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구글에 미팅 가다.

by Scribblie

종잡을 수 없는 런던의 기차 운행에 대비해 일찍 출발해 미팅 시간까지는 시간이 많아 남아있었다. 데스크탑과 사무실 책상 대신 RBK(Royal Borough of Kingston)가 주었던 건 개인 핸드폰과 구글 계정으로 인증을 해야 들어갈 수 있는 크롬북스 기반의 랩탑이었다. 여느날처럼 그 랩탑을 내 몸처럼 갖고 움직였기에 Victoria역 코스타에서 짧은 짬에 커피에 일을 잠시 곁들일 수 있었다.


설레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을 것이다. 한국 구글도 아니고 영국 구글에 미팅을 하러 간다니! 걱정이 앞서지 않았다면 그것도 거짓말이었을 것이다. '나에게 커다란 임무가 주어졌고, 가서 엄청난 일을 해결하고 돌아왔다.'이렇게 쓴다면 영화일 것이다. 난 그저 10명쯤 되는 직원 중에 깍둑이 같은 존재였다. 정말 다행이지 않을 수 없다. 그저 회의 시작에 간단히 이름과 소속을 번개같이 소개하는 시간에 입 하나 거들면 됐다. 체면 상, 회의가 끝날 때 명함을 주며 "지금은 RBK에 있는데 원래 한국에서 어떤 일을 한다."며 업무적 소개를 간단히 함으로써 벙어리가 아니라는 것 정도만 알려주면 됐다.

로비에 도착했을 때, Sutton구에서 왔던 낯익은 직원 덕에 긴장이 풀렸다. 어린 아이처럼 하지만 티나지 않게 둘러보기 바빴다.
로비에서 Sutton의 직원이 방문자 티켓을 건내 주었고, 나중에 리셉션에서 명찰로 바꿔주었다.

Sutton구는 우리 구보다 스마트시티 사업을 훨씬 더 활발하게 주도하고 있는 지자체였다. 2017년 그러니까, 킹스턴에 가기로 했던 때만 해도 킹스턴은 스마트시티 담당자가 있었고 스마트시티 전략을 수립했다. 다시 한번 그러니까, 킹스턴은 런던 서남부 구청들 중에 꽤 선두적으로 스마트시티를 추진하고 있었다. 무슨 연유였는 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예산 문제였겠지? 혹은 엄청나게 조직을 흔들었던 조직개편때문?- 그 보직은 사라졌고, 그저 구청의 스마트워크 관련 보직만 남게 되었고 스마트시티 정책은 각 부서 사업에 어쩌다 조금씩 녹아날 뿐, 도시 전체에 그렇다 할 눈에 띄는 변화는 없었다.

패스를 바꾸고 드디어 진짜 구글 사무실로 입장!
역시 LoraWan, Small Cell에 대한 뻔한 이야기를 진지하게 나누고 있다.

이번 미팅도 Small Cell 그러니까, 오래된 도심에 우리나라처럼 도로를 파 뒤집 거나 건물에 굵은 설비 선을 덕지덕지 붙이거나 하는 방식으로 광랜선을 심는 그런 작업을 상상할 수 없는 것이 영국이니까, 그런 방식이 아닌 작은 단말기를 달아서 공공 와이파이를 실현하고 와이파이 구역을 넓히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던 Sutton이 주관한 미팅이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IT 선진국 영국에서 겨우 공공 와이파이를 까는 게 핫이슈냐?"싶다. 바로 그게 영국에 스마트시티 업무를 하러 갔던 내 마음이었다. 영국이 물리적 인프라가 한국만 못한 건 당연하고 다른 유럽지역 평균보다도 못하다고 느꼈지만, 시간이 흐르며 그들과 우리의 스마트시티의 접근의 차이가 어디서 오고 어떻게 다른지 영국다운 스마트시티를 전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그 이야기는 차차 하기로 하자.

그러니까, 오늘은 회의보다는 젯밥에 목적을 갖고 온 것이다. 2017년에 한국에서 자율주행 시범단지 같은 레벨의 스마트시티 일을 하던 한국인 입장에서는, 회의는 보나보나 아이들 장난 같은 이야기를 아주 진지하게 하고 있을 것이니까. 잠시,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구글은 한국에도 1년에 한 번 기술 쇼핑을 온다고 익히 들었었다. 그러니까, 기술을 자체 개발하기보다는 기술을 잘 활용하는 회사인 것이다. 융복합이 대세니까? 아니나 다를까, 이번 회의에 Small Cell 기술을 열심히 팔고 있는 사람도 구글 사람이 아니라, 협력사 직원이었다.

Tara~! Google Amusement ParK!

아니! 회사에 아이스크림 냉장고라니?! 천재들은 다들 어린아이 입맛인가?! 간식도 언제나 자유로웠고, 점심시간도 아니고, 식당도 아닌 곳에 저렇게 직원들이 먹은 걸 상시로 치우는 시스템이 있었던 것. 아이스크림광인 난 무엇보다 Free Icecream이 그렇게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가 없었다. 하하하.

촌스럽지 않게 힐끔거리는 게 그렇게 쉽지는 않았다. 영국이라면 여전히 뭐든 신기했는데, 구글이라니 더더욱 말이다. 2018년 당시 스마트팜을 이미 회사에서 하고 있었고, 외부인 출입 금지도 재치 있게 표현하고 있었다. 촌스럽지 않게 얼굴을 돌리지 않고 눈만 굴리며 구경하느라 눈이 아플 지경이었다.

"Tailgators can take many shapes. Ask for their badges!"

회사 식당이 이렇게 뷔페 같아도 되나?! 나만 구글의 식당을 탐냈던 건 아니었다. 모두들 회의보다는 회의 후 있을 구글 사내식에 더 마음이 있어 보였다. 회의실로 가기 전에 나타났던 회사 식당의 놀라움을에다들 한 마디씩 했다. 점심도 먹지 못하고 사무실 책상에서 스낵을 끄적거리거나, 회사 탕비실에서 집에서 싸온 차가운 샐러드를 먹는 게 보통이었던 영국 공무원들에게 구글의 회사 식당은 굉장한 복지이고 꿈의 직장으로 보이는 건 당연한 일.

회사 식당이 이렇게 좋아도 되는 걸까?


아쉽게도 난, 이후 다른 일정이 있어서 신데렐라처럼 빠져나오느라 구글식을 먹지 못한 안타까웠던 추억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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