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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철 Dec 17. 2021

'구글'이 보여주는 리드의 기본

아이의 '손실회피성향'을 차단하라!

학교 선배 중 한 분의 업이 골프를 가르치는 일이다. 골프 선수들을 가르치는 한 마디로 이야기하면 '티칭 프로'다. 그냥저냥 하는 사람이 아니고, 초등학생부터 양성해 일본 국가대표까지 만들 정도 수준이니 일가견이 있는 사람일 법하다.


미국으로 두 달간 제자들을 데리고 겨울 전지훈련을 떠나기에 앞서 먼길을 응원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 세상돌아가는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골프를 잘 치는 방법 쪽으로 옮겨갔다. 그런데 타수를 팍팍 줄이는 꿀팁을 원하는 참석자들에게 이 선배가 알듯모를 듯한 이야기를 던졌다.


"안되는 게 너무 많으면 골프가 늘지를 않아..."


처음에 골프를 배우면 누구나 경험한다. 가르치는 사람들이 대부분 폼을 강조하면서, "이건 이렇게 하면 안 되고, 헤드는 어떻게 하면 안 되고, 손은 어떻게 하면 안 되고" 등등등의 말이 이어진다는 사실을...


그런데 이 선배 왈, 너무 그 '안 되는 것'에 얽매이다 보면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걸 발전시킬 기회를 잃어버린다는 거다. 어느 정도 오픈된 선택지 가운데 자기가 잘하는 걸 선택해서 늘려갈 때 비로소 골프도 잘 할 수 있다는 게 선배의 설명이었다. 


이 선배는 사람들을 가르칠 때 절대 'No'라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것도 괜찮네요. 그런데 이러면 어떨까요?"라고... 거기에서부터 배우는 사람은 스스로 자기가 잘하는 부분을 찾을 수 있는 단서를 찾아가고 능력을 길러간다.  


그런데 이 선배가 평생을 제자들을 가르치며 터득한 이 대화법을 사용하는 아주 유명한 회사가 있다.


바로 구글이다.


일본 경제 신문을 읽다 보니 저명한 학자들을 모아 열린 '기업 문화 관련 포럼'에서 한 교수가 이런 말을 한 부분이 실려 있었다.


"구글 회의에는 'No'가 없습니다."


회의를 진행하면서 앞사람이 어떤 말을 하든 거기에 'No'라는 반대 의사를 표하지 않고 이야기를 이어가는 방식이다. 


어떻게 하는 걸까? 참석자들은 "지금....라고 말했지만 저는...."이라고도 하지 않는다. 그 보다는 "거기에 더해 저는...."이라는 식으로 대화를 이어간다면 맞겠다.


이 대화법의 목적은 명쾌하다.


회의에서 많은 사람의 자발적인 의사 표현을 끌어내기 위함이다. 자기가 의견을 제시했을 때 누군가 'NO'라고 말한다면 알게 모르게 위축되는 건 인지상정. 자연히 가진 생각을 말하기 전에 내가 이렇게 말했을 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일종의 자기 검열부터 하게 된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넛지>의 저자이자 '행동경제학'의 창시자로 2007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탈러는 그의 책 <행동경제학>에서 이를 '손실회피성향'으로 설명한다. 


내가 제안을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보이지 않는 이익(사실 내 의견을 내놓았을 때 미래에 성공할지 어떨지 잘 모른다. 안해봤으니까)보다는, 내 말이 부정당했을 때 올 수 있는 손실이 더 직접적이고 추정가능하기 때문에(이렇게 말했을 때 상사가 비토를 놓으면, 혹은 짜증을 내면 내가 어떤 상황에 직면하게 될지는 바로 상상이 가능하다. 특히 평소 상사가 권위적이고 부정적인 성향을 가진사람이라면) 사람들이 나서서 말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어떤 말을 던졌을 때, 그 의견이 반대에 부딪힐 위험이 없고, 또 다음 사람이 거기에 더해 의견을 말해가는 식이 된다면 당연히 더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 밖에 없다. 늘 부정적인 리더에게 의견을 개진할 부하는 별로 없다. 


우리 집 아이가 유치원을 다닐 때 처음으로 공개 수업을 해 유치원을 방문한 적이 있다. 아이들이 엄마 아빠를 생각할 때 떠오르는 말을 선생님이 대신 받아적어 죽 걸어 놓았는데, 우리 아이 걸 보는 순간 말문이 턱 막히고 말았다. 


아빠하면 떠오르는 말 "하지 마"였다. 


이렇게 하면 안 돼, 저렇게 하면 안 돼…라는 말이 5살 꼬맹이한테는 가장 기억에 남는 아빠의 말 버릇이었던 모양이다. 물론 아이의 훈육과 교육, 혹은 안전을 위해 했던 말이겠지만, 나는 그때마다 아이에게 '손실회피성향'만 더 키워주고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아마 그때 그 글을 보지 않았다면, 아마 나는 계속 뭔가 태클을 거는 부정형 리더의 모습으로 아이에게 여지껏 남아 있었을 것이다. 


그런 아빠에게 말을 먼저 꺼내고, 또 유대감을 가질 자녀는 아마 많지 않을 것이다. 교감이 없는데, 신뢰가 쌓일리 만무하다. 


"안돼, 하지 마. 너 왜 그러니?"보다는 "그렇구나..."가 아이의 속 마음을 더 끌어낼 수 있는 리더로서의 부모가 가져야할 마음가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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