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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쥐새댁 Oct 15. 2020

“정신 똑띠 차려야해” 집 살때 놓친 것들(2)

정신 똑띠 차려야 하는 부동산 계약

>>> 지난번에 이어서 아파트를 매수 할 때 에피소드를 소개하고자 한다.


결혼할 때 미혼인 친구들한테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바로 이것이었다.

“‘이 사람이다’ 하는 느낌이 와?”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사실 결혼을 결심 했던 순간들을 떠올리면 잘 생각이 나질 않는다. 그만큼 결혼이라는 것은 한순간의 느낌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그 사람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바탕이 돼야만 결정할 수 있는 숭고한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내 인생에 가장 중요한 결혼이라는 가치를

부동산 매수기 앞에 거창하게 늘어놓는 것 자체가 모순적일 수 있다. 하지만 가족이 함께 살아가는 보금자리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도 생각한다.


실제로 집을 둘러볼 때 이상한 느낌 같은 게 있었다. 대부분 집을 구하는 사람들은 공감하겠지만 그 공간에 나와 함께 살 사람의 모습을 그려보았다. 잘 그려지지 않는 집도 있었고, 왠지 모르게 그려지는 집도 있었다. 집이 좋고 나쁘고의 문제는 아니다. 당장은 허름해보여도 따뜻한 기운이 있는 집, 그런 집이 계속 머릿속에 생각나는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동네를 둘러봤을때 첫 인상은 아파트 입구나 주차장과 같은 시설이다. 조경이나 경비원 분들의 모습도 첫 인상에 상당히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처음 둘러본 아파트는 1편에서 소개한대로 부동산의 불성실한 설명(초등학교가 다른 곳으로 배정된다는 정보를 안 알려줌)을 듣고 나니 마음이 떠났다. 다른 부동산을 통해 그 아파트 다른 매물을 볼 수도 있었는데 사람 마음이라는게 참 신기했다. 큰 돈 앞에서 가장 이성적인 판단을 하는 순간이라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작은 부분들이 사람의 마음을 바꾼다. 매도인과의 작은 기싸움이나 세입자와의 안좋은 인상 등이 그렇다.

첫 신혼집을 둘러보던 날 찍은 사진. 2015년 9월이다. 4년간 살았던 이 집은 이제 새로운 신혼부부가 살고 있다. 고마운 집이었다.

그렇게 첫 번째 아파트를 거르기로 하고 두 번째는 인근의 대단지 구축 아파트를 둘러봤다. 우리 예산으로는 20평대가 적절했지만 중개인은 30평대를 보여줬다. 역시나 예산 협상은 어려웠고 집도 크게 마음에 닿지 않아서 거절했다. 다급해진 중개인은 같은 단지 20평대를 보여줬는데 아파트 라인이 옆동 그늘에 가려져 굉장히 어두운 느낌이었다. 결국 여기도 패스했다.


세 번째 아파트는 엄마의 친구가 사시는 아파트였다. 아파트에 대한 정보가 그나마 많았고 중개인도 새로운 곳으로 바꿨다. 당시는 매도자 완전 우위시장이어서 아파트 단지에는 부부가 중개인 한 명과 함께 집을 둘러보는 행렬이 이어졌다. 잠재적 경쟁자였다.


내가 둘러본 집은 앞서 4팀이 다녀갔다고 했다. 1동 9층은 노부모를 모시고 사는 50대 부부의 집이었는데 오래된 원목 스타일의 마룻바닥이 인상적이었다. 베란다를 둘러볼때도 할아버지는 거실 바닥에서 일어나지 않으셔서 실례합니다 인사를 하며 그 앞을 지나갔다. 여기도 별로 마음에 크게 들지 않았다.


같은 동 7층으로 내려갔다. 30대 젊은 남성이 우리를 반갑게 맞았다. 오래 살 생각으로 2년 전 집을 샀는데 아기가 태어나면서 친정으로 옮겨야 한다고 했다. 집주인이 애정을 갖고 인테리어했다며 곳곳을 설명했다. 샤시부터 열선 작업까지 완벽하게 마친 집이었고 젊은 부부들의 감성이 묻어나는 카페 스타일의 부엌도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집을 다 보고 돌아서는데 서글서글한 집주인은 “좋은 인연으로 만났으면 좋겠다”는 인사도 덧붙였다. 집은 깔끔하고 좋았는데 문 위에 붙은 부적이 집과 너무 어울리지 않았다.(개인적인 느낌이 그러했다) 특히 이 매물은 우리 부동산 중개인이 매도까지 진행하는 단독 매물이어서 이걸 사라는 중개인의 권유가 너무 심했다...


마지막으로 지금 계약한 집을 보러 갔다. 고층이었는데 여기도 아기 아빠로 보이는 30대 남성이 집주인이었다. 별말을 하지 않고 우리가 하는 질문에 대답하고 지켜보는 편이었다. 4년 전 인테리어를 했고, 거실엔 아기 짐들이 많아 직전 집보다도 덜 깨끗한 느낌이었는데 왠지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내려와서 남편에게 “마음에 든다”고 했는데 남편도 똑같다고 했다. 이 집으로 마음의 찜을 해놓고 다른 아파트를 보러갔는데 눈에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우리는 그렇게 결정을 내렸다.


“이 집으로 할게요”

중개인에게 말했더니 중개인은 계속 (부적이 붙어있던) 자기 매물을 권했다. 가격도 더 내릴 수 있다고 했다. 우리는 거절하고 계약을 진행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매도자가 계좌번호를 안주는거다. 가계약금을 넣어야 하는데 말이다. 집을 보러 온다는 사람들이 이튿날에도 4팀이어서 다 마무리하고 적정 호가에 준다는 것이었다. 다음날에도 집주인은 연락을 주지 않았다.


집을 새로 보러다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2순위의 집으로는 마음이 동하지 않았기에.


꼬박 하루를 기다렸는데 '집주인이 고민중'이라고 했다. 우리는 지체할 시간(이미 우리집은 팔렸고 두 달 뒤면 매수인이 들어오기 때문)이 없어 다른 집을 둘러보러 갔다. 당시 매수자들이 많이 붙어 호가가 계속 높아지고 있었는데 집주인은 그 상황을 보면서 한 푼이라도 더 받기 위해서 타이밍을 본 것 같다. 그런데 다른집이 눈에 들어오질 않는거다. 우리는 중개인에게 선언했다.


“아예 다른 동네로 갈게요”

집주인이 정말 고민하는 건지, 부동산에서 부추기는건지 믿음이 가질 않았다. 부동산은 신뢰 계약? 다 웃기는 소리다. 초강수를 두자 부동산이 집주인을 설득한 모양이었다. 결국 계좌를 다음날 오전까지 주겠다고 했는데 오전 11시54분에 연락이 왔다. 남편은 회사에서 점심식사를 나가다 말고 자리에 와서 계약금을 송금했다고 한다. 우리는 그렇게 가계약금을 송금했고 다음날 부동산에서 계약서를 작성했다.


아내 명의의 집이어서 부부가 함께 나왔다. 웃으면서 본인들의 요구를 다 늘어놨다. 중도금 비율을 높여달라는 것, 당일 오전에 나갈테니 도배 장판 시간은 우리가 알아서 하라는 것 등이었다. (불가능해보였다..) 붙박이 커텐도 다 두고간다고 했다. 호의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이것도 버리려면 다 돈이었다. 너무 몰라서 조건을 다 수용했는데 다음 거래때는 나 역시도 깐깐하데 굴지 않을까.


부동산 담보 대출을 신청하던 차에 은행에서 우리에게 물었다.

"주인이 실거주하고 있는 담보물건인가요?"

우리는 세입자 없이 실거주하는 집을 매수하는거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은행원은 "이상하네요. 집에 동거인이 있어요. 세입자가 아니면 이 사람은 누구죠..?"

전입세대 증명원에는 매도 계약을 체결한 당사자(아내 명의) 외에 다른 이름이 들어있었다.

은행원의 설명은 이랬다.

1. 집주인이 전세를 둔 걸 수 있으니 다시 확인할 것.

2. 집주인의 지인 등이 세대분리를 해서 거주하는 중일 수 있으니 이것 역시 확인할 것.


두 경우 모두 거주자가 누구인지 해소가 되지 않으면 대출 승인이 어렵다고 했다. 은행이 선순위가 될 수 없다는 이유 때문. 당황한 우리가 집주인을 통해 알아보자 '남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런데 의문은,

-함께 거주하는 남편과 왜 세대 분리가 돼 있는가 였다. 부동산 상식이 많은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부부는 동일 세대로 보기 때문에 지방 거주 증명 등을 제외하고는 세대분리가 안된다. 청약에서도 남편과 아내 명의로 따로 접수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둘 중 한 명만 세대주가 되기 때문이다.


부동산도 해당 내용을 모르고 있었다. (헐)

구청 주민등록과를 통해 알고보니 보자마자 "청약때문에 꼼수를 쓴 것 같다"고 했다. (남편 명의 무주택 기간을 늘려 청약을 노린게 아닐까 의심된다) 부부 간 세대분리는 승인해주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이쪽 사정을 잘 아는 사람같다는 설명이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해야 할 일이

-이 사람이 남편인지 증명할 가족관계증명서를 집주인에게 받아야 하고

-남편 역시 매도 직후 퇴거할거라는 확인서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집주인은 은행 대출 서류에 그런건 낼 필요가 없다며 거절했다.(읭?)

부동산 중개인은 "내가 은행에 말하겠다"고 했다.(읭???)

그러면서 우리가 대출을 일으킨 은행은 KB국민은행이었는데 "KB는 왜 그렇게 까다롭냐"며 짜증을 냈다.

하지만 우리는 은행에서 요청하는 서류를 제출하지 않으면 대출이 승인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서류를 달라고 요청했고 결국 겨우 받아내 문제 없이 대출이 실행됐다.


매수 과정의 끝은 해피엔드이긴 했지만

다음편에서는 최종 등기를 치는 과정에서 매도인의 여러 복잡한 상황들로

초보 매수인이 당황했던 에피소드를 이어서 적어볼까 한다.

우리가 배운 결론은

부동산 거래에서 호의는 거둬두고 냉정해져야 한다는 것,
'믿고 하는 거래'라는 말은 개나 주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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