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쩍 이상형에 관한 질문을 많이 듣는 시간들이었다. 짓궂은 남고생들이 처음 교생실습을 나온 교생선생님에게 첫사랑얘기 해달라는 것과 비슷한 거겠지. 만난지 얼마 안되어 어색한 사이일수록 술이 조금만 돕는다면 개인의 내밀한 마음 속 저 멀리 있는 이야기를 장난스레 물을 수 있다는 것도 인간관계의 아이러니다. 끄집어내는 괴로움까지 알아채는 노력은 함께한 것들이 많지 않음을 이유로 간단히 생략할 수 있다.
취향이 확실한 사람이라 하니, 그런거 말고~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흥미를 충족시키기에 부족한 대답이었을까 혹은 내가 예쁘고 몸매좋은 사람을 좋아하는 스탠다드에서 벗어난 게 마음에 안들었던걸까. 심문당하는 과정을 끝내려 질문자를 만족시킬 만한 대답을 하고서 괜히 또 생각에 잠긴다. 나는 왜 그런 대답을 한걸까?
결국 나와 비슷한 사람을 찾는 거구나. 취향이 확실하다는 건 같은 결인 사람과는 마치 몇 년은 알고 지낸 것처럼 잘 맞을 수 있지만 반대인 사람은 도무지 가까워질래야 가까워질 수 없다는 의미와도 같다. 내가 그랬던 적이 있는가도 싶지만 한창 자아가 형성 중이던 어렸을 적이 지나고 나면 사람이 수평으로 넓어지기보다는 수직으로 깊어진다. 같은 관심사를 비슷한 수준으로 탐닉해온 사람을 우연히 만나는 일은 일어날 리가 없고 내가 잘 몰라도 좋으니 기꺼이 함께하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자신만의 취향을 스토리와 함께 품고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완성했는데, 그때는 이미 다음 주제로 넘어간 뒤였다.
배척하진 쉬워지고, 사랑하긴 어렵다.
어쩌면 단점이 될 수도,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