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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이렇게까지 환영받아도 되나요?

이토록 정성스러운 환대라니.

by 디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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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일 입학식.

이사, 적응을 핑계로 이제야 남겨보는 그날.



설레고 들뜨는 마음과 혼자 두 아이를 챙겨 늦지 않게 도착해야 한다는 긴장감으로 발걸음을 서둘렀다. 입학식이 진행되는 강당에 도착하니 밝고 싱그러운 꽃들로 정성스레 꾸며진 꽃문이 있었다. 아이 학교는 입학식과 졸업식날 매우 의미 있는 의식이 있다. 입학식(1학년)에서는 혼자서 꽃문을 지나갔다가 졸업식(12학년)에서 그 꽃문을 다시 걸어 나오는 것이다. 아이가 지나갈 꽃문을 가까이 다가서 보니 생기 있는 꽃들이 두 팔 벌려 환영하는 듯했다.


실제로 보면 더 아름다운 꽃문


크지 않은 소박한 강당. 차분하고 따뜻하게 진행해 주시는 선생님의 음성으로 우리들만의 입학식이 시작되었다. 핸드폰을 가방에 넣어두고 (사진촬영을 하는 분이 따로 있으니 모든 부모님들은 촬영보다 현장에 더 몰입해 주시기를 부탁하는 사전공지가 있었다. 또한 이곳은 전자기기, 미디어에 대해 보수적인 교육방침이 있기에 아이들이 함께하는 자리인 만큼 부모의 적극적 참여가 중요하다고 이해했다.) 이곳의 분위기를 찬찬히 음미했다. 2학년부터 12학년까지 모인 아이들, 12년 동안 가르침을 주시는 모든 선생님들, 그리고 거의 모두 참석한 듯 보이는 전학생 부모님들. 아홉 명의 신입생들을 환영하는 마음이 이 작은 공간을 꽉 채웠다.


아이들이 꽃문에 입장할 때가 됐다. 부모 중 한 사람은 꽃문 앞에서 대기 중인 아이의 손을 잡고 기다리면 된다고 했다. 이제 아이의 차례. 이제 아이는 나의 손을 놓고 꽃문을 스스로 걸어가야 한다. 낯설고 긴장될 아이를 향해 꽃문 너머에서 담임 선생님이 아이를 기다리고 계셨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걸음으로 아이는 앞으로 향해 걸어갔다. 선생님은 아이를 꼭 안아주고는 아름다운 화관을 씌워주셨다. 어리둥절하지만 싫지 않은 표정. 아이는 꽃문을 지난 후에야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공간을, 사람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선배학년들은 반가워하는 마음을 담아 신입생들에게 꽃화분을 전해주었다. 꽃다발이 아닌 꽃화분. 앞으로 이곳에서 꽃을 잘 피워가라는 의미일까? 해가 잘 드는 곳에서 적당량의 물을 주며 키워야 하는 꽃화분을 소중히 키워보아야지. 씨앗은 이미 심어졌으니.

신입생들이 꽃문을 지나갈 때 아이들이 직접 들려주는 감미로운 연주와 도착한 신입생들에게 불러주는 환영의 노래도 빼놓을 수 없이 좋았다. 입학할 동생들을 위해 며칠이나 앞서 준비하고 기다렸을 아이들은 마음은 어땠을까. 여기는 정말 모두가 이 날을 위해 함께 준비하는구나. 우리 아이도 내년엔 그러겠지. 자연스럽게 동생을 향한 마음이 싹틀 수밖에 없겠다. 참 좋다..

입학식의 하이라이트처럼 보이는 담임 선생님의 이야기 시간.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한 왕자의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왕자의 호기심, 떨림, 기대, 고민, 용기. 왕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아이들은 왕자를 궁금해하고 마음속에 그릴테다. 주인공의 이야기에 기대어 한시름 놓기도 하고 자신의 앞날을 기대하기도 하고. 아름다움 속에서 자유로이 상상하며 그려보기를 바라는 배려 속에서 아이들은 귀를 쫑긋 세웠다.

이야기는 적절한 부분에서 끊어지고 아이들은 나머지 이야기를 듣기 위해 선생님과 함께 교실로 이동했다. 다른 학년아이들도 모두 각자의 교실로 이동하여 간식을 먹으며 이야기 시간을 갖는다 했다. 아이들이 없는 한두 시간 동안 전 학년 부모들의 인사 시간이 있었다.


신입생인 1학년 먼저 인사. 차례로 2학년부터 12학년까지 인사를 나눴다. 아이가 둘, 셋 있는 분들은 여러 번 나와서 인사를 하셨다. 그중 "15년째 여기서 인사하고 있습니다." 하며 재치 있게 말씀하신 (졸업생을 포함한) 네 남매의 아버님 인사가 유독 기억에 남았다. 우리 둘째의 입학, 졸업까지 셈하다 보니 내 모습 같았나? 푸하.


아이들을 위해 준비된 꽃화분과 화관


정성스러운 환대. 좋아서 기뻐하는 마음이 담긴 거나한 대접받은 날이었다. 어느 하나 손길이 닿지 않은 부분이 없었다. 부모님들과 선생님들이 준비해 주는 입학식, 꽃문을 지나가는 아이들을 위한 선배들의 연주, 꽃문을 도착한 아이들의 머리에 놓인 화관, 축하의 선물로 전달되는 꽃화분, 아이들을 위한 축하 노래와 선배부모의 축시. 눈에 보이는 것만도 이러한데 이 하루를 위해 눈에 보이지 않게 준비된 것은 또 얼마나 많았을까. 신입생 입학한다고 모든 학년의 부모가 찾아와 주는 건 또 어떻고!


아이를 위해 오랫동안 고민했던 길이었다. 일부분은 나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는 걸 안다. 나도, 아이도, 함께 커나갈 따뜻하고 안락한 둥지가 필요했다. 우리가 참 잘 찾아왔구나, 기뻐할 수밖에 없는 날이었다.



#이곳은 발도르프 학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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