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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진 Jun 30. 2022

놈/nom

#세 번째 이야기_ 구덩이 동지


처음 구덩이에 빠지면 

그곳에서 빠져나갈 방법을 궁리한다.

그러다가 몇 번 더 빠지게 되면

밖으로 나가기가 귀찮아진다


나가봐야 또 빠질 텐데..., 왜 나가야 하지?

그러면 구덩이를 살기 편하게 확장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구덩이를 옆으로 파다 보면 

구덩이 동지를 만나기도 한다.

 

그는 구덩이 밖으로 나가기를 애초부터 거부한 사람이다.

너무도 오랜 세월 이곳에 머문 그는 눈도 귀도 없어졌다.

오직 거대한 입만 남아 있다.

 

나보다 더 오래 구덩이에 있었을 

그에게 조언을 구해 본다.


쓸모없는 짓이다

 

들을 수 없는 자에게 질문을 하다니.

구덩이에서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자에게 들을 수 있는 거라곤 

어쭙잖은 잘난 척뿐이다.

 

저 구더기 인간처럼 눈과 귀가 사라지기 전에 

어서 이 구덩이에서 나가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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