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았노라 들었노라 하지만 믿기지 않노라. 영국 취업 현장.
왠일?
자기 자랑하거나 자기 필요할 때만 연락하던 애증의 클로이가 며칠 전 왓츠업 메세지가 왔다.
What the..?!! 글쎄 애를 낳았다고?!
어느 날이었을까, 거침없는 그녀가 왠일로 그녀답지 않게 (남편이 아니라) 남자친구랑 산다고 약간은 머뭇거리는 태세로 이야기를 하며 지금 사는 집이 크로이든에 공동명의라고 이야기를 했었는데, 그 남자친구와 2세를 가졌구나! 하우스푸어여서 그렇게나 짠돌인가 생각했던 기억이 스쳐지나갔다.
그녀는 나와 동갑이었다.
국제교류 담당이었던 또 다른 동갑 레슬리가 ‘나라는 존재’를 저지르고 책임은 클로이가 져야했다는 걸 나중에 눈치로 알게 되었고 그녀의 나에 대한 의뭉스런 행동들이 이해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미우나 고우나 정기적으로 나와 (의무적) 미팅을 가지며 챙겨주던 건 클로이였으니…
그렇게 정드는 과정에서 알 게 된 건, 매년 스코틀랜드로 하이킹을 간다는 사실, 언젠가 스코틀랜드로 이사를 갈거라는 그녀의 희망(희망에 지나지 않으리라. 무슨 런더너가 하이랜드야.) 드물게도 그녀와 내가 ‘도예’라는 공통 분모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영국 문화센터에 있던 도예수업은 정말 저렴해서 좋았는데.
마지막 근무를 마치고 귀국 전 클로이를 한번 더 만났을 때, 그녀는 내게 종이에 싼 본인 닮은 얼굴을 한 작은 화분을 내밀었다. 참 알뜰도 하다 포장도 갱지, 편지도 종이 쪼가리. 평범하고 인색한 영국인의 가난함이란.
머릿속에는 그런 기억들을 자동기술법으로 지내보내며, 허레허식 가득 “아기랑 더 행복해보인다~ 너도 나처럼 그녀와의 미래는 더욱 행복할거야. 나중에 영국 다시 가면 딸이랑 같이 만나~”라고 호들갑을 떨며, 그 크로이든 집에서 이제 세 식구가 살겠구나 하던 찰나. 그녀 왈 “그리고 나 스코틀랜드로 이사했어”
What?!
무의식 반사로 이렇게 격없는 말을 영국인에게 내질러본 건 처음이다. 아니, 진짜 그 희망에 지나지 않는 줄 알았던 꿈을 이루었다고?! 질투가 났다. 그녀는 자신의 도예 작품 인스타 링크를 보낼 때만큼의 빠른 속도로 스코틀랜드 오두막의 수리 과정과 삶을 담아가고 있는 인스타 링크를 보내왔다.
“난 너가 곧 너만의 포터리 스튜디오를 차린다에 한 표를 건다.”라며 너스레를 떨던 중 진짜 한방이 날아왔다.
그리고 아직 킹스턴구청에서 일해, 물론 원격으로(but remotely)
뭐,,뭐라고?! 아무리 영국 관공서 근무가 유연한 건 알았고, 토트넘구청에서 일하는 또 다른 동갑내기 Toussaint이 코로나 2년 기간동안 한번도 사무실에 가지 않았다고 하는 것도 놀라웠는데, 우리처럼 코로나 4단계에서 내려오기도 전에 재택근무 해제되고 다 같이 콩시루처럼 앉아있을 걸 기대한 건 아니라하더라도 말야, 그러니까 말야… 말.잇.못.
멋지다-졌다. 부럽다-졌다. 그 와중에 인스타에 또 집은 왜케 전문적으로 잘 고쳐-똑같은 건축쟁이건만. 완패다.
그나저나, 좋게 쳐줘서 기차로 5시간 거리, 런던-스코틀랜드 직-주 근무가 가능하다는 게 말이 되냐고. 난 오늘도 인사이동으로 내일 대면보고를 못할까봐 과장님 돌아오실 때까지 대기타고 있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