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vs 영국
7시 20분, 서대문역에 내렸다. 사람들만 폭우에 재난인 건지, 잔디들은 영롱하여 눈이 시린 녹색빛을 발광하고 있었다. 아니, 그보다 더 놀라운 건, 이런 폭우 다음 날 아침에도 그 커다란 빌딩 앞 잔디를 아무일 없었다는 듯 손으로 제초하고 있는 두 분을 발견한 것이다.
이런 날도 태연히 제초 가능한 게 한국 노동의 힘이지-_-
런던 구청의 어느 비오던 날, 물론 침수되지 않았던 어느 날. 한국 기준에서보면 그저 장마수준으로 비가 좀 많이 왔을 뿐이었다. 사무실에 들어서고 오늘이 뱅크홀리데이(공휴일)인가 순간 당황했다. 7시, 8시, 아니 9시 출근도 아니고 시계가 10시를 향해가고 있는 유연한 출근을 했음에도 아무도 사무실에 없다니? 노트북을 열고 공유캘린더를 보니, (사전결재도 없이) 모든 직원들이 재택근무로 바뀌어 있었다. 원래 사전결재는 없다.
한국 일선 지자체였으면 어제 밤에 사무실에 자리 깔고 잤을텐데..
영국에서는 공무원이 국가봉사직이 아니다. 그냥 똑같이 월급받는 직장인이었다. 언제든 유리한 포지션과 월급이 주어지면 계약기간도 안지키고 휙 다른 구청으로 이동해버리는 그런 일반 직장이었다. 업무의 연속성은 2년 전보제한이 있는 한국도 잦은 전보로 업무연속성이 떨어진다고 비판받지만 영국은 채용되고 1년 내 성과로 다음 이직을 준비하는 느낌이라 연속성이나 사명감 같은 걸 기대하기가 더 어려웠다. 오죽하면 한 도시재생사업의 공식 서류에 담당 공무원의 잦은 이직으로 사업이 진행이 안된다고 써 있었을까.
이러한데 재난상황에 비상근무 같은 걸 영국 공무원에게는 감히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영국에서 그렇게 아무데나 동원했다가는 행정 공무원이 멸종할 것이다.
하아.. 하필 오늘은 토지측량일. 과거 상습침수구역이라 저류시설 위에 건물을 복합 건립하는 산과 강을 두루 낀 부지로 출장을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