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이야기_ 동정 따윈 필요 없다
놈은 완벽하게 잔인했어.
그렇기에 동정 따윈 필요 없었지.
구덩이에 빠져 절망할 사람들 생각에
신이 나서 구덩이를 파고 있었어.
동그라미? 네모? 별 모양은 어떨까?
놈은 세심하게 정성을 기울이기까지 했어.
‘뭐가 되든지 신나게 하는 게 중요한 거야!’
놈은 항상 그렇게 말하곤 했어.
신나서 구덩이를 파다 보면
금광을 발견하기도 하고,
우물을 찾아내기도 했으며,
심지어는 반대편으로 뚫고 나가기도 했지.
혹시 알아?
운 좋으면 지금 파고 있는 그곳이
놈의 무덤이 될 수 있을지도.
만일 그렇게 된다면
그땐 놈이 그렇게 싫어하던
동정을 받게 될 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