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같이 살아간다는 것
우리 캠퍼스에는 정기적으로 마을 상인분들이 학교 캠퍼스에서 마켓을 열었다. 채소, 과일부터 케이크 같은 디저트까지.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카레와 같은 한 끼 식사들이다.
밥이나 볶음면 종류는 가성비도 좋고 맛도 좋아서 마켓이 기다려질 정도였다. 가장 긴 줄을 자랑하기도 했는데, 친구와 오전 강의 끝나고 나와서 밥 사서 벤치에 앉아서 먹는 게 소소한 행복이었다. 시장 분위기도 즐기면서 야외 식사를 하면 기분이 좋아졌다.
처음에는 신기했다.
캠퍼스 안에 시장이 열린다고?
저 사람들은 어디서 오는 건데?
아 근처 마을에서 오는 거라고?
아마도 학교 인근 마을에서 장사하시는 분들이 주기적으로 마켓에 참여하는 것 같았다. 대체로 큰 카테고리는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른 종류들이 있어서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특히 두부 같은 것도 팔고, 마트 가기에는 애매하게 떨어진 채소들을 소량씩 사기에도 좋았다. 귤 사 먹는 재미도 있었고 말이다.
그리고 참 좋은 관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들과 마을 사람들이 이렇게 가깝게 소통할 수 있으니 말이다. 물론, 한국에서도 캠퍼스 앞 상권에서 많이들 식사를 한다. 그러나 수많은 식당 중에 하나를 골라서 가는 것과 캠퍼스 안에서 시장이 열리고 구경하고 말을 섞고 추천을 받는 것은 다르다. 학생들에게는 더 많은 소비와 경험의 기회가 열리고, 상인들도 더 많은 수입의 기회가 생긴다. 또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같은 공간에서 소통한다는 건 공동체가 형성되었다는 의미다. 나는 그게 캠퍼스 안에서 학생들과 마을 사람들이 이루어냈다는 게 신기했다.
또, 불꽃놀이를 캠퍼스에서 한 적이 있었는데 마을 주민들이 정말 많이 왔었다. 다들, 캠퍼스 잔디에 앉아서 사전행사를 다 같이 즐겼고, 불꽃놀이가 시작되자 함께 하늘을 보기도 했다. 한국 대학에서 축제를 하면 외부인이 들어와도 대부분 같은 또래인데, 여기는 가족 단위가 많이 왔었다. 흥미로운 차이점이었다.
종강을 앞둔 주에는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렸다. 퍼지, 와인, 치즈, 뱅쇼 등 시즌에 맞춘 상품들이 즐비했다. 나는 친구와 뱅쇼 한 잔을 마시면서 마지막으로 마켓의 분위기를 즐기기도 했다.
캠퍼스에 열렸던 마켓은 우리가 함께 어울려 산다는 걸 주기적으로 내게 알려주었다. 또 평소에는 캠퍼스의 한 공간이자 내가 지나치는 공터였던 곳이 때때로 사람을 모으는 시장이 된다는 점이 재미있었다. 그래, 우리는 가끔씩 이렇게 서로를 마주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