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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진 Jul 01. 2022

놈/nom

#네 번째 이야기_ 동정 따윈 필요 없다


놈은 완벽하게 잔인했어.

그렇기에 동정 따윈 필요 없었지.

구덩이에 빠져 절망할 사람들 생각에

신이 나서 구덩이를 파고 있었어.

동그라미? 네모? 별 모양은 어떨까?

놈은 세심하게 정성을 기울이기까지 했어.

 

‘뭐가 되든지 신나게 하는 게 중요한 거야!’

놈은 항상 그렇게 말하곤 했어.

 

신나서 구덩이를 파다 보면

금광을 발견하기도 하고,

우물을 찾아내기도 했으며,

심지어는 반대편으로 뚫고 나가기도 했지.

혹시 알아?

운 좋으면 지금 파고 있는 그곳이

놈의 무덤이 될 수 있을지도.

 

만일 그렇게 된다면

그땐 놈이 그렇게 싫어하던

동정을 받게 될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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