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림프 치즈 버터 스파게티
습하고 더운 6월의 바닷가. 지친 마음과 몸을 이끌고 들어선 식당이 내게는 가장 강렬한 우연으로 자리 잡았다.
난생처음 홀로 떠난 일본 여행은 시작부터 엉망진창이었다. 뾰족한 계획이 없는 여행은 시작부터 꼬였다. 하지만 지친 마음이 새로운 곳을 발견하는 설레임으로 점점 바뀌고, 모르는 동네의 신비로움에 매료되었다. 핸드폰이 방전되자 오히려 홀가분해졌다. 낯선 동네 골목, 인적 드문 한낮의 평화로운 풍경. 어디서도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오지 않고, 온전히 나에게 이 새로움을 누리라고 동네를 내어준 듯 한 기분이었다.
아무 정보 없이 간 터라 근처를 걸을 때 눈여겨보았던 음식점에 발을 들였다. 휴양지 풍의 하얀 가게였는데 심심할 정도로 장식이 없이 바 좌석만 덩그러니 있었다. 모서리에 앉아 엉성한 일본어로 스파게티를 주문했다. 주인장 할아버지는 한쪽 손이 자유롭지 못하셔서 냉동고에서 재료를 꺼내다 우당탕 쏟으셨다. 괜히 누가 보면 긴장될까 고개를 돌려 바깥을 보며 기다리기 시작했다.
바깥은 작은 골목, 그 너머는 울창한 풀숲 언덕. 내리쬐는 뙤약볕과 가게 안은 조도가 낮은 서늘한 응달. 귀에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 바닷마을의 고요와 지글거리는 소리가 잠을 불러왔다. 잠시 달게 졸고 음식이 나오자 허겁지겁 몇 입 먹는데 옆에서 할아버지의 머뭇거림이 느껴진다. 이것저것 요리에 대한 설명을 쉬운 단어로 짤막하게 설명해 주시고는 바 좌석 끝에 앉아 요리잡지를 보시며 내가 잘 먹는지 흘깃거리며 보셨다. 우마이, 오이시이를 종종 외치고 끄덕끄덕 맛있다는 온갖 티를 내며 먹자 할아버지는 그제야 웃으시며 요리잡지를 편히 보셨다. 허기와 갓 만든 스파게티의 고소함에 마지막 마늘 한 조각까지 싹싹 긁어먹었다.
내가 여행지에서 먹은 음식 중에 그 이상의 음식은 없다. 쉬림프 치즈 버터 스파게티. 일부러는 절대 가지 않았을, 우연들이 겹쳐 발견한 여행지에서의 경험 중 최고였다.
그 후로 나는 우연히 발견하게 되는 기회들을 놓치지 않으려 애쓴다. ‘어쩌면 이것도 쉬림프 치즈 버터 스파게티일지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