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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진 Sep 04. 2023

신김치

배고플 때 엄마생각








김치 속을 잘 먹은 배추가 가지런히 그릇에 담
갓 지은 흰 쌀밥은 찰기와 수분을 잔뜩 머금어 푸른빛
방금 무쳐낸 굵은 봄 풋고사리의 고소함이 밥상 가득 퍼진다


혼자 식사를 할 때에
그녀의 상차림은 간소하다
심심한듯한 나물과 잘익은 김장김치

밥상에 앉은 그녀는 잠시 고개 숙여 기도를 한다
매 끼니 식전 기도를 올릴 때마다
미간을 좁혀 눈을 꼭 감고 정성스레 기도를 한다


기도를 마친 그녀는 건너편 앉은 어린 딸에게
방긋 웃어준 뒤 서둘러 밥을 먹는다

아사삭
배춧잎이 입 안에서 부서진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흰 쌀밥 위에
널찍한 배춧잎파리를 얹어 밥을 감싸 한 입에 꿀꺽


참기름이 베어 윤기나는 고사리를
밥 한 술 가득 얹어 한 입에 꿀꺽

다시 배춧잎 줄기를 아사삭.



아삭아삭 소리에 어린 딸도 결국 밥을 퍼온다

좀전에 먹고왔는데, 진짜 조금만. 엄마 때문이야.

먹다 말고 그제서야 이것저것 고기반찬을 꺼내는
우리엄마

행여 반찬이 모자를까
고기 구워줄까, 생선 튀겨줄까 몆 번을 묻는다

아니 엄마
나 엄마가 먹는 그 김치 같이 먹고싶어서

얘는 별 걸, 하고 빙그레 웃으며 내 앞으로 슥 밀어주는
우리집 신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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