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저감커피
커피산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주제로 앞으로 이어서 글을 이어가고자 합니다. 먼저 지속가능성이라 함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지속가능성, sustainability. 산업이 고도화되고 인구도 많아지면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환경파괴 문제, 불평등 문제, 경제위기 등의 문제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의 터전까지 위협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지속가능성을 정확히 정의하자면 ‘미래 세대가 그들의 필요를 충족할 수 있는 기반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현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발전’으로 1987년 브룬트란트 위원회의 <우리들 공동의 미래> 리포트에서 정의된 정의가 가장 잘된 설명입니다.
그럼 커피산업에서의 지속가능성은 무엇일까요? 내가 지금 마시고 즐기는 커피를 앞으로 20년 100년 후에도 계속 인류가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모든 것이 커피산업에서의 지속가능성이 되겠습니다.
기후위기가 현세대의 가장 큰 화두이자 실질적인 위협이 되었습니다. 기후위기는 커피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필자는 처음에는 이러다가 제주도뿐만이 아니라 한반도 전역에서 커피나무를 심을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기후위기가 인류의 삶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커피 산업은 오히려 커지는 것이 아닐까? 처음에는 말도 안 되는 착각을 했었습니다.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커피산업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칩니다. 1980년대 이후 평균 기온이 1도 상승하면서 곰팡이나 병균 등 미생물의 활동 범위와 고도가 확장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해발 600m에서 녹병의 원인이었던 곰팡이가 기온 1도 상승으로 인해 해발 900m까지 활동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농장주는 이전에 없던 녹병으로 인해 위기를 맞이합니다. 더 많은 농약을 뿌려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더 많은 인력을 투입해 농장을 관리하며 녹병에 강한 새로운 품종을 구매해야 합니다. 지속적인 기온상승은 커피 품질과 생산량 저하를 가져옵니다. 전문가들은 이 상태로 계속 온도가 상승하면 2050년에는 아라비카 재배 면적이 50% 감소할 것으로 예측합니다. [1] 심지어 호주기후학회에서는 기후위기에 대응하지 않으면 2080년에는 지구상에서 커피가 멸종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2]
2080년에 커피가 멸종된다니! 이런 비극이 있을 수 있나요. 물론 최악의 시나리오일 경우겠지만 그만큼 커피농업섹터에서는 지금 기후위기로 인한 다양한 병충해의 증가, 수확량 감소에 따라서 이미 큰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커피를 마시는 인구는 점점 늘어가는데 생산량이 줄면 자연히 커피가격이 오르겠죠. 몇 년 전에 발생한 커피가격의 극심한 인플레이션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생각합니다.
커피산업 안에서는 '지속가능성'을 위해서 어떠한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을까요. 노동, 환경, 경제 다양한 영역에서 지구환경을 해치지 않고 인권을 지키면서 산업을 영위하는 다양한 노력이 진행 중에 있습니다. 그중에 가장 먼저 탄소저감 커피에 대해서 소개하고자 합니다. 탄소저감커피? 생산하는 과정에서 그리고 소비되는 과정에서 탄소발생을 최소화한 커피라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 커피농업이 탄소배출을 많이 한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생산지에서 소비지로 커피를 나르고 로스팅을 하는데 발생한 탄소도 물론 탄소이지만, 생산하는 과정에서 탄소가 발생합니다. 사실 커피농업은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섹터입니다. 농업이라 하면 왠지 발생한 탄소를 다시 산소로 바꾸어주는 인간의 친환경 활동같이 생각할 수 있는데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실제로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의 3분의 1은 농업 분야에서 발생하는 것입니다. 커피 1kg를 생산하기 위해서 약 29kg의 탄소가 배출된다고 합니다. [3] 생산과정에서만 17kg, 그리고 소비과정에서 12kg라고 합니다. 이러니 사실상 생산과정에서 더 많은 탄소가 발생된다고 봐야겠죠. 저도 처음에 이 통계를 접하고 좀 놀랐습니다.
코스타리카의 오래된 협동조합인 쿠페빅토리아가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 커피생산의 모든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연구하여 얻은 결과로 커피 재배과정에서의 탄소중립의 가이드를 제시한 바 있습니다. 이렇게 탄소저감에 대한 노력은 소비국뿐만이 아니라 커피 생산국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탄소배출을 최소화한 커피를 한국에 소개하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키자미테이블이 그렇습니다. 커피의 생산, 가공, 운송과정 중 발생하는 탄소를 실시간으로 계산하는 방법을 고안하였습니다. (https://www.kijamitable.com) 탄소저감커피, 어감이 썩 익숙하지는 않지만 앞으로 커피섹터 안에서 윤리적 아젠다로 잘 자리잡길 바랍니다. 앞으로 미래에도 대한미국 태백산에서 아라비카 커피를 재배하는 날을 맞이하지 않길 바랍니다.
[1] 월간커피 vol.232 95p, 자연이 주는 선물 커피
[2] 비즈니스포스트 2022-08-02 <커피가 멸종 위기종. 기후 위기에 위협받는 ‘커피 한 잔의 여유’>
[3] https://ourworldindata.org/ https://www.co2everything.com/co2e-of/coff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