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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아 Feb 18. 2021

불안과 다이어트의 관계

왜 나는 늘 먹고 나서 후회할까

5년 차 직장인 혜연 씨는 자꾸만 조급한 마음이 듭니다. 취업을 준비할 때는 대리쯤 되면 당연히 능숙하게 일하고, 실수는 거의 하지 않고, 동료들에게 할 말은 하는 멋진 직장인이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초라합니다. 오늘도 팀장의 말을 잘못 알아듣고 실수를 연발해서 야근을 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죠.


팀장의 한숨소리에 마음이 쿵 하고 가라앉습니다. 옆자리의 박 대리는 알아서 척척 잘하는 것 같아 더욱 불안해집니다. 자신과 입사 동기인 박 대리는 사회생활도 더 잘하는 것 같습니다. 실수하더라도 의기소침하지 않고, 잘못을 빠르게 인정하고 유들유들하게 사과도 잘합니다. 동기들은 물론 후배들에게도 친근하게 다가가서 회사에서 평판도 좋아요. 혜연 씨도 그렇게 하고 싶지만, 사람들 앞에 서면 괜히 말을 신중하게 고르느라 쭈뼛대기 바쁩니다.


공허하게 컴퓨터만 두드리다가 혜연 씨는 아까 점심시간에 나눈 대화를 떠올려 봅니다. 옆 팀의 대리가 요새 체중 관리를 하고 있다며 다이어트 이야기를 꺼냈어요.


“이제 여름인데, 다이어트 좀 해야 할 거 같아. 아, 진짜 살이 한 번에 확 빠지는 약이 있으면 좋겠다. 박 대리는 다이어트 안 해도 돼서 좋겠다. 송 대리(혜연 씨) 같이 할래?”


아까는 별생각 없이 끄덕였지만 불현듯 다이어트가 하나의 돌파구처럼 느껴집니다. 혜연 씨는 체중 감량만 제대로 하면 고구마 백 개는 먹은 것 같은 이 답답한 마음과 불안감이 ‘짠’ 하고 해소될 것 같습니다. 50kg이 되면 생각만큼 태가 살지 않아 처박아두었던 오피스룩도 입을 수 있을 것 같고, 상상만 해온 커리어우먼의 모습을 완성할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공허한 기분이 갑자기 사라지는 것을 느끼며 혜연 씨는 다이어트 도시락을 남몰래 주문합니다. 이따 퇴근길에는 집 앞의 필라테스 센터도 가볼 예정입니다. 벌써부터 달라진 내가 된 것만 같아 설레기까지 합니다.



불안한 이유를 찾아야 해요

일을 잘 해내고 있는지 혼란스러운 혜연 씨는 결국 다이어트를 통해 불안을 극복하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을까요? 그럴 리가요. 불안은 그대로 남았고, 다이어트의 실패는 더 큰 좌절감만 가져다주었습니다. 불안은 다른 것으로 메우려고 하면 할수록 마치 약 올리는 듯 조금씩 나를 더 옥죕니다. 


불안을 해소하려면 첫째, 당연한 말처럼 들릴지 몰라도 불안을 마주하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내 불안의 이유를 알고 받아들이는 것이 무엇보다 도움이 돼요. 그리고 둘째,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그 상황을 정면으로 돌파해보세요.


혜연 씨의 경우 자신이 이루고 싶은 모습이 얼마나 현실적인지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야근하지 않아도 될 만큼 완벽하게 제 일을 해내는 ‘멋진 직장인’은 혜연 씨가 그린 이상향일 뿐 현실과는 거리가 멀죠. 사실 옆에 앉은 박 대리 역시 실수투성일 수 있고 야근도 종종 하며 혜연 씨가 보는 것만큼 자신만만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도 혜연 씨만큼 안절부절못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을 수 있죠.


불안의 근원이 무엇인지 알고 받아들인 뒤에 조금 도피하는 것과, 자신이 불안한지도 모른 채로 다이어트에 빠지는 것은 정말 큰 차이가 있습니다. 여러분도 혹시 범람하는 다이어트 광고에 유난히 혹하는 날이 있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보세요. 나는 오늘 무엇 때문에 불안한 걸까요?


<또, 먹어버렸습니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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