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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진 Jun 29. 2022

놈/nom

#두 번째 이야기_ 나는 놈이 싫다


나는 놈이 싫었어. 

그놈도 나를 싫어했나 봐.


놈이 파놓은 구덩이 중에 

하필 가장 깊은 곳에 빠지고야 말았지.

너무 깊어서 하늘이 엄지손톱만 하게 보였어.


난 놈의 속임수를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놈의 함정에 빠질 줄이야!

뻔히 알면서도 당한 일에 미치도록 화가 났지. 

놈에게 도와달라고 말하고 싶지 않았어.


한참이 지나도 아무 소리가 나지 않자

궁금해진 놈은 인심 쓰듯 밧줄을 내려 주었어.

묵직해진 밧줄을 끌어올리며 놈은 그제야 깨달았지.


‘아차! 너무 깊이 팠구나.’

놈을 마주치고 싶지 않았던 나는

내려온 동아줄에 목을 매달고 말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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