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투비 담임인 나는, 틈만 나면 '아이들과 뭘 하고 "놀면"좋을까', '아이들이 뭘 좋아할까' 고민한다.
그날도 어김없이 머릿속 소재들을 이리저리 굴리다 아이들을 보니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
숨기려고만 하는 이 현상으로 어떻게하면 같이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 오픈채팅방을 열기로 했다. 익명으로 참여하는 목표달성 프로젝트, 일명 '습관 챌린지'!!
1. 꼭 학습이 아니더라도 만들고 싶은 습관을 하나씩 설정한다.
2. 매일매일 달성한 사진을 찍어 인증한다.
3. 한 달 중 세번 이상 빠졌을 때에는 선생님을 초 미인으로 그린 그림을 바쳐야 한다.
4. 담임도 참여한다. 똑같이 목표를 걸고 세번 이상 빠지면 참여자들에게 간식을 쏜다.
(그래서 나는 매번 개털이 되어야 했드아.)
아이들은 자신들의 정체를 숨기고 채팅명부터 경쟁적으로 코믹하게 짓기 시작했다.
태정태세비욘세, 정신체리, 떠든사람나야나, 6반여신님, 제가왕이될상입니다, 조선왕조실룩샐룩...
그러나 도전 목표들은 코믹하지 않았다. 매일 아침 5시 기상하기, 매일 수업내용 정리하고 복습하기, 매일 운동하기, 인강 2개씩 꼭 듣기, 매일 드로잉 하기, 핸드폰 2시간 이하로 사용하기, 매일 일기쓰기, 계단으로 오르내리기, 물 8잔 마시기, 젤리 2봉지 이상 먹지 않기 등..
재미있는 인증샷도 매일 올라왔다. 줄넘기를 손에 쥐고 현관을 나서는 사진을 찍은 아이, 일기를 모자이크하고 반성 부분만 캡쳐해 보내는 아이, 졸려서 필기는 난리가 났지만 어쨌든 인강을 클리어했다며 인증샷을 찍어 보낸 아이..저마다 부족하지만 날마다 나아가려 하는 모습에서 웃음이 났고 기특하며 안쓰럽기도 했다.
이미지출처 : pixabay
우여곡절 끝에 우리는 약속한 종료 시점에 다다랐고, 서로의 닉네임을 맞추며 (숨겨주고 지켜주려던 의도가 무색하게) 상장과 간식을 나눠가졌다. 상품을 위한 큰 돈 지출에 속이 좀 쓰렸으나(뭘 이렇게까지 열심히 했니;;;)뿌듯해하는 아이들의 얼굴에 어느정도 희석이 되었다.
"뭘 해도 잘될거다 상"
위 학생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꾸준함'을 기르기 위해
습관챌린지에 성실히 참여하며 노력했기에
이를 칭찬하며 위의 상을 수여합니다.
2023년 --월 --일
응원단장 아맞다 드림
예상치 못했던 건 학부모님들의 반응이었다.
상장을 현관문에 붙여놓고 오갈때마다 모든 가족이 보셨다며 인증사진을 보내주신 부모님, 우울증이 보여 상담을 받고 있었는데 온가족이 매일 손잡고 산책하고 운동하며 터널을 빠져나올 용기를 얻었다는 부모님..
멍석을 깔아주었을 뿐인데, (돈만 빼고) 많은 것을 얻었다.
이미지 출처 :piwabay 사실은 내가 받고 싶었던 상이다.
언제까지 채용될 수 있을까 싶었다. 다양한 직무와 경력은 쌓여가지만, 이와 비례하게 나이도 점점 많아지기기에 채용의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시기. 이 일을 그만두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만 쌓여갔다. 책도 읽어보고 강의도 들어보고 글도 써보며 여기저기 기웃댔지만 뾰족한 답을 찾을 수 없어 낙담하던 시기..나에게도 주고 싶었다. '뭘 해도 잘 할거야', '크게 될거야'
나도 그럴거다.
내 나이가 뭐. 뭐 어때서. 한창이구만. 이제 시작이구만.
뭘 해도 잘 할거고 크게 될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