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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kt monday Jul 12. 2021

[월말세일] 045호 익명 커뮤니티 SNS (상)

오늘학교,에브리타임, 블라인드, 리멤버,메디스태프


들어가는 말


'꼬우면 이직하든가' 블라인드 게시글 논란...


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이 블라인드 게시글에 LH를 둘러싼 비리에 대해 옹호하는 글을 올려 논란이 일었다. 익명 커뮤니티는 쉽게 말하지 못했던 회사 및 업계 이야기, 사회적 문제 등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었지만, 반대로 익명성에 숨어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등 단점도 많다. 


오늘은 월말세일과 함께 학교, 직장, 의료 업계에 특화된 익명 커뮤니티 SNS를 알아보자.  

1. 오늘학교
2. 에브리타임
3. 블라인드
4. 리멤버
5. 메디스태프

PREVIEW


오늘학교

초·중·고생 10명 중 1명 쓰는 '오늘학교'. MAU 8만 이상, DAU 2만 이상의 쾌거를 거두며 학교생활 필수 앱으로 불리는데... 어른의 조언보다는 가끔은 또래의 공감이 필요한 십대들이 열광하는 익명 커뮤니티 기능이 탑재된, 오늘학교를 파헤쳐보자!


에브리타임

에브리타임은 전국 400여 개 대학 강의 시간표, 강의평가, 중고책 거래 등의 서비스를 지원해 대학생들이 즐겨 사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다. 가입 시 철저한 학교 인증을 바탕으로 해당 대학 재학생들만 이용할 수 있다. 익명 시스템을 통한 다양한 의견 교류 등 게시판 이용도 활성화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불법·유해정보, 가짜 뉴스 논란도 끊이질 않는다. 에브리타임 익명성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살펴보고, 논란에 대해 에브리타임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알아보자.


블라인드

지난 5월, 3700만 달러 시리즈 c 투자유치에 성공한 블라인드는 그 영향력과 규모를 넓혀 나스닥 상장 계획을 앞당기고 있는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익명성에 따른 LH 투기 사건, 내부 고발, 정치질 등 다양한 문제가 끊임없이 이어져 기업 및 공권력과의 신경전은 계속되고 있는데... 이에 블라인드는 어떠한 전략으로 대처하고 있는지 알아본다.


리멤버

국내 명함 앱으로서 입지를 다진 리멤버, 300만 명의 가입자와 2억 개의 명함이 모였다. 그들을 데리고 새롭게 내놓은 서비스는 '리멤버 커뮤니티'다. 리멤버는 블라인드와 지향점이 다르다고 말하는데, 과연 어떤 점에서 차이가 있는 것일까?


메디스태프

2018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의사들을 위한 보안 메신저 앱 '메디스태프'가 출시되었다. 의료업계 종사자들이 환자 정보를 주고받고, 의료 자료를 안전하게 공유할 수 있도록 보안에 집중한 SNS 커뮤니티 플랫폼이다. '의사판 블라인드'를 꿈꾸는 메디스태프는 채팅은 물론 익명 게시판, 수련병원 평가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메디스태프는 왜 생겨났을까? 또한 익명 커뮤니티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자.




초·중·고생 10명 중 1명 쓰는 '오늘학교'


출시 두 달 만에 애플 앱스토어 교육 분야 1위를 차지한 어플. 바로 ‘오늘학교’다. 학교 데이터 기반으로 자동화된 시간표, 학사 일정, 급식 정보를 보여주고, 앱 내에서 학생, 학부모가 교육 정보를 공유하며 소통하는 익명의 커뮤니티 기능을 제공한다. 앱 월간 방문자 수 8만 이상, 일간 방문자 수 2만 이상이라는 쾌거를 거두며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 콴다, 구글 클래스를 이은 학교생활 필수 앱으로 언급된다.

(출처: 플래텀)

이런 쾌거의 비결은 누가 뭐래도, 커뮤니티다. 루 올라오는 게시글 평균 2,200여 개, 하루 평균 댓글 2만 6,000개.


“라떼는 말이지...” 


98년생 필자, 오늘학교 앱을 조사하며 과거를 떠올려봤다. 학창 시절 또래 집단에 속 시원하게 이야기할 수 있던 공간이 있었나? 아무리 떠올려봐도 없다. 유사한 서비스라면 페이스북 대나무숲이나 에스크 정도인데, 이마저도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판을 깔아주는 건 아니었다. 대나무숲은 대부분 여자친구, 남자친구 유무를 물어보고 누구 예쁘다 정도의 글들이 올라왔던 기억이다. 에스크는 익명으로 함께 떠드는 공간이 아닌, 익명인 사람에게 질문을 받고 내가 답을 남기는 형식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학교를 처음 볼 때 감탄보다는 염려가 컸다. 미성년자가 이용하는 공간에 익명성이라는 무기로 상처 주는 경우를 굉장히 많이 봤기 때문이다. 과거 ‘에스크’만 하더라도 내 주변에서 성희롱을 듣거나 욕설을 들어본 경험이 있는 친구들이 많았다. 하지만 걱정이 무색하게, 건전하고 귀여운 글들이 오간다. ‘부모님 몰래 라면 먹는 법’, ‘짝사랑하는 친구들 랜선 고백하고 가’, ‘우리 역사 쌤 문제 내기 싫었나 봄 ㅋㅋ’ 등의 학교생활 일화, 급식, 연애, 시험, 학원, 고민 상담 등이 건전하게 이루어졌다. 

(출처: 오늘학교 캡처 화면 1)

커뮤니티 이용 가이드를 지키는 훌륭한 이용자들이 많아서도 있겠지만, 며칠간 눈팅해 본 결과, 운영자가 불건전한 글은 바로 제재를 취하고 있다. 걱정이 생기지 않을 정도로, 철저하게 말이다. 


오늘학교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학부모들도 사용할 수 있다. 학생 커뮤니티와 학부모 커뮤니티를 따로 분리해놔서, ‘혹시 내 글을 우리 부모님이..?’하는 오싹한 걱정은 안 해도 된다. 과거 대부분의 교육 관련 정보는 입소문에 의존됐다. 누가 어떤 학원에 다녀서 성적이 올랐고, 어디가 좋고, 수능 만점자가 다닌 학원은 어디고... 이런 정보는 구전설화처럼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이런 오늘학교 커뮤니티 덕에, 지역에 따른 정보 격차를 어느 정도 해소했다. 심지어 학원 리뷰도 찾아볼 수 있다. 

(출처: 오늘학교 캡처 화면 2)

내가 다녔던 학원의 정보를 찾아봤는데, 수강인원, 과목, 연령층, 목적, 기간을 기반으로 적은 후기와 정보를 상세하게 알 수 있다.


오늘학교는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지역별 봉사활동 정보, 자가진단 알림 정보 등도 전송하며 학생들의 편의성까지 높이고 있다. 하지만 딱 하나 오늘학교에서 제공하지 않는 기능이 있다. 바로 ‘쪽지’ 기능이다. 대부분의 익명 커뮤니티 서비스 어플은 쪽지 기능도 함께 제공해, 마음이 잘 맞는 경우나, 조금 더 개인적인 이야기를 할 때를 위해 쪽지 기능을 제공하곤 한다. 하지만 오늘학교는 불건전한 내용 등을 염려해서일지 모르지만, 아예 기능이 없다.


동질감 있는 집단에서의 이야기. 고민 많은 십대들에게 꼭 필요한 공간이라 생각한다. 부모님, 선생님처럼 조언해줄 수 있는 어른도 좋지만, 조언보다 가끔은 따뜻한 위로와 공감이 필요한 나이니까 말이다. 그런 공간을 제공해주는 곳이 바로 오늘학교다.


작성자_위은아(daedara@naver.com)



에브리타임 익명성, 이대로 괜찮은가.


대학생이라면 모두 ‘에브리타임’을 이용하고 있을 것이다. 에브리타임은 2010년 시간표 어플로 출시되어 2020년 11월 기준 전국 396개 대학 455만 명의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대학생 필수 어플로 자리 잡았다. 가입 시 학교 메일과 학생증 등을 통한 재학생 인증을 필수로 거친 후, 익명으로 어플을 이용하게 된다. 취향에 따라 재학생들이 자체적으로 만든 게시판이 모여 커뮤니티를 이룬다. 


애초의 취지대로 대학 관련 정보 공유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지만, 익명성이 가져오는 순기능과 역기능이 너무나도 뚜렷하다. 익명이기 때문에 신입생은 모르는 것을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물어볼 수 있고, 고학번은 향후 취업, 진로 등의 고민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을 수 있다. 하지만 점점 에타는 혐오와 갈등의 장, 가짜 뉴스가 판을 치는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성별 혐오, 성 소수자 혐오, 정치적 갈등 등이 가장 심각한 이슈다. 주로 어떤 극단의 의견을 가진 소수의 사람이 대립하며 서로의 집단을 원색적으로 비난한다. 익명이기에 더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언어를 남발한다. 하지만 이를 제재할 에타의 마땅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에타의 자유게시판, 비밀 게시판 등은 별도의 관리자 없이 자율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부적합한 글이나 댓글도 필터링 없이 올라온다. 

(사진: 에브리타임 커뮤니티 이용규칙 / 출처: 대학알리)


이로 인해, 2020년 10월 8일, 서울여대에 재학 중이었던 A 씨는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 악플에 시달리다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평소 우울증을 앓았던 여대생  A 씨는 지난해부터 심적 위안을 얻기 위해 에브리타임에 수차례 글을 올렸다. 그런데 일부 이용자들이 게시물에 "티 내지 말고 조용히 죽어라", "죽고 싶다는 말만 하고 못 죽네" 등의 악성 댓글들을 달았고, 결국 A 씨는 극단적 선택을 하고 말았다. 그의 유서에는 악성 댓글을 단 이들을 엄벌에 처해달라는 요구가 있었고, 유족 측은 댓글을 단 이용자를 모욕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청년, 시민 25개 단체는 광화문광장에서 A 씨의 사망에 관한 에브리타임과 대학의 책임을 묻는 ‘학내 사이버불링, 혐오 표현 방치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에브리타임 책임 촉구 기자회견/ 출처: 참여연대)


하지만 에브리타임은 이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지지 않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였다. 더 큰 문제는 에브리타임에 혐오 표현 대응을 위한 이용규칙을 제안하려 해도, 전화번호나 응답이 가능한 메일 주소 등 소통 창구가 전혀 없었다. 


물론 에브리타임에도 최소한의 장치는 있다. 자동 삭제 시스템이다. 에타의 모든 게시물은 이용자의 신고를 기반으로 신고처리 시스템을 통해 처리된다. 커뮤니티 이용 규칙을 위반하거나 신고가 누적된 이용자는 작성한 게시물이 삭제될 수 있고 최대 5년까지의 글쓰기 제한, 1:1 대화 이용 제한 등의 제재가 가해진다. 신고 누적을 통한 자동 삭제 시스템이 있지만, 명목상의 시스템일 뿐 신고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지 않으며 자동 삭제를 명분 삼아 신고 사실 확인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또한, 이 신고 제도는 신고 내용에 대한 관리자의 판단 없이 그저 신고 건수만 많으면 제재를 받기 때문에 특정 그룹이 특정 게시글을 집중적으로 신고해 해당 게시자를 커뮤니티에서 축출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에타 문의사항에는 개인정보 침해, 명예훼손, 모욕, 허위사실 유포 등에 대한 법적 조치 대응과 관련해 법적 조치는 에타에서 처리되기 어려우며, 법적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실 경우, 수사기관에 직접 의뢰하여 주시기 바란다고 명시되어 있다. 규율은 있으나, 제재를 가하는 관리자가 없기에 책임을 회피하며 방치되고 있다. 


물론 다른 수많은 커뮤니티에서도 욕설이 난무하거나 혐오 발언은 있다. 그러나 관리자의 존재와 신고 제도에서 크게 차이가 있다. 인스타그램은 혐오 발언을 작성한 댓글을 신고할 경우 자체적으로 확인 후 삭제 조치를 한다. 또한, 에타와 달리 신고자에게도 신고 결과에 대해 안내하며 삭제 이유까지 밝혀주고 있다. 설령 삭제되지 않았을 때도 혐오 발언을 차단해 커뮤니티 이용을 할 수 있게 안내하고 있다. 또한, 대학생들의 대표 익명 커뮤니티 ‘대나무숲’은 관리자가 1차적으로 글을 선별하여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점에서 보다 자유로울 수 있다.


에타가 ‘완전한 익명성’을 자신들의 강점으로 내놓았다면, 익명으로 인해 발생하는 폐해를 막을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춰야 한다. 건강한 공론장이란 무조건적인 익명과 자유를 보장함으로써 형성되지 않는다.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 뒤에 숱한 문제들에 대해 사회적 책임을 지지 않는 에타의 운영 방식에 대한 개선이 필요할 때이다.


작성자_김정민(kimjm2957@naver.com)



(하) 편에서 계속됩니다.



<참조>

출처 플래텀, 학교 생활 앱 ‘오늘학교’, 출시 두 달 만에 앱 스토어 1위, 2020.11.30. https://platum.kr/archives/153551  

선한결, 학교생활 알리미 '오늘학교'…"초·중·고생 10명 중 1명 쓰는 앱", 한국경제신문, 2021.06.29. https://www.hankyung.com/it/article/2021062904961


박현철, 버려진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대학알리, 2020.08.22, https://www.univalli.com/news/article.html?no=23094

박민기, '여대생 극단선택' 에브리타임 악플사건…작성자 찾았다, 뉴시스, 2020.11.24, https://n.news.naver.com/article/003/0010203512

김나율, [대학생 기자가 간다] 대학생활 필수앱 ‘에브리타임’ 두 얼굴, 경남신문, 2021.05.27, https://me2.do/5Few5O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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