로 그만두고 싶었던 적이 왜 없을까. 기레기라는 말도 들으면서도 버틴 이유는 뭘까. 못 마시는 술을 억지로 마셔가며 주량을 늘리고, 연예계 바닥을 떠나지 못 한 이유가 뭐였을까.
마흔을 앞두고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고, 앞으로도 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한 번 찾고 싶었다.
어떤 직업이던, 어떤 직장을 다니던, 10년 넘게 같은 일을 하고 있고 마흔 언저리에 있는 회사원이라면 나와 비슷한 생각이 들지 않을까 싶다.
"난 왜 이 일을 하고 있나. 내 일을 사랑하나. 내 일에 자부심을 갖고 있나. 그리고 이 일은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