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허다한 허물을 덮는다.
[사랑은 허다한 허물을 덮는다.]
남에게 잘못을 끼쳤거나, 남이 나에게 잘못을 했을 때에는 용서를 빌거나 용서를 할 수 있다지만 스스로 잘못한 일은 유달리 엄격한 잣대로 재게 된다. 당위성을 검열하고 솎아내어 천칭의 추가 아주 조금이라도 기울면 ‘잘못한 일’이라 딱지가 붙여지고, 심판대에 시시때때로 다시 올려지는 형벌을 받는다.
나 자신조차 부정하고 싶을 만큼 바보 같은 잘못을 저질렀던 적이 있었다. 스스로가 용납되지 않는 일은 갈 곳 없는 울분과 우울이 되어 스스로를 좀먹었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도, 모른 체 할 수도 없어 발을 구르다 시간만 흘러갔다.
그때에 엄마는 멘탈이 망가진 나를 끌어안아주었다. 씻지도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동태눈을 한 나를. 한 번도 나무라지 않고 매일매일 끌어안아주었다. 그리고 나를 구슬려 털어놓게 하고는 결국은 엄마가 바로 잡아주었다.
스스로를 이 지경까지 몰아넣은 자신을 용서할 수 없어 속이 부글부글 끓던 내게 ‘그럴 수 있다, 괜찮다, 엄마가 도와주면 너는 다시 잘 일어설 수 있다.’라고 한결같이 차분히 타일러주었다. 대쪽 같은 성질에 스스로 얼마나 힘들었겠냐며 달래주고, 내 대신 나를 용서해 주었다.
아직까지도 생각하면 어처구니없는 잘못된 생각과 선택이라 스스로가 창피한데, 엄마는 그 후 단 한 번도 내게 그 일을 먼저 입에 올린 적이 없다.
엄마에게 ‘엄마, 나 이런 잘못했는데 괜찮아?’라는 질문을 종종 하는데, 그때마다 엄마는 나에게 ‘사랑은 허다한 허물을 덮어주는 거야. 엄마는 괜찮아. 그러니 딸아, 너도 스스로 마음 괴롭히지 말아라.’이라고 말한다.
이 말을 들으면 스스로가 조금 용서가 된다. 엄마는 이미 나를 용서했다. 사랑은 어떤 잘못보다 힘이 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