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형

누구를 만나면 설레고 행복해질 수 있을까

by 심사역A


직업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연애 이야기는 언제나 얼음을 깨기 위한 화두가 되곤 한다.

만나는 사람이 없어요, 라고 하면 자연스레 이어지는 질문. 이상형이 어떻게 되시나요.


사실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심사역의 눈에도, 한 편의 꿈과 같은 '이상형'이 있게 마련이다. 열정 넘치는 대표와 빛나는 아이디어로 시작해, 투자 직후 빠르게 성장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BEP를 달성하며, 마침내 뿔이 솟은 전설의 동물처럼 모든 조건이 완벽하게 갖춰져 큰 수익을 안겨다 주는, 그런 스타트업.


늘 그렇듯 현실은, 이상과는 거리가 멀다. 만날 기회 자체가 흔치 않을 뿐 아니라, 만났더라도 처음의 설렘과 달리 기대와 다른 면모를 보이거나 인연이 맞지 않아 엇갈리는 경우가 많다. 결국 이상형과 맺어지는 일은 하늘의 별 따기. 그럼에도 우리가 여전히 이상형에 대해 묻고 꿈꾸는 이유는, 흐릿한 현실 대신 선명한 이상을 바라보고 싶은 마음 때문이겠지.


그렇다면 이상을 만나지 못해 슬퍼해야 할까. 다시 현실을 들여다보면, 대부분의 경우 완벽한 파트너를 찾기보다는 서로를 맞춰 나가는 법을 배운다. 이해와 배려를 통해 서로가 각자의 이상형이 되어 가는 그 과정,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만남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그래서 심사역이라면, 적절한 타이밍에 만난 스타트업과 함께 맞춰 나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이상형 스타트업을 만날 기회는 드물고, 그 기회조차 현실에서는 예상과 다른 모습을 보이기 마련이다. 아무리 매력적인 아이디어와 제품을 가지고 있다 해도, 성장의 길은 언제나 도전의 연속임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자금 조달, 시장의 변동성, 팀 내부의 갈등.. 수많은 변수들이 회사를 시험에 들게 하더라도, 우리는 그 가능성을 믿고 끝까지 응원하며 함께 나아갈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때로는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거나 어려움을 극복하는 모습에, 크게 감동받고 성장하기도 한다.


결국 전설의 동물을 기다리기보다는, 현실 속에서 그런 스타트업과 함께 성장하며 서로를 맞춰 나가는 과정 자체가 진정한 '이상형'과의 만남, 곧 '초기 투자의 가치'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 빡세면서도 따스한 시간들을 함께 공유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내가 초기 투자 업계에 몸을 담고 있는 이유인가 싶다.




덧) 이상형에 대한 질문에는 아직도 뭐라고 답해야 할 지 모르겠다... 적어도 내겐 늘 깊은 고민을 수반하게 하는 질문. 시간 들여 한 번 정리해 보는 것도 의미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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