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지인 Jun 26. 2021

엄마는 어디까지 낮아지는가(1)

#6. 썰로 푸는 엄마 수행기


육아는 왜 힘들까?


천진한 아이들의 미소를 보고 있자면 그 뒤에 서린 부모의 수고는 쉽사리 상상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은 남의 아이들일 때고,


내 속도 모르고 신나게 놀며 웃어젖히는 내 아이들을 보자면 한 번쯤은 쓴웃음과 함께 이런 생각이 든다.


"...... 좋냐?"


여느 엄마들에게 육아의 고충을 말해 보자 하면 찬송가의 시처럼 '하늘을 두루마리 삼고 바다를 먹물 삼아도...' 모자라겠지만 나에게 유독 '엄마는 어디까지 낮아질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상황들이 있었다.






EP1. 초록 장화와 흰 바지 썰


2015년 메르스가 유행하던 시기,

(※ 2015년 당시 국내에서 유행했던 중동호흡기증후군(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38일 만에 종식되었다고 한다.)


어린이집은 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해 휴원을 결정했고 나는 갑자기 동하를 집에서 돌보아야 했다.


일은 해야 했기에 당시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고 계시던 엄마와 이모가 집에 오셔서 동하를 돌봐주셨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와서 엄마와 이모가 가시기 직전, 동하가 바닥에 놓인 책을 밟고 미끄러지는가 싶더니 처음 듣는 울음소리를 내며 자지러졌다.


처음엔 놀랐나 싶었는데 일으키려 하니 한쪽 다리를 바닥에 닿지 않게 하려 한껏 구부렸다.


"어, 동하 이상한데? 왜 안 걸으려고 하지?"


엄마와 이모가 계신 김에 도움을 받아 함께 근처 정형외과로 갔다.


아...... 종아리뼈에 금이 갔다.


당시 동하의 엑스레이 사진


아니, 어른이 셋이나 지켜보는 앞에서 넘어졌는데 어쩌다 이렇게 금이 가버렸는지,


엄마인 나조차도 뼈는 한 번도 다쳐본 적이 없었는데 이 어린것이 왜 두 돌도 안되어 이런 부상을 입는지.

아이에 대한 미안함에 눈물이 쏟아졌다.


애는 아프고 무서워서 울고, 나는 미안해서 울고, 둘이 우는 걸 보는 엄마와 이모도 울고......


그야말로 Sea of tears.


냉소적인 동네 정형외과 의사 선생님은 여기서는 반깁스 밖에 못해준다며 3일 정도 반깁스를 유지하다 큰 병원으로 가서 2차 진료를 받고 통깁스를 하라고 하셨다.


이 어린것을 결코 가여히 여기거나 엄마인 내게 위로의 말 한마디 건네주지 않으시던 선생님이 당시엔 내심 원망스러웠다.


그러나 가뜩이나 초보 엄마의 우울함으로 가득 차 있던 나를 생각하면 작은 위로의 한마디가 그야말로 '선생님이 쏘아 올린 작은 공'이 되어 얼마나 그를 귀찮게 했을 것인가 말이다.

(내 뒤로 대기 환자도 없었는데......)


결국 동하는 서울의 병원으로 가서 무릎을 조금 넘어가는 높이까지 통깁스를 했다.


 

왜 이러는 걸까



통깁스를 했으니 더 이상 걷지 않아도 되고 엄마가 모든 것을 다 해주는 편안함도 잠시, 동하는 곧 지루함을 느끼기 시작했고 깁스를 하고도 걷고 이동하는 법을 스스로 터득했다.


그리고 1주일이 조금 지났을까?


깁스를 한 다리를 세우고 절뚝이며 걷다 넘어진 동하는 반대쪽 다리에 마치 데칼코마니처럼 똑같은 형태로 금이 가는 부상을 입고 결국 양다리에 초록 장화를 신고 말았다.


우는 소리가 또 심상치 않아서 응급실로 가면서도 '에이 설마~'했는데 막상 결과를 듣고 이번엔 웃음이 나왔다.


의사 선생님도 "저 의사 생활 10여 년에 이렇게 똑같이 양다리에 금 간 환자 처음 봅니다"라고 하셨다.

(선생님...... 저도 이런 애 첨 봐요.)



선배 깁스와 신입 깁스라고 불러야 하나


작가의 이전글 입양, 엇갈린 두 가지 시선을 마주할 때(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