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시위

일요일 밤에 읽는 라디오

by 구현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출근길 시위가 시작됐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는 지하철에서 15분을 보낸 후였다. “이동권 시위로 서울역까지 열차 운행이 지연된다”는 기관사의 안내 음성에 열차 안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았다.


누군가는 급하게 다른 교통수단을 찾았고, 누군가는 전화로 늦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오전 9시가 다가오자 지하철 안은 이동권이 제약된 상황을 타개하려는 사람들로 분주하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 중 이동권 시위를 안 써본 기자는 없다. 어떤 기자는 장애인 출근길에 동행하며 매 순간 장애물에 가로막히는 그들의 모습을 그려냈고, 어떤 기자는 스크린도어를 향해 전진하는 휠체어를 약자들의 처절한 몸부림으로 묘사했다.


기사는 대체로 시위대에게 쏟아지는 비난보다는 장애인들이 이렇게까지 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주목한다. 나 역시 비장애인들이 겪는 불편함은 장애인에게 일상이라는 사실, 저상버스, 장애인 콜택시를 늘릴 필요가 있다는 의견은 꼭 적어두곤 했다.


사건팀을 떠나 일상에서 출근길 시위를 겪으니 본연의 내 모습과 마주했다. 운행이 10분만 늦어져도 미간은 저절로 찌푸려졌고, 지금이라도 올라가 택시를 잡아야 하나 고민하다 “왜 하필 4호선이야”고 중얼거리기까지 했다.


시위는 그대로다. 달라진 것은 나는 취재가 아닌 출근을 해야 한다는 것. 약자를 위한다는 말, 이상적인 말들을 선별할 때와, 일상에서 느끼는 날 것의 감정은 사뭇 달랐다.


오전 8시에 사당역을 출발한 열차는 한 시간이 지난 9시가 돼서야 목적지인 신용산역에 도착했다. 열차에서 내리자 조금 전까지 지하철을 막아선 그들의 모습을 봤다. 몸을 휠체어에 축 늘어뜨린 채 손수건으로 흘러내리는 땀을 연신 닦았다. 지나가는 사람들과 눈을 마주칠까 봐 고개를 푹 숙였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지난 4월 생방송 토론을 시작하면서 “시민 여러분 장애인들이 출근길에 지하철을 타서 많은 불편들을 끼쳐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장애인에게 이동권은 문명사회에서 생존권이나 다름없다”라고 호소했다. 약자의 편에 서겠다고 호기롭게 나섰던 기자조차 시위를 외면할 무렵, 장애인들은 다시 한번 생존을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